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독해보였다. 함께 동맹을 만들고 자신을 뽑아준 사람들에게 그녀는 높은 방값을 지불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코인을 빼돌려 큰 이익을 취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무상급식'이라는 카드를 뽑고 울먹이는 그녀에게는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굶을 자신이 있다던 그녀의 모습은 독하기 보다는 깊은 슬픔이 느껴졌다.

그녀는 독해보였다. 함께 동맹을 만들고 자신을 뽑아준 사람들에게 그녀는 높은 방값을 지불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코인을 빼돌려 큰 이익을 취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무상급식'이라는 카드를 뽑고 울먹이는 그녀에게는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굶을 자신이 있다던 그녀의 모습은 독하기 보다는 깊은 슬픔이 느껴졌다. ⓒ SBS


"저는 굶을 자신 있는 사람이거든요."

그녀는 독해 보였다. 함께 동맹을 만들고 자신을 뽑아준 사람들에게 그녀는 높은 방값을 지불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코인을 빼돌려 큰 이익을 취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무상급식'이라는 카드를 뽑고 울먹이는 그녀에게는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굶을 자신이 있다던 그녀의 모습은 독하기보다는 깊은 슬픔이 느껴졌다.

그녀는 SBS에서 방영된 <인생게임 - 상속자>에 출연한 참가자 '샤샤샤'였다. <인생게임 - 상속자>는 한국사회의 현주소를 보여주려는 PD의 마음이 반영된 만큼 사회를 축소하여 가져다 놓은 것처럼 쓸쓸함이 가득한 프로그램이었다. 이 중에서 '샤샤샤'라는 참가자는 내 마음을 자꾸만 자극했다. 그녀에게는 현 사회 속 청년의 아픔이 절절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녀는 왜 독해야만 했는가

 그녀가 독했어야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을 그녀의 삶을 아르바이트로 가득차게 만들었을 돈이었다. 인생을 바꿔줄만큼의 돈이 아니라 숨막히는 대출금의 압박을 줄여줄 수 있는 정도면 충분했다.

그녀가 독했어야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을 그녀의 삶을 아르바이트로 가득차게 만들었을 돈이었다. 인생을 바꿔줄만큼의 돈이 아니라 숨막히는 대출금의 압박을 줄여줄 수 있는 정도면 충분했다. ⓒ SBS


<상속자>들에 출연한 참가자들은 본인의 이름과 직책을 내려놓고 닉네임만을 사용하여 같은 출발선에서 출발하였다. 다만, 시작할 때 선택한 수저에 따라서 계급이 정해지게 되었다. 금수저를 뽑은 이는 상속자가 되어 많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었으며 집사에게는 나름의 혜택이, 그리고 정규직에는 괜찮은 집이 마련되었다. 제일 아래에 있는 비정규직은 허름한 집에서 허름한 식사를 해야만 했다.

'샤샤샤'는 이 중에서 정규직의 자리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기득권층 연합에서 2번째로 상속자에 내정 받고 2대 상속자가 될 수 있었다. 세상 물정을 잘 모를 것 같아 보이고, 순진해 보여 비정규직 연합에 동맹 제안을 받기도 했던 그녀는 상속자가 되자 특별한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먼저 그녀는 방값을 엄청 올리기 시작했다. 1개의 코인만을 받았던 초대 상속자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전 1대 상속자인 '선수'는 대부분 사용요금을 1코인으로 하면서 선심성 정책을 펼쳤었다. 그에 비해 정규직의 방은 5개, 비정규직은 2개를 걷어내는 '샤샤샤'에게 정규직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그녀의 특별한 행보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상속자>에서는 상속자가 변경될 때 이전 상속자의 재산의 절반을 넘겨주어야 하는 규칙이 있었다. 우승을 노리는 '샤샤샤'에게 어렵게 벌어들인 코인의 절반을 넘겨주어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고 그녀는 코인의 교환이 가능한 룰을 이용해서 코인을 빼돌리게 된다. 조세회피처로 쓰인 '네버다이'는 그녀에게 약속대로 코인을 다시 돌려주었고 그녀는 단 두 개의 코인만 다음 상속자인 '불꽃남'에게 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네버다이'에게 수고비로 13개의 코인이 넘어갔다)

코인을 뺏기지 않고 많이 가지려고 하는 그녀의 모습은 독해 보였다. 그 과정에서 그녀에게는 '폭군'이라는 이미지가 생기기도 하고 '배신자'라는 이름이 쓰이기도 했다. 대한민국 평균 여대생인 그녀는 어째서 사람들의 원망 시선을 받으면서까지 독해져야만 했을까. 그녀는 대한민국 평균 여대생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슬픈 청년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었다.

'샤샤샤'는 20대 중반의 평범한 여대생이었다. 그녀의 삶은 흔히들 생각하는 발랄하고 웃음이 넘치는 삶과는 달랐다. 복리로 쌓여가는 학자금 대출은 그녀를 끝없이 괴롭혔고, 그녀는 아르바이트를 쉴 틈이 없었다. 골프장 아르바이트, 경기장 아르바이트, 뷔페 아르바이트까지 하는 그녀는 중간에 빈 시간마저 단기 아르바이트를 나가면서 돈을 벌었다.

인력시장을 전전하며 톱질까지 마다치 않던 그녀가 갚을 수 있었던 돈은 1500만 원, 3000만 원의 빚 중에서 절반이 되는 돈이었다. <상속자>의 우승상금은 1000만 원이었기 때문에 우승한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남은 500만 원을 더 갚아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남은 500만 원을 기쁘게 갚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그녀가 독했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을 그녀의 삶을 아르바이트로 가득 차게 만들었을 돈이었다. 인생을 바꿔줄 만큼의 돈이 아니라 숨 막히는 대출금의 압박을 줄여줄 수 있는 정도면 충분했다. 그녀가 독한 마음을 품기에는. 더욱 안타까운 것은 평범한 여대생이라는 설명처럼 빚에 허덕이는 것이 그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인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졸자 10명 중에서 8명은 학업을 이유로 대출을 받아야 했고 평균 대출금이 1471만 원이라고 한다. 국립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타 대학보다 저렴한 등록금이지만 매번 등록금 납부 시기가 되면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나오곤 한다.

한국장학재단에서 지급되는 국가장학금은 매번 이해하기 어려운 소득분위가 선정되면서 소량의 금액만이 지급되거나 아예 지급되지 않기도 했다. 등록금을 힘들게 마련하고 나면 생활비가 없어서 아르바이트를 학기 중에도 병행해야 했고 그것은 결국 학업에 집중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학업에 집중하기 어렵게 되자 성적은 당연히 떨어지기 마련이었고 그로 인해 장학금을 받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렇게 악순환은 반복되고 꿈이나 하고 싶은 일은 점점 멀어져만 갔다.

이런 상황에서 안양옥 신임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의 입에서는 "빚이 있어야 파이팅 한다"라는 발언이 나오고 있으니 대한민국의 청년들에게 독기는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버렸다. 학업을 하기 위해서는 독하게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했고, 조금이라도 장학금을 받기 위해서는 독하게 남들과 경쟁하며 이겨야 했다. '샤샤샤' 그녀가 나빴기 때문이 아니라 빚을 조금이라도 덜어보기 위해, 조금이라도 사람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 독해지는 것은 그녀에게 필수적이었다는 말이다.

평소 즐겨보지 못했던 호화스러운 요리를 먹으며 행복해하고 침대에 누워 잠시나마 누리는 권력의 맛을 느껴보는 그녀에게는 탐욕보다는 순진한 미소가 빛났다. 영악하게 코인을 다량 얻어냈던 그녀에게 보이는 것은 욕심보다는 사람답게 살고 싶은 절실함이 더욱 느껴졌다. 굶을 자신이 있다던 그녀는 대한민국 청년들의 외침이고 현실이었다.

결국 변한 것은 없었다

 <상속자>의 마지막처럼 뺏고 빼앗기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공존을 택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내는 힘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고작 이런 교훈으로 이 프로그램이 끝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상속자>들에서도 결국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상속자>의 마지막처럼 뺏고 빼앗기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공존을 택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내는 힘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고작 이런 교훈으로 이 프로그램이 끝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상속자>들에서도 결국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 SBS


<상속자>들의 끝은 이러하다. 우승을 노리며 코인을 열심히 모았던 '샤샤샤'는 결국 사람들의 신뢰를 잃고 우승하지 못했다. 전략이 오가고 협상이 오가던 틈에서 꾸준히 의리를 지키고 자신의 자리를 유지했던 '강남 베이글'은 우승할 수 있었다. 나레이션은 결국 누군가에게 뺏어야만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상황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가장 남에게 뺏지 않은 사람이었다며 마무리한다.

<상속자>의 마지막처럼 뺏고 빼앗기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공존을 택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내는 힘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고작 이런 교훈으로 이 프로그램이 끝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상속자>들에서도 결국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우승을 거머쥔 '강남 베이글'은 태어나서부터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어본 적이 없다. 좋은 몸에 훈훈한 외모를 가진 그는 천만 원쯤은 가볍게 보일 만큼 재산이 엄청나게 많다. 400만 원 정도의 옷이나 가방도 어렵지 않게 구매할 수 있는 그는 치열해질 필요가 없었다. 남의 것을 빼앗지 않아도 그에게는 이미 많은 것들이 있었고, 원하는 것을 가질 힘이 있었다.

그렇다. 그가 독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 누군가에게 빼앗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미 많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상속자>라는 게임 속에서 그가 다른 참가자들과 똑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1000만 원의 상금이 크지 않은 그에게 <상속자>는 인생게임이 아니라 단지 흥미로운 유흥거리였다.

'샤샤샤'는 어떨까. 그녀는 이미 많은 것을 뺏겨온 경험 아래에 살아왔을 것이다. <상속자>들의 설명대로라면 그녀의 부재는 결국 누군가의 풍족이 만들어낸 결과니까 말이다. 그녀의 노동력을 싸게 산 누군가에 의해서 그녀는 노동의 값을 제대로 받지 못했을 것이고 누군가를 배부르게 만들었을 비싼 학자금은 그녀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뺏기기만 해오던 삶을 살아온 그녀에게 경쟁과 독기는 필수가 될 수밖에 없었다. 우승상금을 받는다 해도 빚이 사라지지 않는 그녀이니 말이다.

웹툰 <송곳>에서는 이런 말이 나온다.


"선한 약자를 악한 강자로부터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시시한 약자를 위해 시시한 강자와 싸우는 거란 말이요."

'샤샤샤'는 태어나면서부터 약자의 자리를 가져야 했다. 약자로서 살아온 그녀는 돈에 대한 욕심이 있을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선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약자로 살아온 사람에게 인간성을 따지고 선하기만을 요구하는 것이 오히려 더욱 잔인한 일은 아닐까. 그녀라고 악해지고 싶고 독해지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그래야만 했을 뿐. 우리는 약자에게 선하기를 강요하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그리고 얼마나 편한 생각인지를 알아야 한다. 이 사회에는 선하기만 한 약자보다는 살기 위해서 시시해진 약자가 훨씬 많으니까 말이다.

<상속자>들은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고 사회에 있던 것들을 내려놓게 함으로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하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상속자>들 내에서 계급이 뒤바뀌는 경험을 했더라도 그들이 원래 태어나면서 가졌을 계급관계는 변하지 못했다. 많이 가진 '강남베이글'은 여전히 여유롭게 지낼 수 있었고 없어서 독해야 했던 '샤샤샤'는 여전히 독해야만 했다. 그리고 결국 '샤샤샤'는 이기지 못했다. 가상으로 만들어진 사회 <상속자> 속에서도 결국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계급의 모습만을 더욱 공고히 확인하게 되었다.

가장 마음 아픈 것은 '샤샤샤'에게는 앞으로도 독해야 하고 치열해야 하는 삶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샤샤샤'는 앞으로의 인생에서는 우승할 수 있을까?

샤샤샤 상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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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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