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안산시의회 로비에 걸려 있는 펼치막. 김진희 의원을 비난하는 내용의 문구. 자진탈당을 요구하고 있지만, 김 의원은 '지지해준 시민들이 있어 그럴 수 없다'라고 밝혔다. 비례대표라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는다.
 안산시의회 로비에 걸려 있는 펼치막. 김진희 의원을 비난하는 내용의 문구. 자진탈당을 요구하고 있지만, 김 의원은 '지지해준 시민들이 있어 그럴 수 없다'라고 밝혔다. 비례대표라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는다.
ⓒ 이민선

관련사진보기


더민주 천막농성장 전경.
 더민주 천막농성장 전경.
ⓒ 이민선

관련사진보기


힘없는 단체나 개인이 자신의 주장을 알리거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하는 것으로 알려진 '1인 시위'와 '천막 농성'을 막강한 권한을 가진 시의원들이 하고 있다. 더군다나 소수당도 아닌 다수당인 안산 시의회 더민주가 모든 의사일정을 거부한 채 열흘 가까이 시위와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천막 농성 첫날인 20일에는 본회의장을 점거해 회의 진행을 막았다. 이로 인해 시 행정에 꼭 필요한 조례안 30여 건이 발목이 잡혀 있어 시민들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중 가장 시급한 것은 시금고 관련 조례 개정(안)이다. 빨리 통과하지 않으면 올해 말 계약이 만료되는 시금고 재선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지난 27일 더민주가 천막농성을 하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안산시의회를 방문했다. 의장·부의장 선출 문제로 인한 갈등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그 바탕에는 야권 분열로 인한 후유증이 깔려 있고, 정당 공천제의 폐해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

야권 분열 후유증, 정당 공천제 폐해가 똬리 틀고

이 사태는 지난 11일 소수당인 새누리당 이민근 의원이 시 의장으로 선출되면서 시작됐다. 다수당 의원이 의장을 하는 관행이 깨진 것이다. 안산시의회는 더민주 11명, 새누리 9명, 국민의당 1명으로 구성돼 있다. 더민주 1명과 국민의당 1명이 새누리 후보에게 표를 주면서 벌어진 일이다. 당시 더민주 시의원 10명은 기권했다.

그 뒤 새누리는 더민주에게 부의장과 운영위원장, 도시환경위원장을 공식 제안했으나, 더민주는 이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자 새누리와 국민의당 등은 더민주가 빠진 상태에서 지난 15일 이른바 교황식 선출방식으로 더민주에 등을 돌린 김진희 더민주 의원을 부의장으로 선출했다. 교황식 선출 방식은 후보자 등록 없이 의원들이 무작위 투표를 해서 의장단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인기투표 방식과 비슷하다.

5일 뒤인 지난 20일, 새누리 등이 임시회를 열어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려 했다. 그러자 더민주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점거해서 이를 막았고, 곧바로 1인 시위와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이와 관련, 더민주는 새누리 의원과 유화 국민의당·김진희 더민주 의원을 싸잡아 비난했다. 김동규 더민주 대표는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새누리가 초선 여성의원 두 명을 매수해 의장직을 찬탈하고는 그 대가로 김진희 의원에게 부의장을 주었으니, 누가 봐도 야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지난 총선에서 야권이 분열한 게 근본 원인이지만, 두 의원 모두 야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라고 충고하며 "의장·부의장 모두 자진해서 사퇴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책임이 우리에게도 있어 의장은 인정하기로 했다. 부의장만 조건 없이 사퇴하면 천막을 걷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부의장은 야합의 산물이기에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해명기회도 안주고 징계, 당내 의장 경선 할 때는 배제"

의장에 선출된 이민근 의원을 비난하는 내용의 펼침막
 의장에 선출된 이민근 의원을 비난하는 내용의 펼침막
ⓒ 이민선

관련사진보기


김진희 의원을 비방하는 내용의 펼침막
 김진희 의원을 비방하는 내용의 펼침막
ⓒ 이민선

관련사진보기


이에 김정택 새누리 대표는 "우린 의장직에 도전한다고 당당하게 밝히고 선거해서 당선했지, 야합한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준다고 했는데, 그때는 거부하고 인제 와서 무기명 비밀투표로 선출한 부의장을 사퇴하라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또한 "야권 분열과 더민주 내분이 근본 원인이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의원 개인이 소신껏 의사 결정을 못 하게 하는, 당 대 당으로 움직이게 하는 정당 공천제의 폐해이기도 하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유화 국민의당 의원은 "의회 본연의 기능인 집행부 견제를 잘하려면 시장과 다른 당인 새누리 후보가 의장직을 맡는 게 바람직해 보여서 지지했다"라고 밝혔다. '야합'이라는 더민주 주장을 "국민의당 의원으로서 (소신껏) 권리를 행사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내가 없어도 더민주가 11명이라 의장직 지킬 수 있었다. 더민주 내분이 근본 원인인데, 왜 내게 책임을 미루는지 모르겠다"라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유화 의원은 지난 총선 때 김영환 전 국회의원을 따라 더민주를 탈당하고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야권 분열로 지목하는 이유다. 김진희 의원이 새누리 후보를 지지한 이유도 따지고 보면 야권 분열 때문이다. 김 의원은 더민주 공천 탈락에 반발하며 국민의당으로 출마한 부좌현 후보 출정식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당원 자격정지 2년이란 중징계를 받았다.

김 의원은 이 사실을 언급하며 "비록 당은 달라졌지만, 정치적인 아버지 같은 분 출정식에 갔다고 징계한 것은 부당하다. 해명 기회도 없었고, 징계 사실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당 내에서 의장 등을 경선할 때 참석조차 시키지 않고는 의무만 강요한 게 억울했다"라고 새누리 후보를 지지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더민주 의원들은 탈당하라고 하는데, 그러면 비례라 의원직을 잃을 수 있어 그럴 수 없다. 다만, 부의장직은 탈당 촉구 등을 철회하고 저를 비방하는 펼침막 등을 철거한다면  내려놓는 문제를 고려할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더민주는 천막농성장과 시의회 곳곳에 "부의장 자리에 눈멀어 새누리와 야합한 정치 패륜아 김진희는 자진 탈당하라"는 등의 펼침막을 내걸었다. 1인 시위 손팻말에도 이 내용을 적었다. 이와 함께 "더민주로 당선해서 새누리와 야합한 국민의당 유화 의원을 규탄한다"는 현수막도 곳곳에 게시했다. 이와 관련 유 의원은 "현수막만 보면 손발이 떨린다"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관련 기사]
안산, 야당 시의원이 새누리당 의장 선출... '야권분열'


태그:#안산 시의회, #의장잔 선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