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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된 <조선일보> 페이스북 내용.
 문제가 된 <조선일보> 페이스북 내용.
ⓒ 조선일보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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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페북 햄버거드립 뭔가 했는데 설마 앞에서 시위하던 여성단체 비유한거임?"(@Ki********)

"조선일보 페북 담당자는 저런 반인륜적 발언을 해도 안 잘리겠지요?"(@ca********) 

"조선일보 페북지기 글들이 논란이 되는 것 같다. 내 보기에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친여권성향의 페북하는 사람들 수준이 거의 일베와 동일하다는 것을 알았었는데 친여권성향 페북 사용자들 중에서는 굉장히 당연한 어투였던 걸로 기억된다."(‏@me*******)

20일 오전 이후 <조선일보> 페이스북에 대한 몇몇 SNS 사용자들의 일갈이다. <조선일보> 페이스북이 '열일' 중이다. 그리고 다수 SNS 사용자들이 <조선일보>에 '열불'이 났다. JTBC 손석희 앵커의 말마따나, '진영논리' 때문이 아니다. '반인륜'과 '반인권'에 가까운 소개 글이 적지 않은 이들에게 분노를 사고 있다. <조선일보> 페이스북이 또 무슨 사고(?)를 쳤을까. 

<조선일보> 페이스북의 눈부신 활약(?)

<조선일보> 페이스북 내용 중.
 <조선일보> 페이스북 내용 중.
ⓒ 조선일보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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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옥 앞에 뭔가 있었을 텐데"

지난 26일 오전, <조선일보> 페이스북 계정은 ""게임 폐인됐다"며 車몰고 넥슨 사옥 돌진"이란 기사에 이런 소개 내용을 달았다. 그리고는 연이은 댓글을 통해 "그 햄버거들은 다 어디로 간 거지"라고 부연까지 했다. 친절하기도 하지. 하지만 이 내용은 "일베나 다를 바 없다"는 평과 함께 27일 오전까지도 맹폭을 받고 있다. 왜 그럴까.

해당 기사는 "경기 분당경찰서는 25일 무면허 음주 상태로 성남시 분당구 넥슨코리아 사옥에 승용차를 몰고 돌진해 유리창 등을 파손한 혐의로 이아무개(33·중국 국적)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는 내용이다. 이씨가 "지난 24일 오전 7시 10분쯤 SM3 승용차를 운전해 넥슨코리아 사옥으로 진입해 1층 유리창 일부를 파손했다가 넥슨 측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넥슨코리아 사옥 앞에서는 지난 22일과 25일 양일간에 걸쳐 여성 커뮤니티를 주축으로 한 항의 집회가 열렸다. 메갈리아 티셔츠를 구매하고 인증했다는 이유로 여성 성우를 교체한 넥슨 측에 대한 항의 성격이었다. 

<조선일보> 페이스북이 의도적으로 연결시킨 "사옥 앞"의 "햄버거"들은 넥슨 앞 항의 시위 참가자들을 가리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조선일보> 페북의 "사옥 앞에 뭔가 있었을 텐데"라는 문장은 마치 이씨의 차가 "누군가를 칠 수도 있었을 텐데"로 비쳐지는 것이다. 더욱이 "햄버거"는 시위 참가자들이 대량 구매해 넥슨 앞에서 함께 먹었다는 그 햄버거를 연상시킬 수밖에 없다.

부연하자면, <조선일보> 페북이 엉뚱한 사건 기사를 통해 넥슨에 항의하는 시위자들을 한껏 조롱한 것이다. 그런데 <조선일보> 페이스북의 도 넘은 '막장 드립'은 비단 이번 한 건 만이 아니었다. 아니, 지난해 11월부터 풍자와 조롱, 패악의 수준을 넘나드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왔다.

이게 젊은층과의 소통이라고?

<조선일보> 페이스북.
 <조선일보> 페이스북.
ⓒ 조선일보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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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지난해 11월부터 페이스북의 운영 방침을 바꿨다. 당시 <더피알>과 인터뷰를 가진 '조페지기'(조선일보 페이스북 운영자를 칭하는 단어)는 운영 방침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관련 기사 : '롸져댓' '오빠야' '1따봉'…"진짜 조선일보 맞나요?").

"최근 페이스북 관리 인원의 절반 정도가 바뀌었다. 알다시피 페이스북 이용자는 10대, 20대, 30대가 많다. 뉴스를 딱딱하게만 접근하기보다 젊은 그들 눈높이에 맞춰서 커뮤니케이션하면 친밀도가 높아지고 기사 클릭 수도 늘 것이라고 본다."

<더피알>에 따르면 <조선일보> 페이스북은 "디지털뉴스본부 내에 소셜미디어팀과 디지털편집팀이 있는데 두 곳의 협의 하에 페이스북을 운영한다"고 한다. 즉, 복수의 운영자가 협의를 거쳐 이러한 표현들을 SNS 상에 배포한다는 것이다. 마치 젊은 독자층과의 소통 시도가 부적절한 표현을 쓰게 만들었다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사실 <조선일보> 페이스북의 이러한 문제적 표현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주 "'이건희 성매매 의혹'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기사에는 "갤럭시4 "저는 0됐습니다", "0퇴물이거든요"란 멘트를 달았고, "경찰 측 "이진욱 고소인, 무고혐의 가능성 높다"에는 "고소인4 "저는 저어언_혀 0되지 않습니다"란 부적절한 소개 글로 원성을 샀다.

특히 "박유천 성폭행 혐의로 세 번째 고소 당해"란 기사에는 드라마 속 장면인 듯한 박유천의 샤워 사진을 걸어 놓고는 "아 빨리 좀 나와요", "화장실을 몇시간을 쓰는 거야 대체"란 멘트를 달아 페이스북 사용자들에게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조선일보> 페이스북은 이렇게 특정 층에게 유행하는 '드립'이라는 미명하에 일방적인 '촌철살인'(?) 멘트를 지속적으로 유포해오고 있다. 이러한 '드립'은 (박근혜 대통령은 예외일 듯하지만) 정치인이나 유명인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수준이 과연 한 언론사를 대표하는 공식 계정이 담을 만한 표현들인지에 대해선 비판적이지 않을 수 없다.

'막말의 시대'를 버텨내는 조선의 장삿속

이른바, '막말의 시대'다. 여기저기 도를 넘은 욕설이 '막말'로 포장되고, 그것이 뉴스와 SNS를 타고 전파되며, 자의든 타의든 그 막말들을 듣고 접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최근에 일어난 일 중엔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쓰레기" 발언이나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민중은 개돼지" 발언이 대표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막말들을 "1등 신문"이라고 스스로 자부하는 언론사의 공식 SNS 계정이 부러 전파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더욱이 그 근거가 "젊은층과의 소통"이라면 더더욱 부적절하다. 'SNS 분위기가 그러니까', 'SNS 사용자들의 근간인 20~40대의 언어 습관이 그러니까'는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일베'의 언어가 오프라인으로 침투한 지 오래다. 같은 맥락에서, 특정층을 향한 공격성과 차별, 혐오의 언어와 시선을 비판해야 할 언론사 공개 계정이 오히려 그러한 행태에 동참할 이유는 없다. 비극(?)적인 사실은, 많은 SNS 사용자들이 이 <조선일보> 페이스북의 멘트들이 <조선일보> 자체의 논조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SNS 사용자들과 넥슨 항의 집회에 동조하는 이들은 '넥슨' 기사 멘트와 관련해 페이스북을 직접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조선일보> 디지털뉴스본부와 소셜미디어팀, 그리고 독자권익위원회 보호위원회 등에 항의 전화와 이메일 등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로 떼어 놓고 보면 단순한 몇 마디 문장이지만, 당사자는 물론 다수의 뉴스 소비자들이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조선일보> 페이스북은 지금도 당당하게 쏟아지는 비판과 댓글들을 감내(?)하고 있다.

개인적으론, 환영한다. 계속해서 그렇게 '<조선일보> 민낯'과 '수준'을 스스로 까발려 주시기를. 어찌됐건, 점차 뉴스 소비가 SNS로 넘어가고 있는 이 시대, <조선일보> 페이스북의 '자폭'에 박수를 보낸다.


태그:#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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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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