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트윈스 '캡틴' 류제국이 모처럼 시즌 6승째를 챙겼다. 팀도 7월 들어 첫 위닝시리즈를 신고하며 모처럼 기세를 올렸다.

LG는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서 류제국의 6.1이닝 2실점 4피안타(1피홈런) 7탈삼진 2볼넷을 기록하는 호투에 힘입어 5-2로 승리했다. 한동안 부진에 시달렸던 류제국의 승리와 팀 위닝시리즈 모두 지난 6월 26일 이후 무려 32일 만에 맛본 기쁨이었다.

하지만 LG 선수단으로서는 마냥 좋아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팀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경기장 안팎에서 일부 LG 극성팬들의 소란이 또다시 발생했기 때문이다. 경기 후반 잠실 우측 외야에 기습적으로 대형 현수막이 등장했다.  '불통 프런트, 무능 양상문 떠나는 엘지팬'과 '엘지 프런트 무엇을 했습니까'같은 비난성 구호들이 가득했다.

계속 되고 있는 극성팬들이 현수막 시위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끝난 뒤 '라이징(Rising) 트윈스' & '함께하는 트윈스' 회원들이 잠실구장 중앙출입구에 모여 의견을 말하고 있다.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끝난 뒤 '라이징(Rising) 트윈스' & '함께하는 트윈스' 회원들이 잠실구장 중앙출입구에 모여 의견을 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극성팬들의 현수막 시위는 이달 들어서 빈번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일과 14일 한화전, 22일 두산전 등에서도 양상문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는 현수막 시위가 벌어진 바 있다. 하지만 이날은 팀이 승리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현수막이 올라왔다. 경기 내내 홈팬들 앞에서 승리를 위하여 최선을 다했던 LG 선수들에게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기에 충분했다.

외야 현수막은 오래 가지 않아 제거됐지만 일부 극성팬들의 소란은 경기장 밖에서도 그치지 않았다. 이들은 경기가 끝난 후에도 경기장 중앙입구에서 모여 양상문 감독과 구단의 운영을 비난하는 현수막을 흔들며 성명서를 낭독하기도 했다. 이들은 양 감독의 경질과 프런트 개혁 및 리빌딩에 대한 청사진 등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극성팬들의 연이은 시위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이들은 LG 팬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양상문 감독과 LG 구단의 팀 운영을 비난해 왔다. 현수막 시위와 성명서 제출 등 집단 행동을 통한 실력행사의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팬들의 의사표현의 자유 자체는 물론 존중받아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일부 극성팬들의집단행동이 과연 자신이 사랑하는 팀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하는 점이다. 성숙한 팬들일수록 비판과 응원을 구분할 줄 안다. 아무리 감독이 마음에 들지 않고 구단에 불만이 많다고 해도, 그날 고생하여 승리를 선물한 선수단 앞에서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야 한다.

어떤 면에서는 '감독 망신주기'도 LG 극성팬들의 나쁜 전통 중 하나다. 2006년 이순철 전 감독은 야구장에서 "순철아, 우리는 네가 정말 창피하다"는 문장이 적힌 현수막을 펼쳐들며 대놓고 '야자타임'을 시전하는 극성팬들과 마주해야 했다. 2011년 박종훈 전 감독은 소위 그 유명한 '감독 청문회'에 불려나갔다가 극성팬들로부터 욕설과 오물을 뒤집어 쓰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오래가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감독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들이 LG 감독으로서 남긴 공과는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지만, 명색이 한 팀의 수장이자 평생 야구인으로서 살아온 인물이 바로 자기 팀 팬들에 의하여 모욕과 인신공격을 당하는 참담한 역사의 반복은 LG 야구사에도 쓰디쓴 오점만을 남길 뿐이다.

사실 프로 감독치고 욕 한 번 푸짐하게 먹어보지 않은 감독은 거의 없다. 기아 타이거즈 시절의 조범현(현 kt) 감독이나,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은 인신공격은 물론 살해 협박까지도 받은 일이 있다. 한국시리즈를 연속 재패하던 시절의 류중일 삼성 감독조차 조금만 부진해도 각종 비난을 듣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때마다 감독이 일일이 물러나야 한다면 제대로 소신 있게 일을 할 수 있는 감독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설사 감독을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해서 이후 팀의 상황이 더 좋아졌던 경우는 한 번도 없다. 멀리 볼 것도 없이 LG 역대 감독들의 전례가 이를 증명한다. 현대스포츠에서 야구단은 더 이상 감독 한 명만으로 모든 것이 좌우되는 간단한 조직이 아니다. 갑자기 시즌 중에 감독을 교체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닐 뿐더러, 그 과정에서 선수단도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시즌이 아직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극성팬들이 이런 식으로 자꾸 팀을 흔들어봐야 선수단의 사기에도 오히려 마이너스만 될 뿐이다.

극성팬들이 LG팬 전체를 대변하는 것 아니다

극성팬들일수록 자신들의 행동을 팀에 대한 애정이나 선의로 포장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선의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연봉을 받고 뛰는 선수나 감독도 승리하고 싶어 하지, 일부러 못하려고 야구하는 이들은 없다. .

일부 극성팬들의 무분별한 행동은 선의를 가장한 민폐에 가깝다. 그리고 소수 팬들의 일방적인 단체행동이 모든 LG 팬들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LG 팬덤 내에서 양상문 감독이나 구단의 운영을 비판하는 팬들도, 실력행사나 퇴진시위 등 여론 표출 방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극성팬들은 온라인에서 자신들에 대한 반대 의견이 나왔을 때 '감독 옹호파'로 몰아가기도 한다. 집단행동에 비판적인 언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정작 구단에는 끊임없이 '소통'을  요구하면서, 자신들은 반대 여론을 일방적으로 배척하는 것은 모순이다.

이날 경기가 끝난 후 다수의 LG 팬들은 조용히 경기장을 떠났다. 일부 극성팬들의 선동은 LG 팬들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진정으로 자신의 팀이 더 발전하는 모습을 원한다면, 일부 팬들의 낙오된 의식 수준 또한 바뀌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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