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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취약계층을 위한 생리대 프로젝트에 대한 글을 개인 SNS에 올렸습니다. 이 글은 27일 현재 3만7천 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고, 약 4000회 이상 공유됐습니다.
 이씨는 취약계층을 위한 생리대 프로젝트에 대한 글을 개인 SNS에 올렸습니다. 이 글은 27일 현재 3만7천 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고, 약 4000회 이상 공유됐습니다.
ⓒ 이지웅씨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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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비밀스럽게 준비해온 프로젝트를 이제 공개하겠습니다. 작년 겨울, 취약계층 여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생리혈과 생리대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당시만 해도 저는 생리라는 게 아프다가 하루 잠깐하면 끝나는 것인줄 알았을 만큼 생리에 대해 무지했습니다.

(중략) 생리대를 사기 위해 마트부터 편의점을 다 가봤습니다. 왜 사람들이 그렇게 비싸다고 한지 알 것 같았습니다. 적게는 1~2만 원 비싼건 몇만 원씩 하는데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거나 혹은 취약계층 아이들이 매달 사기에는 너무 큰 돈이었습니다.

그리고 몇 달 뒤, 뉴스에서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서 자신이 신던 신발 깔창이나 휴지로 생리대를 대신한다는 뉴스를 보게 되었고 저는 곧장 중국에 계신 본부장님께 연락하여 직접 생리대를 제작하기로 하였습니다."

지난 25일, SNS에 올라온 한편의 글이 큰 화제입니다. 글의 주인공은 딜럽(D'LUV)이라는 작은 소셜벤처를 운영하는 이지웅(28)씨.

이씨는 지난해 겨울, 취약계층 여학생과 이야기를 나누다 '생리대 가격이 비싸 구매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곧바로 저렴한 생리대를 직접 제작해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던 찰나, 생리대가 없어 신발 깔창을 사용한다는 여학생의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습니다. 그는 다시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이씨는 이러한 사연을 담은 글을 개인 SNS에 올렸습니다. 이 글은 27일 현재 3만7천 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고, 약 4000회 이상 공유됐습니다. 27일 오후, 서면 인터뷰를 통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래는 이씨와 나눈 일문일답.

'생활하는 데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생리대를 말한 여학생

딜럽(D'LUV)이라는 작은 소셜벤처를 운영하는 이지웅(28)씨.
 딜럽(D'LUV)이라는 작은 소셜벤처를 운영하는 이지웅(28)씨.
ⓒ 이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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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캄보디아 빈민가 아이들의 빈곤, 교육 부재와 같은 사회 문제 해결에 관심이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사회적기업 형태의 소셜벤처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또 평소 국내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독거 노인, 장애인, 유기견, 취약계층 등 사회에서 소외받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2015년 겨울에 우연찮게 취약계층 여학생들을 잠깐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 '생활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이냐'는 저의 질문에 (학생들이) 생리대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사실 저는 그때까지만 해도 생리라는 것에 대해 굉장히 무지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생리는 배가 아프다가 하루면 끝나는 것인줄 알았는데, 그 날 여학생들의 이야기는 저에게는 너무 큰 충격이었습니다.

생리혈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조금만 움직이거나 웃기만 해도 나오는 것이고, 대부분 가만히 있어도 나오기 때문에 생리대를 지속적으로 갈아줘야 했습니다. 또 10대 학생들은 생리 양이 훨씬 많으며, 생리혈이 나오면 어쩔 수 없이 찝찝한 기분이 들기 때문에 사람들이 평균 2시간마다 생리대를 교체한다고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아침 7시에 나와서 밤 10시에 들어가면 하루 평균 생리대가 7~8장 필요한 것이고, 그것을 생리 주기 내내 교체해야 합니다. 생리 주기가 길고 생리 양이 많은 경우 한달 평균 30장 가까이 생리대를 쓰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근처 편의점에서 생리대를 직접 구매해보니 생리대 30장에 2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경우도 있더군요. '소년소녀가장은 대부분 할머니, 할아버지와 사는 학생들인데 이 학생들에게 매달 구매해야하는 생리대 값은 너무 큰 부담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보급형 생리대'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3만7천 개가 넘는 좋아요가 눌렸고 4천회 이상의 공유를 기록했습니다. 이런 반응, 예상하셨나요. 사람들이 이 프로젝트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글을 올리고 갑자기 친구 추가가 엄청나게 들어오기에 SNS에 오류가 난 줄 알았습니다. 사실 이렇게까지 화제가 될 줄도 몰랐고, 저는 그저 취약계층 아이들이 생필품인 생리대를 걱정 없이 사용했으면 하는 바람에 글을 올린 것뿐입니다. ​

학교에서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생리대를 무료로 나눠주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받는 학생들도 전달하는 교사들도 민망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취약계층 아이들이 다른 여학생들과 똑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우리 모두가 그 아이들의 문제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 해결 방법의 하나가 이번 프로젝트인 것 같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응원해주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 최근 생리대가 비싸 신발 깔창을 사용한다는 여학생의 사연에 언론 보도를 통해 전해지면서 큰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SNS 글에서 작년 겨울에 이미 이런 문제점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고 적었습니다. 추진 과정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제가 2015년 겨울에 처음 취약계층 아이들을 통해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접했다고 말씀드렸는데, 사실 이번 프로젝트가 그때 바로 시작된 건 아닙니다. 국내에서 제조공장을 직접 알아보니 단가가 도저히 나오지 않았습니다. 제작 가능한 최소수량(MOQ)도 너무 높고, 편의점이나 마트의 유통수수료는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그렇게 포기해야겠다는 찰나, 올해 봄에 신발 깔창으로 생리대를 대신한다는 취약계층 여학생들의 이야기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다시 프로젝트를 추진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의류 제작을 하다보니 무역 회사와 중국 대형 공장들과 인연이 있었습니다. 본부장님께 혹시 해외에서 생리대를 제작할 수 있냐고 물어봤고, 국내에서 판매되는 제품 중에서도 중국에서 높은 품질로 제작되는 제품이 있다고 하여 샘플을 받아보게 되었습니다.

생리대도 마치 의류처럼 원단을 셀렉하고, 모양(패턴)을 만들고 거기에 기능을 합쳐서 만드는 방식이었는데, 대형 공장의 경우 지금 판매하고 있거나 판매하지 않더라도 기성복처럼 다양한 모양과 기능, 원단을 보유하고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저희는 시스템 중 원하는 원단과, 모양을 선택하고 거기에 기능을 추가하면서 유해하지 않은 생리대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처음 중국에서는 저희가 원하는 대로 단가를 맞추었는데,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생리대를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유통구조를 거치지 않고 저희가 직접 제품을 판매해, 수수료만큼의 이윤을 취약계층 아이들의 생리대 구매 비용으로 사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상 중입니다."

- 아무래도 생리를 일상적으로 경험해보지 못한 남성이다 보니, 프로젝트 진행하며 어려움도 있었을 거 같습니다.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생리대를 착용하고 걷기도 하고 운동도 해보고 다양한 테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생리대를 어떻게 뜯는지도 몰라서 겉에 비닐만 제거해서 그냥 속옷에 넣기도 했습니다. (생리대 뒷면에) 스티커가 있다는 걸 안 후에는 생리대 붙이는 방법을 몰라서 스티커를 제거한 후 살에 붙이기도 했어요.

지금은 주변에서 많은 응원을 해주시고 많은 조언을 해주시지만 처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걸 누구에게 말할 수도 없고, 된다는 보장이 없기에 혼자 끙끙 속앓이를 했했습니다. 일단 생리라는 게 제가 경험해볼 수 없는 것이기에 어려움이 더욱 컸습니다. 또 제가 생리대 제작과정에서 놓치거나 실수라도 하면 '역시 남자는 안 하니까 모르지, 그러니까 이렇지'라는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을 알기에 더 신경 써서 제작하고 있습니다."

- '변태'로 오해받거나 '남자가 왜 이런 걸 하느냐'는 식의 시선도 있었다고 했는데요.
"처음엔 생리대에 대해 알아야 하니 마트에 가서 종류별로 생리대를 다 샀어요. 대형마트, 동네마트, 편의점할 것 없이 종류별로요. 남자가 막 양손 가득 생리대를 들고 다니니까 계산할 때 옆에 아주머니께서 저를 물끄러미 보시기도 하시고, '이거 왜 이렇게 많이 사냐'고 물으시기도 하더군요. 저는 제가 생리대를 제작하게 될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좀 설레발인 것 같아서 그냥 웃고 마니까, 아무래도 몇몇 분들은 '저거 변태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신 것 같았습니다.

아직도 연세가 있으신 남자분들은 제가 생리대 들고 다니면 '남자가 흉하게 이런 거 들고 다니지 말라'고 하시기도 합니다. 그때마다 '요즘엔 생리혈은 부끄러운 게 아니고 너무나 귀한 것'이라고 말씀드려요. 생리를 부끄럽거나 더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의식과 싸우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기도 해요."

변태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같이 문제 해결할 수 있다는 것 보여주고파

이씨가 제작 중인 생리대 1차 샘플. 이씨는 "원단을 더 좋은 순면으로 바꿔서 다시 나오게 될 거 같다"고 말했다.
 이씨가 제작 중인 생리대 1차 샘플. 이씨는 "원단을 더 좋은 순면으로 바꿔서 다시 나오게 될 거 같다"고 말했다.
ⓒ 이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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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생리대, 언제쯤 시판될 수 있을까요.
"일단 천천히 가능한 모든 검사를 거쳐서 진행할 예정이에요. 처음에는 품질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취약계층 아이들을 위해 무조건 저렴하게 만들자고 생각했는데, 이 글을 올리니 생리대를 구매하고 싶다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보급형 생리대'지만 원가를 조금 올리더라도 일반적으로 쓰는 생리대만큼 좋은 품질의 생리대로 새로 제작을 하고 있어요. 사실 국내 생리대 브랜드의 생리대는 정말 최고예요. 저도 세계여행을 다녔지만, 외국에 가면 가장 인기 있는 품목 중에 하나가 대한민국 생리대예요. 그만큼 얇고 부드럽고, 흡수율도 좋고 모든 면에서 다른 나라 생리대보다 뛰어나요.

'(대기업에게) 아이디어를 빼앗기면 어떻게 하냐' '대기업에서 저가형 생리대를 아주 싸게 만들면 어떻게 하냐'고 우려하시는데 그럼 좋은 거죠. 잘 만드시는 분들이 그 아이들을 위해서,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품질 좋은 '보급형 생리대'를 만들어 주신다면 그것도 저는 너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유통과정을 간소화하여 소비자가 생리대를 하나 사면 하나가 기부되는 '착한 보급형 생리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 가을 크라우드 펀딩을 계획 중입니다."

- 제품의 질을 살리되 생리대 단가는 기존 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책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이씨는 SNS에 올린 글에서 유통 없이 생리대를 직접 판매했을 때 생리대 80장을 5000원 정도에 판매할 수 있다고 적었다.) 그야말로 '이상적인' 생리대인데, 과연 실현 가능할까요.
"5000원에 80장에 판매를 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판다면 저희 회사는 단기간에 없어지겠죠? 마진이 하나도 없는 구조는 유지될 수 없어요. 저희 회사가 유지돼야 저희의 생리대도 더 많은 아이들에게 전달될 수 있습니다. 최소한의 마진 구조는 확보를 할 생각이에요.

그래도 분명한 것은 높은 품질의 제품을 한 팩(10개)을 사면 그 가격으로 또 다른 생리대 한 팩(10개)이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기부되는 구조를 유지하는 게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유통 채널 입점은 어렵겠지만, 저희가 직접 만든 홈페이지가 오픈하면 제품을 많이 구매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저희 회사가 알려지는 건 쉽지 않겠지만, 더 많은 취약계층 아이들을 위해서요.

이 프로젝트는 '유통구조를 개혁하자', '폭리를 없애라', '생리대도 싸게 만들 수 있다'는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취약계층 아이들이 걱정하지 않고 쓸 수 있는 생리대를 제공하자'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생리대를 단순히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제품과 합리적인 가격의 1+1 판매 구조를 만들어서 '소비자들이 함께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지요.

사람들이 함께 사회 문제에 공감하고, 자신들의 소비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싶습니다. 남자분들도 생리대를 구매하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저희는 생리대를 1개 사면 1개가 기부되는 1+1 판매 외에도 2개를 모두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기부하는 구조도 구상 중입니다."

- 최근 생리대가 비싼 것은 유한킴벌리 등의 시장 독과점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실제 공정위는 생리대 가격 거품에 대해 조사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유한양행은 제가 너무 좋아하는 회사예요. 초대 회장님이 큰 성공을 뒤로하고 돈을 버는 것보다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더 큰 기쁨으로 여기기도 했고요. 저도 그런 회사를 만들고 싶어서 지금의 소셜벤처를 창업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문제를 놓고 봤을 때 유한킴벌리가 먼저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거나 더 많은 중소기업들에게 기회를 준다면 더 안정적인 구조가 생기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러운 예측을 해봅니다.

저는 너무나 작고, 부족한 사람이라 제가 함부로 이런 문제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대한민국의 경제구조가 너무 대기업에 치우쳐져 있는 것 같아요. 한국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기업이 무너지면 경기가 안 좋아졌을 때 회복이 어렵습니다. 중소기업들이 더 많아지면 무너져도 다시 하나를 만들 수 있고, 높진 않지만 쓰러지지 않는 단단한 구조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대기업이 더 넓은 마음으로 자리를 만들어주고, 중소기업도 책임감을 가지고 서로 협업한다면 더 많은 사회 문제가 해결되고 경제가 발전할 거라 생각합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글을 올린 지 24시간 정도가 되었는데 정말 많은 분의 응원과 조언 그리고 질타도 받았습니다. 저는 그냥 평범한 청년입니다. 공부를 잘했던 것도 아니고, 금수저도 아니고 편모가정에서 자라 '약자를 외면하지 말고,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살자'는 가치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저도 매 순간 겁이 나고 제가 할 수 있을까 두렵습니다. 하지만 용기는 겁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겁이 나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용기를 가지고 많은 아이들이 동등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착한 생리대'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응원, 도움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태그:#생리대 , #생리, #취약계층, #저소득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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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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