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셜리> 속 한 장면. 영화는 일상 속에 있는 공포를 자극한다.

영화 <셜리> 속 한 장면. 영화는 일상 속에 있는 공포를 자극한다. ⓒ 알리 아바시


루이스와 캐스퍼 부부는 전기도 수도도 없는 외딴 숲 속 집에 산다. 이들은 루마니아 출신 엘레나를 입주가정부로 채용해 집안일을 맡기며 함께 생활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루이스는 엘레나에게 자신이 불임이라는 사실을 털어놓고 특별한 제안을 한다. 냉동 보관 중인 자신의 난자를 이식받아 대신 아이를 낳아주면 큰돈을 주겠다는 것. 미혼모인 엘레나는 아이와 함께 살 아파트를 마련하기 위해 이를 수락하지만, 부부의 아이를 밴 뒤 알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며 점점 피폐해져 간다.

영화 <셜리>(2016)는 이란 출신 감독 알리 아바시의 장편 데뷔작이다. 아이를 갖고 싶다는 여성의 욕망을 재료로, 고요한 일상 속 공포를 음산하게 다룬 호러물이다. 2016 부천 판타스틱 국제영화제(BIFAN2016) '월드 판타스틱 레드'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국내 관객에게 처음 선보이게 됐다. 27일 오후 8시 30분 CGV 부천에서 <셜리> 상영 직후 알리 아바시 감독이 무대에 올라 GV(관객과의 대화)를 가졌다.

감독이 이 작품을 연출하게 된 건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하던 중 우연히 대리모의 실상에 대해 알게 되면서부터다. 그는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얻는 일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고 상업적으로도 활성화 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사람의 몸을 돈을 주고 사용한다는 것에 대해 남자로서 큰 충격을 받았다"며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귀신도, 피도, 살인도 없이 관객을 옥죈다.

귀신도, 피도, 살인도 없이 관객을 옥죈다. ⓒ 알리 아바시


<셜리>에는 두려운 모습의 귀신이 등장하지도 않고, 피가 튀고 사람이 죽는 잔인한 장면도 없다. 이렇다 할 만한 극단적인 사건이나 깜짝 놀랄 반전도 없다. 그런데도 내내 섬뜩한 분위기에 사로잡혀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감독은 "악을 다룬 영화나 책은 정말 많다"라며 "가능한 한 클리셰를 피하고, 나름대로 세계를 구축해 새로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구나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악을 다루고 싶었다"며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악을 감지하고 그 정체를 추적하는 과정이 <셜리>가 공포를 자아내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극 중 루이스와 캐스퍼, 엘레나 세 인물 사이의 미묘한 관계와 거기서 느껴지는 긴장감 또한 이 영화가 가진 큰 동력이다. 이에 대해 감독은 "엘레나의 배 속에 있는 아기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서가 아닌 세 사람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며 "세 사람 사이에는 권력 구조가 있고, 이것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감독은 BIFAN2016을 통해 한국 관객과 만난 소감을 전했다. 그는"<셜리>를 통해 최근 많은 영화제에 초청받게 됐다, 덕분에 관객들이 제 영화를 어떻게 보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좋다"며 "한국 관객들은 유럽 관객들보다 지적이고 영화를 자세히 분석하는 것 같다, 영화 속 세세한 부분들까지 알아채 준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이런 영화를 소개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이런 영화를 소개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 알리 아바시



셜리 알리 아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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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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