<라이트아웃>은 한여름 더위를 잊게 할 만한 '바람직한 팝콘무비'다.

<라이트아웃>은 한여름 더위를 잊게 할 만한 '바람직한 팝콘무비'다. ⓒ (주)워너브러더스코리아


아무도 없던 어두운 방 한구석에 여자의 형체가 어렴풋이 보인다. 이상한 기분에 불을 켜니 그곳엔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다시 불이 꺼진 순간, 그 무언가가 어느새 코앞에 다가와 나를 노려본다.

영화 <라이트 아웃>은 감독 데이비드 F. 샌드버그가 2013년 제작한 2분 30초 분량의 동명 단편에서 비롯된 작품이다. 이 단편은 온라인을 통해 공개된 뒤 조회수 1억을 넘어서며 열풍을 일으켰고, <컨저링>은 연출한 제임스 완이 제작을 맡으면서 장편 영화로 만들어지게 됐다.

<라이트 아웃>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공포의 대상, 바로 '어둠'을 전면에 내세운다. 엄마 소피(마리아 벨로)와 사는 소년 마틴(가브리엘 베이트먼 분)이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자, 가족과 떨어져 살던 마틴의 누나 레베카(테레사 팔머 분)가 본가를 찾아 공포의 근원을 추적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이 영화의 큰 줄기다.

 빛과 어둠 사이의 공포가 최대치에 다다르는 순간은 하이라이트다.

빛과 어둠 사이의 공포가 최대치에 다다르는 순간은 하이라이트다. ⓒ (주)워너브러더스코리아


밝음과 어둠을 교차시키며 미지에 대한 공포를 극대화하는 특유의 연출은 이 영화가 지닌 가장 강한 동력이다. 영화는 아이러니하게도 어둠을 '어렴풋하게나마 미지의 존재를 지각하는 상태'로, 밝음을 '지각할 수 없는 상태'로 그린다.

공포의 주체인 다이애나는 어둠 속에서만 인물들을 공격하고, 불이 켜진 동안에는 탁자 아래나 방문 뒤에 숨어 보이지 않은 채 스멀스멀 움직인다. 갑작스레 불이 꺼진 방 안에서 급하게 스위치를 찾아 불을 켜고 나면 또다시 불이 꺼졌을 때 자신을 덮칠 미지의 공포에 휩싸이는 것이다. 결국 <라이트 아웃>이 다루는 공포는 '알지도 못하는 존재에게, 알아채지도 못한 사이에'죽임을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인 셈이다.

영화 중반 이후, 레베카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본격적으로 다이애나에게 대항하는 클라이맥스의 전개는 압도적이다. 단순히 분위기로만 존재하던 공포(다이애나)가 레베카와 마틴에게 위해를 가하면서 점점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지점에서는 빛과 어둠 사이의 공포가 최대치에 다다른다. 특히 영화 막바지, 레베카가 자외선 랜턴의 푸르스름한 빛에 의지해 어둠 속 다이애나에게 맞서는 지하창고 신에서는 자그마한 빛과 거대한 어둠 사이의 괴리감이 소름끼치게 다가온다.

 결국 <라이트 아웃>이 다루는 공포는 '알지도 못하는 존재에게, 알아채지도 못한 사이에'죽임을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인 셈이다.

결국 <라이트 아웃>이 다루는 공포는 '알지도 못하는 존재에게, 알아채지도 못한 사이에'죽임을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인 셈이다. ⓒ (주)워너브러더스코리아


<라이트 아웃>은 영화 전반에 걸쳐 공포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조성하는 데에만 집중하는 작품이다. 결말에 이르러 분열돼 있던 세 가족의 화해를 허겁지겁 그리지만, 그마저 다분히 작위적이어서 절절한 감동 따위는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귀신의 집'에 들어갔다 온 것처럼, 스크린 앞에서 극한의 공포를 겪은 뒤 극장을 나서면 어떤 여운도 남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러 장르로서 최적화된 이 영화의 화법을 감안했을 때 이 영화가 한여름 더위를 잊게 할 만한 '바람직한 팝콘무비'라는 건 확실하다. "옆사람을 껴안게 만드는 데이트무비"(美연예매체 <TheWrap>), 이는 <라이트 아웃>에 대한 가장 적확한 표현이다. 오는 8월 24일 개봉한다.

라이트아웃 컨저링 제임스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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