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조선일보> 페이스북 갈무리.
 <조선일보> 페이스북 갈무리.
ⓒ 조선일보 페이스북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가만 보면 지가 뭐나 되는 줄 알고 거드륵거리는 것들이 모가지에 공구리를 치던데 말이지."

지난 18일, <조선일보> 공식 페이스북 계정이 JTBC <뉴스룸>을 향해 쏟아낸 '막말'이다. 이날 <조선일보> 공식 계정은 "JTBC는 '사드 오역' 사과에 왜 나흘이나 걸렸을까"(26일 현재 "jtbc, 사드 외신 보도 '오역 왜곡'부터 사과하기까지"란 제목으로 교체된 것으로 보인다)란 기사에 "언론사의 보도 오류는 길어도 하루 이내에 정정하는 게 보통입니다"란 소개 글과 함께 위와 같은 댓글을 달았다.

<조선일보> 페이스북 계정은 이미 '막말'과 '개드립'으로 정평이 나 있던 터다. 일례로, 삼성 '이건희 동영상' 파문 기사에 "삼성 갤럭시, '저는 0됐습니다"란 소개 글을 다는 수준이다. 오죽했으면 "운영자가 일베 하느냐?"는 의혹(?)까지 받고 있을까. 그런 성격을 고려하더라도, 해당 소개 글은 JTBC와 <뉴스룸>에 대한 <조선일보>의 적개심(?)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문장이다.

앞서 <뉴스룸>은 지난 17일 오역 논란을 부른 13일 자 "민가 향한 사드 레이더 문제…일본 기지 가보니"란 리포트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뉴스룸>은 앵커 멘트를 통해 "지난 13일 미군 기관지 '성조지' 기사 일부를 발췌, 번역하는 과정에서 오역이 생겨 이를 바로 잡는다"며 "시청자 여러분께 일부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을 사과드리고 향후 보도에 더욱 신중을 기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뉴스룸'은 영문 기사의 일부 내용을 "발전기의 굉음이 작은 마을 전체를 덮어버릴 정도다" "이 지역에서 살 수 있는 건 두 마리의 돼지뿐이다. 사드 포대 근처에 사람이 살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성조지 원문에 따르면 "이 장소 한쪽은 나무가 울창한 50번 자연보호구역으로 막혀 있다. 우리가 알기로 저 안에 사는 건 돼지 두 마리밖에 없다"고 돼 있다.

공식 사과가 나가자 18일 기사가 쏟아졌다. <뉴스룸>이 인용한 미군 기관지 '성조지'의 괌 사드 포대 현지 르포 기사의 문구를 친절하게 재해석까지 한 <조선일보>를 비롯해 여러 매체가 이 JTBC의 오역 정정을 '뉴스'로 다뤘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25일 이번엔 손석희 앵커가 직접 나섰다. 그가 앵커석을 비운 금요일에 다뤘던 이른바 '이건희 동영상'을 직간접적으로 언급하면서 말이다.

손석희의 정면돌파

25일 방영된 JTBC <뉴스룸>의 한 장면.
 25일 방영된 JTBC <뉴스룸>의 한 장면.
ⓒ JTBC

관련사진보기


"지난 13일 뉴스룸의 보도. 사드 포대와 레이더를 배치한 괌 현지 상황과 관련해서 미군 기관지 '성조지'를 인용한 내용을 전해드린 바가 있습니다. 그중의 일부는 이미 지난주 일요일에 정정하고 사과드린 것처럼 오역이었습니다. 더구나 저희들의 오역은 단순한 오·탈자와는 다른 명백한 '잘못'이었습니다. 깊이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한국 제일의 대기업 회장의 성매매 의혹. 세간의 관심은 JTBC가 보도하느냐였지요. 저희가 고민한 것은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그 기업이 어느 기업이고, 그가 누구냐에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동안 뉴스룸은 비록 완벽하진 못했어도 해당 기업에 대한 문제제기성 보도를 힘닿는 한 게을리하지 않으려 노력해왔습니다. 저희들이 이번 사건을 두고 고민한 것은 단지 뉴스의 가치였습니다. 물론 저희들은 관련 내용을 인용보도 했고, 따라서 해당 뉴스에 대한 가치판단은 보도를 하는 쪽으로 내렸던 셈입니다."

"루쉰이 그렇게 말했으니까..."라는 제목의 이 25일 자 앵커브리핑은 26일 오후 6시까지 페이스북에서만 32만1905회 조회를 기록했고, 3000번 넘게 공유되며 반향을 일으켰다. 어느 시청자는 "'(삼성의 외압으로) 사임하게 됐습니다'와 같은 말을 하나 순간 덜컥했다"는 시청 평을 내놓을 정도였다.

이 같은 반향은 손 앵커가 직접 '사드 오역' 논란에 대해 사과한 것도 그렇지만,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건희 동영상' 파문을 직간접적으로나마 언급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22일, "<뉴스룸>이 '이건희 동영상'을 보도하느냐"에 까지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삼성과 JTBC와의 특수 관계를 고려한 매서운 눈초리였다. 그리고 <뉴스룸>은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22일 <뉴스룸>은 "이건희 회장 '성매매 의혹' 논란…삼성 "사생활 문제""란 리포트를 통해 <뉴스타파>가 공개한 영상 속 이건희 회장의 얼굴까지 전하며 인용 보도를 했다. <뉴스타파>를 언급하지 않거나 문제의 영상은 쏙 빼버린 KBS나 MBC와 비교한다면, JTBC의 고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니까, 26일 오후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이 앵커브리핑의 속내를 거칠게 요약하자면 이쯤 되지 않을까?

'우리는 일부 매체에서 몰아붙였던 오역 논란에 대해서는 명백히 사과하고자 한다. 그렇다. 오역은 오보고, 잘못한 거다. 그러나 심지어 말들이 많았던 '이건희 동영상' 파문에 대해서도 정면 돌파하고자 했다. 그렇다면 여타 다른 언론들은 뉴스에 대한 가치판단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우리는 그렇게 하고 싶다.'

지적에서 자유로울 순 없지만, 그럼에도

25일자 손석희의 앵커브리핑 중에서
 25일자 손석희의 앵커브리핑 중에서
ⓒ 피클

관련사진보기


사실, 이 앵커브리핑 역시 논란의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정 정도 "모호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여타 언론과 다를 바 없이 한 번 보도한 것으로 생색을 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가능할지 모른다.

특히나 제목과 관련해 "문화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아큐정전의 작가 루쉰의 말은 중국인들에게 신뢰와 권위로 받아들여졌다"며 '훗날 JTBC 뉴스가 그렇게 말했으니까...'라고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는 의도를 전한 대목은 또 다른 오역 논란을 낳기도 했다. 정지은 문화평론가가 지난 19일 <경향신문>에 게재한 칼럼 "루쉰 선생님이 그러셨어"는 같은 내용의 정반대 판본이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 루쉰 선생님이 그러셨어 http://bit.ly/2aoOlXq)

이러한 논란의 여지에도 불구하고 이 앵커브리핑이 반향을 일으킨 까닭을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삼성이 받고 있는 의심"이란 표현을 포함, JTBC가 '이건희 동영상'을 보도하고 이후 앵커브리핑에서까지 언급하기까지의 복잡한 배경을 감지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리라. <중앙일보>는 침묵하는 그 '삼성이라는 금기'가 작동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 혹자는 이러한 평가와 감안을 과대평가라 일축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래와 같은 손 앵커의 발언은 어떤 카타르시스를 던져줄 수밖에 없다.

"힘 있는 대기업이 그 힘을 가지고 언론사들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면 그것은 정당하지 않습니다. 사실 삼성이 받는 의심은 바로 그런 것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이 사건을 보도함에 있어서 단지 그것이 힘 있는 대기업 회장의 문제냐, 아니냐를 떠나 무엇이 저널리즘의 본령에 맞느냐를 놓고 고민할 수 있는 자유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른바 진영논리에 의해서가 아니라 말입니다. 이상이 저희 뉴스룸이 지난 2주 동안 통과해왔던 문제들입니다."

지상파와 <중앙일보>의 침묵, 뉴스룸을 주목하는 이유

7월 25일 KBS가 보도한 이건희 삼성전자 성매매 의혹 동영상 뉴스
 7월 25일 KBS가 보도한 이건희 삼성전자 성매매 의혹 동영상 뉴스
ⓒ KBS 캡처

관련사진보기


앵커의 쇼맨십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아니, "가만 보면 지가 뭐나 되는 줄 알고"라던 <조선일보>와 같은 멘털리티의 소유자들도 다수일 것이다. 논란을 부른 지난해 '성완종 녹취록' 보도 역시 논쟁이 분분했다. 재판 중인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의 무단 사용 건은 지상파의 '손석희 견제용'이 아니냐는 시선도 다수였지 않은가. (관련 기사 : "출구조사 무단 사용 JTBC, 지상파에 12억 배상" http://omn.kr/f7ev)

반면 "삼성을 제대로 깔 수 있겠냐"던 '손석희 체제' 출범 이후 <뉴스룸>이 분명 나락으로 떨어진 언론·방송 환경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보여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2014년 앰네스티 언론상을 받은 세월호 참사 연속 보도나 2015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제9회 미디어어워드에서 신뢰성 부문 1위를 차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와중에 더더욱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이 '이건희 동영상' 관련 보도였다. <뉴스룸>의 1꼭지와 지상파 메인 뉴스와 보수종편의 그것은 수적으로 단순 비교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중앙일보>의 완벽한 침묵이나 여타 보수매체의 외면에 가까운 무시와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다.

이번 <뉴스룸>의 '이건희 동영상' 보도는 "삼성을 깔 수 있느냐"란 딜레마에서 벗어나 '이건희 동영상'까지도 보도할 수 있느냐 없느냐, 그 후속보도도 가능하겠는가로 잣대의 범위를 확대했다고 볼 수 있다. "반성"은 물론 "저널리즘 자체에 대한 고민"까지 언급한 25일자 앵커브리핑은 "저널리즘의 본령"과 맞닿아만 있다면 후속보도까지 지켜나가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지난 2014년 2월 <뉴스룸>은 '삼성 반도체' 노동자들의 '백혈병' 사건을 다룬 영화 <또 하나의 약속>에 주목하고, 이후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를 인터뷰하면서 후속보도를 내보낸 바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시청자들과 매체의 관심은 이제 '삼성가'의 스캔들을 포함한 사건·사고와 부정 이슈까지 <뉴스룸>이 다룰 수 있겠느냐에 쏠릴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161년 전에 보도했던 기사까지 바로잡았다는 신뢰성과 생명력을 담보해 내는 <뉴욕타임스>와 같은 매체들의 지속적인 확산이다. 손석희의 '고민'과 '약속'이 어디까지 지켜질지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이유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태그:#손석희
댓글19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4,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