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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건으로 망해가는 대한민국

끝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내리 닫는 경제난 속에서 사회복지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일선 담당관청과 공무원들은 늘 같은 소리를 반복하고 있다.

"우리도 해 주고 싶지만, 예산이 없어서…."

사실 맞는 말이다. 2016년 대한민국 정부 예산이 386조원에 달하고, 각 지방자치단체 예산도 제법 적지 않지만, 정부도, 지자체도 각종 이권과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보여주기식 사업들에 우선 돈을 쓰다 보니 힘없는 서민들의 실제적 필요에 관심 갖기엔 여력이 없다.

대한민국의 모든 물 걱정을 없앤다며 무려 22조원을 쏟아 부었지만 가뭄에도, 홍수에도 아무런 역할도 못하는 4대강 사업, 교통수요와 수익평가도 제대로 하지 않은 가운데 추진해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주요도시들의 경전철 사업, 강원도의 자존심과 국위선양이라는 대의명분만으로 3수 끝에 유치에 성공했지만 잔치 후 빚더미가 예상되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등 손에 꼽기도 힘들다.

선거를 앞두고는 화려한 장밋빛 환상을 뿌렸지만 막상 당선되니 막대한 예산에 비해 거의 효과도 없는 현실임을 다시 확인하고 사업을 번복한 영남신공항 사업도 가장 최근 국민들을 우롱한 토건대박 거짓말이었다. 여기에 비하면 연말에 멀쩡한 보도블럭 벗겨내고 다시 까는 정도는 애교로 봐줄만 할 정도다.

정부는 갈수록 하락하는 성장률을 반전시킬 수 있는 깜짝쇼로 토건사업만한 게 없음을 알기 때문에, 그리고 지자체와 정치인들은 중앙예산에 기대 '나중에 뭘 하든 일단 따내고 보자'며 한건 하고픈 욕심 때문에, 또 이러한 거짓야망 밑바닥에는 대한민국 국민들 머리 속에 여전한 1970, 1980년대식 토건불패의 신화가 자리 잡고 있다.

세계는 이제 국가운영도, 국민의식도 새롭게 바꿔야 한다는 혁신과 개혁으로 몸부림치지만, 대한민국만은 여전히 빚을 내서라도 잔치를 벌이면 부자가 될 것 같은 착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말 주민들을 위한 사업인가?

그리고 그 중심에 묻지마식 지역개발 사업들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경기도 광명시도 예외가 아니다. 그 가운데서도 설월리, 가리대, 40동 마을 재개발 사업은 광명시장이 스스로 떠맡아서 의욕이 대단하다.

이미 고속철도 광명역과 그 주변에 들어선 각종 시설들, 서울 강남과 서부권을 잇는 민자고속도로들, 그리고 현 양기대 광명시장의 최대 자부심인 광명동굴에 이어 이 지역 재개발까지 완성되면 낙후되었던 광명 변두리가 노른자위 땅으로 거듭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광명시 뿐 아니라 광명 지역 정치인들은 모두 나서 각각 자신의 업적으로 삼으려고 장밋빛 청사진을 홍보하고 있다.

이들이 내놓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만들기 해법은 위 지역들에 대한 환지방식의 재개발 정책이다. 즉, 광명시장이 해당지역의 사업시행자가 되어 토지 및 주택 소유자들의 땅과 집을 받아 구획하고, 정리하여 기초를 놓은 뒤 원소유주에게 되돌려 스스로 자기들이 원하는 부동산 개발을 하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광명시가 공짜로 해 줄 리는 없다. 그래서 양도받은 개발면적 중 일부는 학교나 공원, 도로 등 공공면적으로 충당하고, 또 일부는 팔아서 개발 사업비에 충당하게 되는데 이렇게 충당되는 땅을 체비지라 부르고, 이 때문에 원소유자가 나중에 받게 되는 면적이 줄어드는 비율을 감보율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세상에 누가 피와 같은 자기 땅과 집 면적 중 일부를 공공용지로 넘겨주는 사업방식을 찬성할까? 그 비밀은 오직 개발 전에 비해 개발 후 토지와 주택의 가치가 엄청나게 오를 것이라는 기대다. 다시 말해 '당신 땅과 집의 가치를 올려 다시 돌려 줄테니, 그 중 일부를 공공용으로 내 놓으라'는 것이다.

그래서 시 공무원들과 광명지역구 이언주 의원은 재개발 후 가치상승을 강조하며 주민들의 동의서 제출을 재촉한다. "개발은 곧 대박!"이라는 대한민국 건설과 개발의 역사의 꿈을 생각해 보면 이러한 기대는 지극히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이 어떠한가 따져보자

우리 광명지역을 포함해 재개발 지역 토지 및 주택소유자들은 대토지, 다주택 보유자들이 아니라, 작은 땅과 집에 세놓아 겨우 살아가는 영세한 분들이 많다. 광명시가 밀어붙이는 환지개발방식에 의하면 주민들 동의로 사업이 결정되면 해당주민들은 2018년까지 살던 곳을 떠나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영세한 소토지, 소주택 소유자들은 이주비도 없이, 세입자들은 소액의 이주비만 받고 무작정 떠나야 한다. 그리고 땅값조차 언제일지 모르는 체비지가 팔리면 준다고 한다. 설령 나중에 토지 및 주택가치가 상승할 것을 기대한다 해도 재개발된 새 집과 땅으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당장 어딘가에서 옮겨 살아야 하지만, 이에 대한 대책도 없다.

대책을 요구하는 주민들에게 시에서는 기껏 담보로 최소 이자를 받게 해주겠다고 했고, 이언주 의원은 임대아파트를 알선해 주겠다고 했단다. 그렇게 잘 버텨 재건축 아파트나 주택이 건축되었다고 치자. 감보율로 떼어낸 분량이 적지 않은 소토지, 소주택 소유자, 무엇보다 세입자들이 이미 엄청나게 올라버린 새 땅과 집에 얼마나 다시 들어가 살 수 있을까?

우리나라 수도권 재개발 후 원주민 재정착률은 기껏 20% 안팎이다. 앞서 진행된 광명의 다른 재개발 지역 밤일마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 보면 이 지역도 획기적으로 달라질 게 없어 보인다.

비록 작지만 내 땅과 내 집이 있고, 얽혀 사는 이웃이 있는 이곳에 재개발 광풍이 지난 후 남는 것은 시장과 지역 정치인들의 영광, 대토지 및 대주택 소유자와 건설사의 이익, 그리고 희생의 터 위에서 외지에서 이주해 온 중산층들일 것이다.

주민들에게조차 제대로 설명 못하는 개발계획에 무조건 동의하라?

 광명시에서 허락 없이 떼어 간 사유지 내 반대의견 현수막
 광명시에서 허락 없이 떼어 간 사유지 내 반대의견 현수막
ⓒ 구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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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와 담당 공무원들은 구체적 내용도 설명해 주지 않고 무조건 권리를 넘기라 하고, 지역 국회의원과 정치인들도 '개발만 하면, 대박'이라는 식으로 분위기를 띄운다. 그렇다면 사전에 아무런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해 버린 사드배치 결정으로 격앙된 성주 주민들에게 이제 와서 합리적 설명과 이해보다는 '외부 불순 세력' 운운하며, 오로지 찬성만 강요해 가는 대통령과 정부의 태도와 닮아도 너무 닮았다.

답답한 주민들은 읍소한다.

"제발 내용이라도 자세히 알려 줘야 찬성을 하든, 반대를 하든 할 게 아닌가요?"

그러나 공무원들은 답한다.

"자세한 사항은 2017년에 나옵니다. 일단 동의서에 사인하면,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

주민들이 정말 원하는 것은?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곳 주민들은 실제로 서러움과 불편함이 많았다. 1971년 그린벨트 고시 후 지역주민들은 건축은 물론 사소한 개보수조차 거의 허용되지 않아 재산권 행사와 생활상 불편이 컸다. 그래서 이곳 주민들에게 재개발은 분명 숙원에 가까웠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재건축, 재개발이란 단지 생활상 불편함의 해소와 더 나은 생활환경 보장을 넘어 대박이 터지는 일로 기억된다. 실제 이곳의 재개발을 지지하는 적지 않은 어르신들도 내용과 방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잘 몰라도, 그저 불편함의 해소와 과거 80~90년대 광명시 형성 당시의 대박에 대한 향수도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너무 잘 아는 시와 지역 정치인들은 이러한 심리를 이용하고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환지방식 하나만 외통수로 올려놓고, 반대하면 다시 옛날로 돌아간다는 식으로 협박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이 실제 바라는 것이 생활상 열악한 기반시설이며, 무리하지 않는 개보수와 작은 증개축이라면 개발의 방향은 마땅히 그쪽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

더구나 이전처럼 대규모 개발이 더 이상 대박은커녕 쪽박만 차게 되는 우려가 이제 대한민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인데, 광명시와 공무원들, 지역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대박공약이 부도로 드러난다고 해도 책임질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는가?

지역개발을 말할 때 우리는 재산권과 생존권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사회에서 소유주의 재산권은 물론 소중하지만, 더 큰 이익은커녕 제발 지금의 열악한 자리만이라 지키게 해 달라는 영세지주와 영세가옥주, 세입자의 생존권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그들 역시 세금도 내고, 투표도 하는 대한민국 국민이요, 광명시민이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지주요, 가옥주 중에서도 다른 곳에서 살며 오직 재산적 가치만 따지는 외부지주, 외부가옥주보다는 재가지주, 재가가옥주의 입장이 더 고려되어야 한다. 더 멋지게 지어놓고 결국 쫓겨나는 개발과 발전은 있는 사람들만의 축제판으로 끝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사업성 없음으로 결론 난 영남신공항 논란에서도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의 지자체와 정치인들, 내로라하는 지역유지들은 한사코 지역의 사활이 달린 숙원이라 선전했지만, 막상 밀양과 가덕도의 현지주민들 민심은 이와 크게 달랐다(2016년 6월 21일, 한겨레신문).

"조상 대대로 고기를 잡아 살아왔어. 형제처럼 끈끈한 정이 남아 있는 우리 마을을 왜 찢으려고 해. 우리는 여기서 살다 죽을 거야. 좀 내버려 둬."(부산 대항마을 양아무개씨)

"보상받아봐야 이 나이에 어디 가서 뭐 해 먹고 살아.…그냥 딸기 농사 지으면서 내 혼자 입에 풀칠하고 손주 용돈 주면서 사는 게 행복한 건데, 도대체 어딜 가라는 거여.…."(밀양 수산리 이아무개씨)

광명시와 지역정치인들은 찬성이든, 반대든 해당지역 민심부터 다시 살펴야 한다.

내가 누구기에 이런 글을 쓰나?

나는 재개발의 폭풍이 몰아치는 설월리에서 걸어서 5분 거리, 행정구역도 같은 소하2동에서 5년째 교회를 하고 있는 동네목사다. 설월리는 지금도 100년 된 크고 작은 조선시대 건축양식들이 잘 살아 있고, 수려한 자연경관과 워낙 잘 어우러져서 사진작가들도 심심치 않게 즐겨 찾는 광명의 명소다.

오래지 않아 이 멋진 동네가 재개발 논란 한 가운데 있음을 알게 되었고, 우리교회가 모시는 이 동네 한 어르신에게도 만약 쫓겨난다면 '산에 가서 목을 맬 것'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었다.

 수려한 자연경관과 잘 어우러진 설월리 마을
 수려한 자연경관과 잘 어우러진 설월리 마을
ⓒ 구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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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귀동냥하며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년 가을 지역신문에 기고하고, 광명시장, 지역 국회의원들, 시의회 의장에게도 보냈다. 이들은 공문, 전화, 사석의 만남 등에서 이런 문제제기를 듣는 척했지만, 예의만 차릴 뿐 서민들 애환쯤은 큰 관심 없어 보였다.

이들에게는 옳고 그름이나 주민들의 실제 삶 같은 것보다는 세금확보와 다음 선거에서의 표심이 더 중요할 것이다. 재개발로 얼마나 많은 서민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쫓겨나든, 정든 고향과 이웃을 잃든, 얼마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유산들이 훼손되고 파괴되든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대단한 업적과 후광도 용산 참사 같은 비극 위에 세워진 것이라면 이보다 통탄스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던 중 최근 설월리 재개발 과정에 큰 의문을 제기하는 지역주민들의 조직을 만나게 되었다. 이 글 역시 이들의 증언에 힘입은 바 크다.

이들의 한결 같은 주장은 이런 것들이다.

'개발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찬성하든, 반대하든 우선 진실의 공개가 가장 우선이다. 다 숨겨 놓고, 지지하는 몇몇 사람들과 몰래 추진하는 사업에 어떻게 소중한 내 재산과 생존을 맡길 수 있겠는가? 또 개발을 해도 싹 다 밀어버리고 가난한 주민은 쫓아내고 외지사람들만 들어앉히는 식이 아니라, 자연과 문화가 존중되고, 생활밀착형 맞춤형 주거환경 개선사업이 되기를 바란다.'

이러한 정당한 외침에 옆 동네 목사가 귀 기울이는 것도 과연 '불순한 외부세력'인가? 여러분들이 판단해 달라.

덧붙이는 글 | 뉴스앤조이와 지역신문인 광명시민신문에도 중복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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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생. 전 경실련 간사, 전 남북나눔운동 간사,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 거쳐 현재 성서한국 사무총장 재임. 목사. 엄청나게 복잡해 보이는 것도 차근차근 따져보면 이해 못할 것이 없다고 믿기에 당파와 이데올로기를 떠나 사태를 파헤쳐 공익을 위해 나누고 싶은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