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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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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7일)는 중복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복달임음식으로 삼계탕을 많이 먹습니다.

아내가 퇴근하면서 전화를 했습니다.

"오늘 복날이네. 잘 아는 집에서 토종닭 한 마리 샀어요. 닭백숙 해드릴게요."
"그래 고마워. 내 준비할 게 뭐 있어요?"
"내 가서 다 할게요. 아참, 우리 거둔 마늘로 한 주먹만 까놓으면..."


아내는 집에 오자마자 부랴부랴 닭백숙을 만들었습니다. 수삼 몇 뿌리, 황기, 대추, 깐 마늘 등을 압력밥솥에 넣고 푹 끓였습니다.

토종닭이라 어찌나 큰지, 둘이 먹고도 엄청 남았습니다. 고기도 쫄깃쫄깃하고 국물도 구수했습니다.

오늘 아침.

"아침은 닭죽 끓일게요?"
"어제 백숙에다가?"
"아무튼 내 솜씨 발휘할 것이니까 기대해보세요."

어제 남은 백숙에다 마늘을 몇 개 더 넣습니다. 불린 현미찹쌀을 넣고 압력밥솥에 한소끔 푹 끓입니다.

"뭐 별거 아닌데, 솜씨를 발휘한다고 그래?"
"그런가? 이따 맛을 보면 기가 막힐 걸요!"
"다른 반찬으로 뭐?"
"아삭이고추나 대여섯 개 따오셔?"


무슨 비법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기대를 갖게 하는지?

아무튼 아침이 차려집니다. 옴팍한 큰 접시에 닭죽을 담아냈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 죽이 먹음직스럽습니다. 반찬으로 달랑 쌈장과 아삭이고추 대여섯 개. 정말 단출하고 소박한 밥상입니다.

아내는 앞 접시에 닭 고깃살 몇 점과 죽을 떠서 내게 건넵니다.

먹는 내 표정을 살피며 묻습니다.

"어때요? 현미찹쌀이 들어가 찰지면서도 씹히는 맛이 좋지요?"
"퍼진 쌀죽보다 훨씬 맛있는데!"
"그러니까 뭐랬어요? 내 솜씨 발휘한다고 했잖아요?"
"찹쌀현미 넣은 거 하고, 끓여내는 시간이 비법이구먼!"


맛있다는 말에 아내는 기분이 좋은 모양입니다. 맛있다는 말은 음식을 준비한 사람에 대한 덕담입니다.

좀 싱거운 닭죽에다 아삭이고추를 쌈장에 찍어먹으니 궁합이 잘 맞습니다.

"닭죽에 아삭이고추 먹을 생각을 어떻게 했어?"
"닭죽은 단백질 영양 만점이고, 풋고추는 비타민으로 최고잖아요? 또 맵지도 않고!"


아내 넉살에 웃을 뿐입니다.

복날 뒤풀이 음식이라 해야 하나? 속이 편안하고 든든한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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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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