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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노련한 연기로 상대를 속인다 하더라도 진실을 알고 있는 몸에선 다양한 반응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전과 다르게 심장이 빨리 뛰거나 안색이 창백해지고, 자신도 모르게 코끝을 문지르고 하는 것들이 그 증상으로 들 수 있겠다. 당신의 말보다 먼저 몸이 '사실 저는 거짓을 말하고 있어요'라고 발설한 셈이다.

거짓말탐지기검사관은 사람의 몸에 센서를 부착하고 생체리듬에 따라 그 사실에 대한 진위 여부를 검사한다. 꾀를 써서 남을 속이고, 혼자만이 진실을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인간의 오만함이 과학 앞에서 무기력해지는 순간이다. 아직 100% 정확하다고 볼 수 없지만, 실제 검사 결과와 법원의 판결 결과를 비교분석해 보면 90% 이상이 일치한다.

거짓말탐지기검사관 정윤성씨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1992년 대검찰청 과학수사과 소속 심리분석요원으로 입사한 후 2002년까지 다양한 사건들에 대한 검사를 실시했다. 수사과정에서 사람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노력했으며, 현재는 사설 거짓말탐지기 조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일반인들이 겪는 다양한 갈등을 조율하며 문제해결에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난 6월 30일 남부터미널 인근에서 정윤성씨와 인터뷰했다.

정윤성씨
 정윤성씨
ⓒ 남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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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짓말탐지기검사관은 무슨 일을 하나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거짓말탐지기검사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에 소속되어 공직자로서 각종 사건들에서 당사자의 진술이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 어느 쪽 진술이 진실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검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공직에 있다가 퇴직 후 사설검사관으로서 활동하고 있는 분도 있습니다. 사설검사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분들은 실제로 몇 분 되지는 않습니다. 주로 일반인들이 부부 간, 연인 간, 지인 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찾아오십니다.

최근에는 기업들이 정보보안이나 직원 채용 시 면접의 마지막 단계로 이 검사를 실시하고 있는 곳도 있으며, 점차 확산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저는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사건들에 대한 검사는 많이 했습니다. 검사를 통해 누명을 벗게 한 경우도 있었고, 검사 후 자신의 죄상을 자백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습니다."

- 100%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요?
"정상인이 거짓말을 하게 되면 그로 인한 두려움으로 호흡 불안, 동공의 크기 변화, 식은땀의 분비, 혈압 및 맥박의 변화 등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 검사는 여러 가지 자율신경계의 변화 중 일부를 일정한 조건 하에서 장비로 기록한 후, 기록된 생리 반응 데이터에 근거하여 검사 당시 피검사자 진술의 진위를 추론하게 됩니다.

이러한 심리·생리적 원리에 근거하고 있으므로 검사 당시 피검사자의 심리적, 신체적 조건, 검사할 사안의 검사 적합성, 정확한 검사 질문의 작성, 공정한 검사 진행 등이 검사에 영향을 많이 주므로 정확하게 나온다고 보면 됩니다. 이중 피검사자의 심리적, 신체적 조건은 검사관이 노력을 다하지만 가끔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어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조건이 다 갖추어진다면 그 결과는 정확할 수밖에 없습니다.

참고로 대검찰청에서 주기적으로 검사 결과와 법원에서의 판결 결과를 비교 분석하는 작업을 하는데 최근 자료에 의하면 거짓말탐지기검사결과와 법원판결이 90% 이상 일치한다고 결과가 나왔습니다."

- 일상 속 거짓말을 분별할 수 있는 노하우에 대해 알려주세요.
"상대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판단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의 표현은 언어적 표현도 하지만, 비언어적 표현도 있기에 상대를 잘 관찰하면 어느 정도는 판단해 낼 수 있습니다.

언어로는 평소와는 다르게 특정 내용에 대해 언급할 때, 말실수를 한다든지 말을 더듬는다든지 진실성을 강조하기 위해 하느님, 신, 조상님, 부모님 등을 언급한다든지 등의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비언어의 경우 특정 내용에 대해 말을 할 때 시선을 회피한다거나, 안색의 변화가 있거나, 얼굴 표정이 불편하거나, 팔다리의 위치가 자연스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상에서 언급한 특징들은 그 사람만의 습관이나 버릇일 경우도 있으므로 진실을 판단하기에는 신중을 기해야 하지만, 위의 언어적, 비언어적 증상이 3가지 이상 나타날 때, 대개 거짓이라고 판정할 수 있습니다."

정윤성씨
 정윤성씨
ⓒ 남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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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검사로 인해 어떤 사건을 더 쉽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수사기관 내에서 검사의 역할은 거짓을 말하는 사람을 탐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짓을 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억울하게 누명쓰는 경우를 방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사기관 내에서 피의자의 인권 신장에 기여하는 것이 더 중요한 기능입니다.

고대 서남아시아 제국의 수도 바빌로니아에서 발견된 점토판에서 사람이 거짓말할 때의 징후에 대한 기록이 발견되듯 사람의 마음에 대한 연구는 수천 년 전부터 인간의 관심사였던 것 같습니다. 현대과학에서도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비는 계속 발전할 겁니다. 

지금은 피검사자의 몸에 센서(Sensors)를 부착하는 접촉식 장비지만, 미래에는 비접촉식 장비로 바뀔 것입니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고자 하는 사람의 욕구는 변하지 않을 것이고, 사회 내의 인간관계가 더욱 밀접해져 갈수록 갈등도 커질 것이기 때문에 지금보다 검사가 필요한 경우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 역으로 이 검사를 당해본 적은 없으세요?
"거짓말탐지기검사관양성교육을 받으면서 교육생들 간에 모의사건을 만들어서 서로 검사한 경우 말고는 없습니다. 다만 집에서 비상금 관련하여 아내에게 거짓말을 하였는데, 들통이 나서 곤란했던 경우는 있습니다. 여자들의 감은 거의 거짓말탐지기 수준인 것 같습니다."

- 직접 한 거짓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어렸을 땐 주로 어머니에게 용돈을 타내기 위해서 한두 번 했던 것 같네요. 어려웠던 시절이라 주로 참고서 산다고 돈을 타서 썼던 것 같네요. 어머니는 알고서도 그냥 넘어갔던 것 같습니다. 결혼을 하고서는 주로 와이프에게 가정의 평화를 위해 거짓말을 했던 것 같습니다."

- 이 직업을 꿈꾸고 있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기본적으로는 인간의 마음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탐구에 대한 호기심도 있어야 하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그분의 인생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이므로 사람들과 만나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기본적인 자질은 있다고 봅니다.

일반적으로 수사기관에서 근무하는 분들 중 심리학 등 기초교육과정을 이수한 후 검사기법 등 실무경력을 쌓아야 합니다. 보통 6개월 이상 걸립니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각광받는 직업 중 하나입니다."

- 앞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계신가요?
"일반인들이 거짓말탐지기검사를 어떻게 준비하며, 나아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이해하기 쉽도록 책(가칭 <거짓말탐기기도 거짓말을 할까?>)을 발간하기 위해 집필 중입니다. 여건이 된다면 금년 내에 출간이 될 것입니다. 이 검사가 실제로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검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며, 이는 국민들이 자신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부당하게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없도록 노력하는 것이 저의 사명인 것 같습니다. 국가 중요 부서에서 거짓말탐지기가 제대로 활용된다면 많은 부정·부패가 없어지지 않을까 상상을 해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태그:#거짓말, #심리분석요원, #거짓말탐지기검사관, #유망직종, #이색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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