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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교육부가 전국 초중고에 보낸 '사드 찬성' 계기교육 공문.
 지난 24일 교육부가 전국 초중고에 보낸 '사드 찬성' 계기교육 공문.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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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기엔 오늘(27일) 교육부는 무척 기뻐할 것이다. 자신들이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교육을 하라'는 일종의 계기교육 지시공문을 학교에 보낸 사실이 온 세상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학생 없는 데 학생에게 사드 안내하라'는 교육부의 속셈

교육부는 학생들이 없는 여름방학 기간인 지난 24일 '사드는 안전하다'는 공문을 보냈다. 교육대상은 전국 1만2000여 개 모든 초중고의 학생과 학부모였다. (첫보도: 방학했는데... 교육부, 학교에 "사드는 안전" 교육 지시)

교육부는 당연히 방학 중 학생 대상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을 터. 자칫하다간 이 공문이 묻힐 뻔했다. 청와대도 모를 뻔했다. 그런데 여러 언론이 공문 배포 사실을 세상에 알려줬으니 이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없을쏘냐.

사실 이 공문은 전국 학생을 향한 계기교육 지침이 아니라 청와대를 향한 '충성의 편지'였을 지도 모른다.

문제는 교육부가 이런 계기교육으로 위장한 '충성의 편지' 이어달리기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2014년에도 천안함 계기교육 공문을 전국 초중고에 보냈다. 당연히 북한의 소행을 맹비난하는 내용이었다.

이들이 보낸 교육자료엔 전쟁촉구 내용도 적혀 있었다. 초등용 자료 82쪽 '천안함, 연평도 사건 등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결 방안'의 지도 요령으로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우리도 군사력을 키워 같이 전쟁을 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천안함, 국정교과서 홍보 자료에 이어 또...

지난해 말 국정교과서 논란이 한창일 때는 국정교과서 홍보 전단을 전체 초중고에 뭉텅이로 보내기도 했다. 당연히 국정교과서 추진의 당위성을 일방 홍보하는 내용이었다. 교사, 학생, 학부모에게 뿌리라는 것이다.

이들 교육부 공문의 공통점은 특정 생각을 학생의 머릿속에 주입하기 위한 목적을 가졌다는 것이다. 세뇌가 목적이지 교육이 목적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교육부가 올해 3월엔 세월호 안전교육에 나선 교사들을 상대로 징계 으름장을 놓았다. 교육부는 지난 3월 25일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전교조 교육자료에 대해 검토한 결과 부정적인 국가관 조장, 사실 왜곡, 비교육적 표현 등 교육 자료로 부적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활용한 교육활동 금지를 안내하고 계기교육을 실시할 경우 법과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

지난 3월 교육부가 전국 학교에 보낸 '세월호 안전교육' 훼방 공문.
 지난 3월 교육부가 전국 학교에 보낸 '세월호 안전교육' 훼방 공문.
ⓒ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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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도둑일수록 큰 매를 드는 것일까? 아니면 교육부가 하면 로맨스고 교사들이 하면 불륜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교육부가 학생 대상 세뇌 시도를 하는 것은 잘못이다. 교육을 수단으로 삼아 어린 학생을 이용하려는 짓이기 때문이다.

이런 행태를 막기 위한 국제 교육규범은 이미 교육계에 널리 퍼져 있다. 강제성의 금지, 논쟁성의 유지가 바로 그것이다.

정치권력이나 교사가 특정 주장을 강압하거나 주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강제성의 금지' 원칙이다. 또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내용은 찬반 자료를 함께 안내하고 논쟁 식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게 '논쟁성의 유지' 원칙이다.

논쟁성 유지냐, 세뇌교육이냐... 국제 교육규범에서 배워라

이것이 바로 1976년 서독 보수집권당이 마련한 보이텔스바흐 교육협약이다. 이 협약은 이미 전 세계 정치, 역사, 계기교육의 상식이 됐다.

일부 시도교육청이 '사드 계기교육에서 논쟁성을 유지하라'는 후속 공문을 일선 학교에 보낼 것을 검토하고 있는 까닭도 이런 국제 교육규범에 바탕한 것이다. 교육부의 일방적인 사드 계기교육 공문에 맞선 조치다.

그런데 이런 국제 교육규범을 '충성의 편지' 이어달리기를 하느라 바쁜 교육부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교육부가 자꾸 이럴수록 교육은 죽어간다. 지금 교육부는 웃고 있겠지만, 학교는 울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사드 찬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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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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