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연예인 성폭행 논란. 대부분의 언론은 성폭행 논란을 범죄 보도로 다루지 않고 흥밋거리와 선정적으로만 접근해 관음증을 극대화했습니다. 오마이스타는 하루가 지나면 뒤바뀌는 이 사실들을 따라가며 보도하는 대신 연예인 성폭행 논란이 갑자기 터져 나오는 이유와 그 현상에 주목했습니다. 총 3~4회에 걸쳐 여성 및 미디어 단체와 함께 그 현상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글입니다. [편집자말]
연예인 성폭력 문제가 언론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동안 주로 인터넷 언론을 통해서 흥미 위주로 소비되던 연예인 성폭력 뉴스가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와 종편의 시사토크쇼의 소재로 많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상 무료보편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상파는 그 어떤 매체보다 공공성과 공익성이라는 가치를 우선시 해야 한다. 이는 종합편성채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현재 방송의 연예인 성폭력 관련 선정적 보도행태는 위험수위에 다다랐다. 성폭력의 문제를 부각시키기 위한 공익적 가치와 무관한 수위이다. 성폭력과 연관된 인물들의 자극적 발언과 영상을 여과 없이 내보내는 경우도 많았고, 사건과 무관한 신변잡기적 아이템을 상당수 녹이는 등 '시청률 지상주의'의 단면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이 가운데 사건의 본질을 진지하게 짚는 보도는 발견하기 어려웠다. 그러는 사이 주요 사회이슈들은 묻히거나 축소됐고 일각에선 '현 정부 치부를 감추는 데 종편이 악용되고 있다'는 추측까지 나온다.

연예인 성폭행 사건, 시청자 관음증 유발로만 접근

연예인 관련 보도가 봇물처럼 터지기 시작한 건 지난달 14일 '가수 박유천 성폭행 논란'이 이슈가 된 이후부터다. 박유천이 유명 아이돌그룹의 멤버이자 대표적 한류스타라는 점과 사건 장소가 유흥업소라는 사실을 결합시켜, 화장실 애착에 대한 분석부터 성매매 의혹 제기, '꽃뱀' 보도까지 흥미유발 소재에만 혈안이 됐다. 이런 태도는 '사드배치' 논란과 배우 이진욱, 이민기 성폭행 논란이 혼재된 7월 현재까지도 여전하다.

선정적인 보도에 가장 앞장 선 건 종합편성채널(아래 종편)이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아래민언련)이 박유천 성폭행 논란이 이슈로 떠오른 직후인 6월 14일~15일 종편 3사의 대표적 시사토크쇼를 모니터해본 결과, 프로그램은 대부분 시청자의 관음증을 자극하는 소재에 집중했다.

대표적인 게 '텐카페', '텐프로' 등 업소의 운영방식과 내부구조에 초점을 맞춘 보도다. 채널A <쾌도난마>(6/14)에서 백현주 대중문화전문기자는 "어두컴컴한 지하창고 내려가서 비밀번호 누르고 들어가면 황제들이 머물 것 같이 성처럼 되어있다. 안에 인테리어도 화려하고. 아무튼 텐프로가 사그라들고 텐카페가 라이징하면서 북창동식 풀사(?)로 해서 굉장히 돈을 많이 쓰는 소위 유흥을 좋아하는 남자들이 선호하는 곳으로..."라는 식의 장황한 설명을 늘어놨다. 특히 TV조선은 이런 흥미 위주 소재를 다루면서 업소 현장과 내부 화장실, 당시 상황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하며 관음증을 극대화 하는 데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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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 ⓒ 민주언론시민연합


종업원들의 자극성, 추측성 발언을 그대로 전하기도 했다. TV조선 <이슈본색>(6/15)은 "화장실에서 이렇게 한다는 것은 (여종업원이) 2차를 나갈 마음이 없었던 거 아니냐"라는 남자 종업원의 발언을 취재기자가 고스란히 전했다.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관계자의 단정적 언급을 무분별하게 옮긴 것은 물론 '성매매가 법적 윤리적으로 절대 용납될 수 없는 문제'라는 의식 역시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TV조선 <뉴스를 쏘다>(6/14)에 패널로 나온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의 경우, 사건 장소인 유흥업소 화장실을 언급하면서 실소를 터뜨리는 등 부적절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성폭행 논란'이 일어난 심각한 사건임에도 단지 가십거리 보도로 간주하는 가벼운 인식을 보여준다.

이 같은 종편의 보도태도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 35조(성표현) 2항 "방송은 성과 관련된 내용을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묘사하여서는 아니되며 성을 상품화하는 표현을 하여서도 아니된다"와 제27조(품위유지) 4항 "성기, 성행위, 신체 접촉 또는 외석적 내용 등에 대한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언급" 5항 "그 밖에 불쾌감·혐오감 등을 유발하여 시청자의 윤리적 감정이나 정서를 해치는 표현"을 위반한 것이다.

저녁 종합뉴스도 점령한 박유천 보도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이 포문을 열자 공중파를 포함한 저녁 종합뉴스들도 같은 행태를 이어갔다. 지난달 17일부터 19일까지 방송사의 박유천 보도량은 <표1>과 같다. 채널A, MBN 저녁종합뉴스의 박유천 성추문 관련 보도량은 8건이나 된다. 그나마 4건을 보도한 TV조선은 박유천씨의 추가 성추문을 단독보도하면서 3건을 기록한 SBS와 비슷한 보도량이다.


뉴스 가운데 선정적 보도의 극치는 채널A <그림 속 '화장실 애착'>에서 나타났다. 기자와의 대담 형식으로 이뤄진 이 보도는 박유천씨의 '화장실 집착'을 자세히 다뤘다. 2008년 박 씨가 일본의 라디오에 출연해 아름다움하면 떠오르는 것으로 "한숨, 화장실, 대화를 꼽은 뒤 그림으로 그렸"고, "속옷만 입은 사람과 변기가 그려져 있는" 종이컵 낙서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가운데 얼굴이 여자다. 입이 엑스니까 말을 못하는 거다. 본인도 일정부분 죄책감은 있다. 본인도 자신이 추하다고 생각한다" "남자 변기와 여자 변기를 상징하는 것 같다. 그 위에 쌍으로 키스하는 모습" 등 박씨 그림에 대한 전문가 해석도 덧붙였다. 시사 프로그램과 똑같이 성매매라는 박유천 성추문의 본질은 외면하고 온갖 저급한 가십으로 보도를 덧칠한 것이다.


다른 굵직한 현안에 대한 보도량을 박유천 성추문 보도량과 비교하면 종편들의 부적절한 보도태도는 더 두드러진다. 당시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최유정 변호사(전 부장판사), 홍만표 변호사(전 검사장)의 법정 공방에서 시작된 이른바 '정운호 법조 게이트'와 관련한 새로운 비리정황들이 속속 포착되던 때였다. 채널A와 MBN은 박유천 성추문 보도(8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건을 다뤘다.

이외 존 리 옥시 전 대표가 불구속 기소된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KBS와 TV조선만이 1건의 보도로 겨우 현황만을 전했고 삼성과 MBC의 노조탄압 및 공권력의 집회 탄압 등 '한국의 집회결사의 자유가 탄압받고 있다'고 보고한 유엔 인권이사회의 발표는 JTBC만 조명했다. 세월호가 제주해군기지 공사 기일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철근을 과적했다는 의혹은 7개 방송사 모두 보도하지 않았다.

'한낮의 TV연예'로 전락한 종편 시사토크쇼

'박유천 성폭행 논란'으로 탄력을 받은 방송들의 선정적 보도 태도는 '홍상수-김민희 열애', '이승기 득남 루머', '배우 김성민 사망' 등 새로운 연예뉴스를 통해 지속됐다. 여기에 특정 연예인의 과거사를 짜깁기하거나 사건과 관계없는 가십을 엮는 식의 보도가 상당부분 차지했다. 민언련이 6월 27일~29일 종편 시사토크쇼의 연예아이템 비중을 조사한 결과, 42.9%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

대표적으로 MBN <아침&매일경제>(6/28) '스타의 품격 저버린 연예인들'이라는 제목으로 박유천, 김민희, 유상무 등 최근 구설에 오른 연예인들 소식을 거론했다. 박유천 성폭행 속보와 함께 총 방송 분량이 무려 20여분에 달했다. 채널A <직언직설>(6/29)은 공중파 프로그램 '아침마당' 진행자를 18년 만에 내려놓는 방송인 이금희를 다루면서 하차와 관련된 이슈 뿐 아니라 그의 몸매와 연예사까지 담았다. 20~30대 시절 날씬했던 몸매와 달리 점차 살이 찌는 점을 패널의 발언과 자료 화면을 통해 강조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커피 대신 생수를 마시며 다이어트 했다는 발언을 옮겼다.


최근 소식이 뜸한 연예인들의 근황을 전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MBN <뉴스 BIG5>(6/29)는 '피보다 진한…'이란 제목의 아이템을 통해 태진아가 군 복무중인 가수 김준수의 위문공연 음향장비를 자비로 마련해줬다는 내용과 함께 양아들 1호로 언급했다는 소식 등을 전했다. 그러나 이 내용은 전체 12분 중 절반(6분)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가수 김흥국과 양아들 이정, 김대중 전 대통령과 수양딸인 중국 가수 손열 등 또 다른 이야기로 채우는 데 급급했다.

채널A <직언직설>(06/27)도 마찬가지다. '김혜수의 통큰 의리'라는 제목으로 최근 매니저 결혼식 사회를 자청한 김혜수의 소식을 짧게 전했는데, 대부분 '원조 초콜릿 여신 누구? 김혜수 vs. 채시라 vs. 이미연', '과거 유해진과의 연애', '데뷔 전 조용필 뮤직비디오 출연' 등으로 이뤄졌다. '한낮의 TV연예'로 전락한 종편 시사토크쇼에서 '세월호 특조위 활동시한 종료', '법정시한 넘긴 최저임금 결론', '애경 가습기 살균제 추가 독성물질 확인', '정운호 게이트' 등을 찾긴 힘들었다.

저녁 뉴스 주요소재 된 '연예인 성폭력', '열애설'

연예인 관련 보도는 급기야 저녁 종합뉴스에서도 상당한 비중으로 올라섰다. 민언련이 6월 21일과 22일 이틀간 7개 방송사 저녁 종합뉴스의 주요 이슈 보도량을 비교한 결과, 주요 사회 현안을 외면하는 경향은 여전했다.

먼저 지상파 3사를 보면, MBC가 박유천 성폭행과 홍상수-김민희 열애를 1건 씩 보도했고 SBS가 박유천 성폭행을 1건 보도했다. 반면 정부의 일본군 강제 위안부 사업 축소 등은 무시했다. 지상파 3사는 법조 게이트 수사를 1~2건 씩 보도했으나 그나마도 부실한 검찰의 결과를 받아 적는 수준에 그쳤다. SBS는 박유천 성폭력이 터진 직후인 14일부터 20일까지 총 7건을 박유천 성폭력에 할애해 지상파 3사 중 가장 많은 보도량을 보이기도 했다.

종편에서는 TV조선이 박유천 성폭력, 홍상수-김민희 열애, 가수 이승기씨 득남 루머를 1건씩 보도했고 채널A는 박유천 성폭력만 2건, MBN은 박유천 성폭행과 홍상수-김민희 열애를 각 2건씩 다뤘다. 이들은 모두 법조 게이트와 정부의 위안부 사업 축소를 철저히 외면했다. 특이한 점은 JTBC를 제외한 6개 방송사가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발사 등 '북풍' 이슈와 지역 표심과 직결된 '영남권 신공항' 아이템에는 하나같이 열중했다는 사실이다. 시청률 상승을 위한 선정적 보도에 치중하는 동시에 정부 여권에 유리한 아이템에도 집중하는 모습이다.

민언련 종편 지상파 열애설 성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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