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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를 표방하는 <오마이뉴스>는 이 문제와 관련해 다양한 주장성 기사를 싣고 있습니다. 이 글에 대한 반론이나 기타 의견을 보내주신다면 가감없이 싣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지난 18일, 넥슨의 게임 '클로저스'의 성우였던 김자연씨가 '메갈리아4'에서 만든 'GIRLS Do Not Need A PRINCE'라고 적힌 티셔츠를 SNS에 인증했다. 메갈리아를 비판하는 유저들이 성우 교체를 요구했고, 넥슨은 하루만에 그 주장을 따랐다. 이 사건으로 메갈리아에 대한 논쟁이 급격히 확산됐다. 다양한 층위와 관점에서 논쟁이 전개되면서 쉽게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 먼저 내가 남자이기에 '메갈리아'에 대해 편하게 쓸 수 있다는 점을 밝힌다. 여성이 메갈리아를 조금이라도 긍정하는 글을 쓰면 '메갈충'이나 '메퇘지'와 같은 조롱 섞인 비난은 물론 각종 욕설과 신상털이 등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남성 커뮤니티 유저들은 '남혐'을 하며, 비도덕적인 언행을 일삼는다는 이유로 메갈리아를 비난하고, 어느덧 '마녀'로 만들어버렸다. 그런데 이들이 착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메갈리아를 단일한 정체성의 집합이라고 본다는 점이다.

미러링을 구사하는 메갈리아 계열의 커뮤니티를 비난하는 이들이 집중하는 것은 오로지 메갈리아의 과격한 태도와 상식에서 벗어난 언행들뿐이다. 메갈리아 유저나 메갈리아 티셔츠를 산 모두를 전부 '남혐'이며 '반사회적'인 사람들로 몰고 간다. 그러나  메갈리아 안에서도 과도한 미러링이나 일반화를 경계하는 태도가 있었고, 소수자 혐오에도 민감하게 대응했던 페미니스트들이 있었다는 사실은 철저하게 무시한다. 메갈리아가 수많은 여성 인권 문제를 공론화하고, 한국여성민우회 등의 여성단체 활동을 지원하면서 '성 평등'에 앞장섰던 것 역시 이야기하지 않는다.  

메갈리아는 왜 만들어졌는가?

 메갈리아 아이콘
 메갈리아 아이콘
ⓒ 메갈리아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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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성 평등'이나 여성인권신장이라는 대의에 찬성하는 사람들을 향해 쓰는 글이다. 남성인권 문제가 더 심각하다며 '역차별'을 이야기하는 이들에게 메갈리아는 '여성 인권 증진'을 이야기하는 그 자체로 '적'일 수밖에 없다. 페미니즘이 한국 사회에 필요하다는 최소한의 전제를 가지고 있어야만 메갈리아의 출현과 지금의 논란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메갈리아는 지난해 6월에 만들어진 디시 인사이드 '메르스갤러리'(아래 메갤)에서 시작됐다. 2015년은 영화 평론가 김태훈의 'IS보다 위험한 페미니즘', 옹달샘의 여성비하 팟캐스트 논란 등이 #나는페미니스트다 태그달기 운동으로 이어지면서, 인터넷 상에서 여성들의 '성 평등' 목소리가 높아지던 시기였다.

메갤에 여성들이 모인 이유에 대해서는 "메르스도 한국 여자들 때문이다"는 발언이나 메르스 격리에 응하지 않은 여성들을 비난하던 남성들에 화가 나 '메갤'로 여성들이 모였다는 설이 있으나 확실하진 않다. 아무튼, 이곳은 어마어마한 '미러링 판'이 되고 만다. 여성을 향한 남성들의 성차별적 언행을, 거울에 비추듯 남성들에게 되돌려준 것이다.

미러링을 통해 졸지에 외모 평가와 일반화의 대상이 된 남성들은 불쾌해했다. 그러나 일베와 주류 남성들의 언어를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고 해서 이들이 '혐오집단'이 되는 것은 아니다. 미러링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있는데, 미러링은 혐오를 혐오로 갚는 것이 아니라, 혐오집단을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물론 '막말'을 해놓고 이것은 미러링이라며, '미러링'의 개념을 오용하는 이들이 있지만, 초기 '메갤'의 미러링은 남성들의 언어 행태를 전복하는 데 가까웠다).

이들의 '미러링'에는 남성들의 여성혐오를 조롱할 의도가 분명했고, 남성들이 스스로 지금까지 어떤 행동을 하고 살아왔는지 깨닫게 하는 효과도 가져왔다. 이것은 '남성 혐오'가 아닌 '여성혐오를 혐오'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미러링이 어렵고 이해 못 할 수 있는 전략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미러링 전략' 그 자체가 지금 메갈리아가 비판받는 내용처럼 다양한 사회 혐오를 발생시킨다고 볼 순 없다.

미러링으로 유명해진 메갤은 지난해 8월, '메갈리아'라는 독립 사이트로 옮긴다. 그러나 사이트가 만들어진 지 채 4개월이 안 돼 급격히 이용자 수가 줄어든다. 메갈리아 안에서도 비교적 '과격파'에 속하는 이들이 사이트에서 큰 힘을 발휘한 측면이 있었고, 이들이 '온건파'의 입지를 위축시킨 게 가장 큰 이유였다는 설명이 많다. 한 메갈리아 유저는 메갈리아 내에서 유저 내의 다툼을 이렇게 설명한다.

"낮에는 소위 나 같은 '도덕충'이 많았다. 소수자·약자 혐오에 반대했고, 무작정 까는 분위기도 없었다. 그런데 밤에는 조금 더 강경하게 구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를테면 성매매 여성을 '왜 성노동자라고 부르느냐, 창녀 아니냐'는 식으로 비하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들과 매번 싸울 수밖에 없었다."

"'이를테면 딸이 태어나서 가장 먼저 만나는 한남충은 아버지다'라는 글이 올라온다. 그러면 '우리 아빠는 안 그러는데'라는 글도 올라오고 그랬다. 사실 그렇게 싸우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페미니즘에 대해 한국에서 말할 공간이 생긴 게 얼마 안 됐으니까 치고박고 하는 게 당연했다고 본 것 같다."

메갈리아4와 워마드, 그 간극에 대하여

 메갈리아4와 워마드
 메갈리아4와 워마드
ⓒ 메갈리아4·워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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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리아에서 "게이도 여혐한다"며, "동성애자 인권 챙길 필요 없다"는 글이 올라오고, 이는 SNS에서도 큰 논란을 일으킨다. 페미니스트들이 약자·비주류와 연대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들을 혐오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인식한 메갈리아의 운영진들은 게이를 비하하는 몇몇 단어의 사용을 금지했다. 이런 조치에 반발한 유저들은 '워마드'라는 새 사이트를 만들게 된다.

어떤 운동이 커지기 시작하면 필연적으로 분파가 생기기 마련인데, 지금 한국의 여성운동 움직임의 가장 극단에 워마드가 자리 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곳은 여성운동 단체가 아니다. 소수 인권 안 챙긴다. 여자만 챙긴다. 도덕 버려라"는 워마드의 강령만 보더라도 워마드의 극단주의는 여성운동일지언정, 다른 페미니스트들에게조차 거부감이 드는 방식을 택하고 있음은 확실해 보인다. 이들은 메갈리아의 주요 지지층이었던 '대형 여초 카페'에서도 논란을 몰고 다니고 있다고 한다.

한편, 메갈리아가 만들어질 당시 비슷한 시기 생성된 페이스북 페이지 메갈리아4는 메갈리안 사이트의 이용자가 줄어들기 전부터, 비교적 '온건한' 쪽으로 분류됐다. 메갈리아의 점점 과격해지는 방향에 버거워하는 기색을 표하던 이용자들은 댓글로 "넌 그냥 메갈리아4로 가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메갈리아4는 미러링에 의해 만들어진 몇몇 단어를 사용했지만, 페이지에 올리는 콘텐츠들은 민우회나 <여성신문>처럼 여성혐오 범죄 문제를 지적하거나, 여성 인권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올리는 게 대부분이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공분을 일으킬 만한 성차별·여성혐오 비판이 주를 이뤘다는 이야기다.

일부 남성 커뮤니티 유저들이 제기하고 있는 '워마드=메갈리아(사이트)=메갈리아4' 동일체론(?)의 문제는 이러한 각 커뮤니티의 정체성, 그리고 다양한 페미니스트 사이에서의 차이에 대해서 무시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5일 워마드 설립 당시 메갈리아4는 "동성애 혐오적인 발언과 아웃팅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폭력의 기류에 동의하지 않으며 반대한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약자를 일반화하는 전형적인 방법, 메갈리아 공격에서도 보여

 넥슨 성우 교체 사태를 촉발시킨 메갈리아4의 티셔츠. 'girls do not need a prince'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넥슨 성우 교체 사태를 촉발시킨 메갈리아4의 티셔츠. 'girls do not need a prince'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 메갈리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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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젊은 페미니스트들이 마음껏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인터넷상의 공론장은 흔치 않다. 메갤-메갈리아 사이트가 사실상 처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군가는 메갈리아를 흔치 않은 페미니즘 공론장으로 생각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소라넷 폐지나 몰카 방지 등에 큰 힘이 되는 여성운동의 주체 중 하나로 인식했을 것이다.

그런데 메갈리아4에서 만든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 또 누군가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탄압받는 것을 반대했던 사람들,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들까지 '전부 메갈리아-워마드 내의 극단적이고 비윤리적인 언행을 지지하는 사람'으로 몰아가는 것은 전형적인 낙인찍기다. 메갈리아를 공격하는 사람들은 심지어 '김자연 성우 지지자 명단'을 만들어 이들이 메갈리아 티셔츠를 입은 성우를 지지했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적으로 배제하려고 시도했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북 논란과도 비슷하다. 집회에 나갔다고 해서, 진보정당에 가입했다고 해서 '종북'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보수 세력과 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말을 지어내서 '종북'이라고 칭한다. 강자가 약자를, 주류가 비주류를 억압하는 방식이 메갈리아 공격에서도 반복된 것이다.

메갈리아 티셔츠는 문자 그대로 '왕자는 필요 없다'고 해석하면 된다. 거기서 "한남들 다 죽어버려"식의 남성혐오를 발견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는 물론 의도 확대의 오류다. 마치 통합진보당이나 민주노동당 깃발만 보고 곧 "김정일 만세"를 연상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메갈리아를 공격하는 이들은 자꾸 메갈리아와 메갈리아 티셔츠에 자신들이 상상하는 '남자 잡아먹는 마녀'식의 이미지를 부여하려고 한다. 이러한 '메갈리아 혐오' 전략은 메갈리아에 대한 온당한 평가를 가로막고 있다.

메갈리아는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같은 여성혐오 범죄와 일상적 성차별이 만연한 사회에 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이트다. 그리고 여성인권을 향상하려 한다는 분명한 목적 의식이 있다. 때문에 스펙트럼이 다양한 '영 페미니스트'들이 이곳에서 활동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부분을 인정하지 않고 단순히 '미러링' 전략을 썼다는 이유로 일베와 똑같은 '혐오 집단'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메갈리아가 갖고 있는 운동성을 고의적으로 외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불편하다고 나쁜 것은 아니다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추모행진 지난 17일 새벽 서울 강남역 부근 남녀공용화장실에서 30대 남성이 20대 여성을 살해한 사건과 관련, 21일 오후 강남역과 사건 현장을 오가는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추모행진'이 수백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지난 5월 17일 새벽 서울 강남역 부근 남녀공용화장실에서 30대 남성이 20대 여성을 살해한 사건과 관련, 5월 21일 오후 강남역과 사건 현장을 오가는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추모행진'이 수백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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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들의 모든 투쟁은 불편하다. 특히 약자가 아닌 이들에겐 더 불편하다. 공격적이고 소란스럽고, 심지어 강자들이 누리고 있는 것들을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당연히 "잘살고 있는데 왜들 그러느냐"라는 볼멘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그렇다고 해서 그 투쟁들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건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메갈리아의 '젠더 투쟁'은 상대적 강자인 남성들을 불편하게 만들었고, 지금 남성들은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 대가'(사회적 배제)를 치르라고 요구하며, '올바른 페미니즘'을 하라고 외친다. 그러나 이들이 말하는 '올바른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며, 이것이 '불편하지 않은 온건한 페미니즘'을 원하는 목소리라면, 기득권이 편안하게 느끼는 사회 변혁 운동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고 되묻고 싶다. 

물론 메갈리아의 과격파들과 이들이 독립해서 만든 워마드의 '도덕을 버린' 언행들은 비판받을 지점이 많다. 나 역시 이들의 '약자·소수자 혐오'에 반대한다. 그러나 이는 과도기적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흑인민권운동에서 상당한 역할을 한 맬컴X 역시 케네디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 '사필귀정'이라고 말하는 등 강한 흑인우월주의 성향을 보였다.

우리 민주화운동에서도 독재정권에 반발하는 형태로, 북한 정권을 추종하는 세력이 등장하기도 했으며, 수많은 노동계 시위에서는 시위대가 방어하고 있는 경찰을 공격하는 일이 다반사다. 이처럼 약자의 운동이 언제나 도덕적이고 반폭력의 형태를 보일 수는 없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 오히려 문제는 '과격한 모습'만 부각하며 메갈리아의 '페미니즘'을 폄하하는 행위다. 정작 미러링의 대상이 됐던 수많은 여성혐오 글들과 콘텐츠는 외면한 채, '도덕'과 '상식'을 외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근본적으로 메갈리아의 출현은 가부장제 속, 여성을 차별하는 사회에서 남성들의 '폭력'을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목소리의 반영이었다. 누가 이 사회의 가해자였나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메갈리아에 대한 마녀사냥은 중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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