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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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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뭐 드시고 싶으신데요?

복날이라며 어렸을 적 도랑물에서 깨 벗고 물장구치며 놀던 고향동무가 찾아왔다. 동네 허름한 삼계탕 집에서 정답게 술상을 마주하고 앉았는데 동무의 어머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나이 50이 넘은, 머리가 반 이상 벗겨진 아들이 못미더워 하시는 전화였다.

"어디냐? 저녁은 먹고 댕기는 거여?"
"예, 어머니, 지금 저녁 먹으려고요. 면목동 상연이하고 같이 먹어요."
"상연이? 방앗간집 손자 상연이?"
"예, 어머니."
"바꿔라."

"어머니~~~, 저 상연이. 건강하시죠?"
"상연이야? 그래 목소리 들으니 상연이가 맞구나."
"예 어머니 상연이 맞구먼요. 흐흐~~~"
"그래 그래, 맞네! 엄마 개울에 빨래하러 나가면 내 치마꼬리 붙잡고 엄마 엄마하고 따라다니던, 지에미 남의 에미 구분도 못하던 그 상연이..."


동무의 어머니께서 옛 생각이 나셨는지 전화를 붙잡고 안 놓아주시어 수저도 안 댄 따끈한 삼계탕은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결국 동무가 수화기를 뺏어 이제 그만 밥 먹어야 된다고 하니 마지못해 끊으시는데 뭐가 그리 아쉬우셨던지 상연이 한번만 더 바꾸어달라신다.

"상연아."
"예, 어머니."
"나 복숭아가 먹고 싶어."
"예, 어머니, 지금 당장 사다가 문규편에 보낼게요."
"국물 많이 나오는 걸루, 나는 딱딱한 거 못 먹어."
"예, 어머니, 지금 당장 사다가 문규 차에 넣어놓을게요."
"오냐."


통화가 끝나니 어머니와 통화하느라 식어버린 삼계탕이 다시 나왔다. 어머니와 약속도 있고 수저를 대기 전에 복숭아를 사다가 동무의 차안에 넣어놓고 와서 앉으니 동무와 그의 아내가 삼계탕 다시 데워야겠다며 웃는다. 그까짓 삼계탕이야 식었거나 말거나 아들의 동무에게 "나 복숭아가 먹고 싶어"라며 스스럼없이 말씀하시는 어머니가 너무도 고마워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어머니, 복숭아 말고 잡수시고 싶으신 거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셔요. 뜨거운 여름 잘 이겨내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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