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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다며 자신의 얘기를 술술 꺼냈다.
▲ 환한 웃음으로 얘기를 꺼내고 있는 박종명 씨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다며 자신의 얘기를 술술 꺼냈다.
ⓒ 백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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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거든요."

워홀러에게 처음 듣는 대답이다. 첫 질문에서 이런 대답이 나올 줄이야.

"외국인 여자친구가 있어요. 결혼하거든요. 그런데 영어권 국가에서 살아봤어야죠. 그래서 왔어요. 살아보려고요."

박종명(31)씨는 한가득 웃음을 담아 말했다. 그의 얘기가 궁금해졌다.

여친과 함께 오려고 했는데...

"잠시만요."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그는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브라질리언이에요. 저랑 친구인데, 여기서 볼 줄이야."

대화가 끝나자 그에게 물어봤다.

- 영어를 잘하시나봐요?
"아뇨. 유창하지 않아요. 겨우겨우 알아듣고 있어요."

"호주에 왜 오셨나요?"라고 물었더니 예상치 못한 대답이 나온다.

"영어권 문화에서 살아보려고요. 여자친구가 미국 서부에 거주하거든요. 그래서 미국에서 살 수 있는지 미리 실험해보는 거예요."

처음 계획은 같이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오는 것이었다. 결혼 전에 영어권 문화에서 거주할 수 있는지 경험해보려고 했다. 그러나 여자친구 쪽 비자가 문제가 생겼다. 덕분에 혼자 오게 됐다.

- 미국과 호주는 다르지 않나요?
"한국처럼 다르지 않아요. 영어권이고. 또 혼자서 살아본 적이 없어서 도전하는 것도 있고요."

마지막 기회, 놓칠 수 없었다

그의 나이 31살. 워킹홀리데이로 해외를 나갈 수 있는 마지막 때다.

"호주로 결정한 것도 비자 받기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것에 있었어요. 다른 곳에 도전하기에는 나이가 걸려서요."

다른 워홀러와는 달리 돈이나 영어 공부, 영주권 취득이 목적이 아니었다.

"덕분에 여유를 즐기고 있어요. 한국에 있을 때는 정말 바쁘게 살았거든요."

전문대를 나와 군 전역 후 회사에 취업했다. 6년 간의 회사 생활. 여유를 즐길 줄 몰랐다. 휴식이 있더라도 채찍질을 멈추지 않았다. 멈추면 뒤처질 것 같았으니까. 그에게 이런 여유는 배워야 할 것이다.

"여유를 즐기는 것을 잘 모르니까요. 외국인들을 관찰하기 시작했죠. '저 여유를 내것으로 만들어보자'고요. 일부러 외국인 셰어에 들어갔어요. 그래야 관찰이 가능하니까요."

목이 탄 듯 주스를 마시고 있다
▲ 벌컥벌컥 목이 탄 듯 주스를 마시고 있다
ⓒ 백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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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장벽이 더 큰 것 같아요

호주에 오기 전에는 선입견이 있었다고 한다.

"인종차별이라던지 퍽치기 사건이라던지 뭔가 무서웠어요. 걱정도 많이 됐죠. 그런데 인종차별은 없는 것 같더라고요. 언어장벽이 있어서 그렇죠."

그는 영어를 못해서 누리지 못하는 혜택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못 알아들어서 못 얻는 혜택들이 있어요. 상대적으로 오지인(호주 현지인)들은 잘 알아듣고 혜택받잖아요. 거기에서 차별을 받는다고 느낀다고 봐요."

호주에서 지내면서 선입견은 사라졌다. 사람들은 친절했다.

"의사표현을 편하게 하는 것 같아요. 술 마시고 미친 듯이 노래를 부른다거나 하는 걸 보면요."

매번 질문 당하는 '하우아유?'

- 문화적 차이도 많이 느꼈을 것 같아요.
"호주여서 느끼는 차이보다는 한국인과 서양인 간의 차이를 느낀 적은 있어요. 한국인은 정 문화인데 서양인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다보니 삐칠 때도 많았단다.

"한국인들은 뭔가 얼굴에 안 좋은 표정이면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는데 서양인은 신경 쓰지 않더라고요. 눈치를 줘도..."

물건 구입할 때는 당황스러웠다. 매번 '하우아유'를 물어보는 문화.

"뭐라고 대답해야 할 지 모르겠더라고요. 매번 물어보니까. 처음에는 당황스럽다가 이제는 자연스럽게 넘기죠. 경비원과 하이파이브를 할 정도니까요."

유머코드 맞추는 게 힘들어요

외국인 여자친구도 있는 그지만 언어장벽은 높았다.

"일상 대화는 가능해도 디테일한 부분은 잘 모르잖아요. 도구라던지 그런 것들. 지금 레스토랑에서 일하는데 요리도구 종류를 물어보면 멍 때릴 때가 있거든요."

그때마다 알려달라고 말하며 멋쩍게 머리를 긁는다고. 이제는 눈치껏 알아듣는다고 한다.

"가장 힘든 건 유머코드에요. 왜 웃는지 모르겠어요. 뭔가 웃어야 할 것 같고."

어느 날, 동료가 '비 미친 듯이 오지 않아?' 하면서 웃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이유를 몰랐다. 왜 웃는 거지?

"그때마다 멍해요. 다른 사람이 유머라면서 얘기하는데 전 못 알아듣고. 반대로 한국식 유머를 하면 상대가 못 알아듣고."

연애사업에도 곤란하다고. 여자친구가 농담을 던져도 물음표 가득한 표정을 짓는다.

"빈정 상해하더라고요. 그때마다 '어느 시점에서 웃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면 한숨 쉬고. 눈치껏 웃고 있어요. 최대한 코드를 익히려고 하고요."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호주에 와서 가장 좋은 점으로 '하늘 보기'를 꼽았다.

"하루 3번 하늘을 보면 성공한 거라는 얘기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꼭 하늘을 봐요. 여유를 즐기는 거죠. 한국에서는 하늘 잘 안보잖아요."

다양한 외국 문화를 익힐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시드니에서 여러 나라를 접하고 느낄 수 있다.

"언어라던지 음식이라던지. 한국에서는 알 수 없었던 것이죠."

호주에 오는 것을 권한다는 박씨. 그러나 쉽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단다.

"너무 쉽게 왔다가 큰 코 다치고 돌아갈 수 있어요. 준비를 잘 하고 목표를 세워 와야 해요."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그. '미래의 나'에게 이 때를 '재밌게 살고 있었다'로 추억하게 하고 싶단다.

"다음주에 여자친구 보러 미국에 가거든요. 이 인터뷰도 그때 보여주려고 한 거예요. 제가 이렇게 잘살고 있다고요. 아, 블루마운틴은 꼭 가보세요. 진짜 장관이에요."

그는 신신당부했다. 호주에서 얻은 여유를 같이 느끼길 바라는 듯이.

덧붙이는 글 | 시드니 속 한인들을 만납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옮깁니다. 더 솔직하고 더 자세하고 더 내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습니다.



태그:#호주, #시드니, #해외결혼, #이민, #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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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전역한 따끈따끈한 언론고시생입니다!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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