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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마다 삼표그룹 본사 앞에서 진행되는 동양시멘트지부 문화제
 매주 화요일마다 삼표그룹 본사 앞에서 진행되는 동양시멘트지부 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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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2일, 장마전선 북상으로 내릴 거라던 비는 내릴 기미가 안 보이고, 30도를 웃도는 온도에 습도까지 높아 종일 후덥지근하다. 저녁 무렵, 동양시멘트 강원도 삼척과 동해 공장에서 일하다가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500일 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광화문으로 향한다.

이 노동자들은 한국 최초 시멘트 회사인 동양시멘트 사내 하청업체 소속으로 석회석 광산 채굴과 운반 등의 일을 짧게는 2~3년에서 길게는 15~20년 동안 해왔다. 이들은 2014년에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2015년 2월 고용노동부로부터 동양시멘트(주)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에 있다는 위장도급 판정을 받았다. 이는 동양시멘트 하청 업체가 실체 없는 '유령회사'이므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입사할 때부터 동양시멘트의 직원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용노동부 태백지청은 ▲ 하청업체(동일(주), (유)두성기업)들이 도급업무 수행을 위한 독자적인 기계·장비를 보유하고 있지 않고 동양시멘트의 사무실과 장비를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는 점 ▲ 하청업체 대표이사의 보수를 동양시멘트가 결정하고 있는 점 ▲ 동양시멘트가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연장근로와 근로시간·수행할 작업량과 작업방법·순서·업무협력 방안 등을 지시한 점 ▲ 동양시멘트가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격려금이나 인센티브의 지급대상과 지급액·지급일자·회계처리 방법까지 결정하여 시달한 점 등 동양시멘트가 하청업체들의 사업경영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하청업체들은 동양시멘트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할 수 있을 만큼 그 존재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않으며, 동양시멘트가 실질적으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로부터 직접 근로를 제공받고 임금을 포함한 제반 근로조건을 결정하였다며 위와 같은 판정을 했다. 그리고 동양시멘트 측에 하청업체 노동자들과 근로계약 체결 등 직접 고용을 위한 제반 조처를 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동양시멘트는 고용노동부의 결과가 나온 지 1시간도 안 되어 노조 활동에 적극적인 조합원들이 소속되어 있던 하청업체와 도급계약을 해지한다. 한겨울에 101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를 당했지만, 여기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관련된 법 규정이 없다며 집단해고를 수수방관했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동양시멘트가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동양시멘트는 해고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복직시키지 않았다.

노동자들이 정규직을 요구하면 사측은 할 얘기가 없다며 자회사 취업만을 주장하여 작년 말 이후 교섭도 중단된 상황이다. 6월 말 선고 예정이던 근로자지위확인소송 1심 선고는 8월 말로 연기되었다. 그 과정에서 자회사 취업 등의 대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취하하라는 사측의 회유책에 80여 명이었던 조합원들이 집단 탈퇴를 하여 현재 23명이 남아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해고를 당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동양시멘트 정규직 복직을 요구하며 투쟁을 시작했고, 어느덧 500일이 흘렀다. 삼척에서의 투쟁으로 문제 해결이 안 되자 해고 노동자들은 동양시멘트를 인수한 삼표그룹 본사가 있는 서울 광화문 미 대사관 뒤에서 300일이 넘는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7월 9~10일에는 투쟁 500일을 맞이하여 삼척 해변에서 동양시멘트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을 응원하는 1박 2일 해변 가족캠프가 열리기도 했다.

한 달에 잔업 200시간, 월급은 정규직의 40%

정규직 전환 요구가 적힌 동양시멘트지부 몸자보
 정규직 전환 요구가 적힌 동양시멘트지부 몸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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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미 대사관 옆길에 들어서자 함성이 들린다. 소리가 나는 방향을 향해 빠르게 걸음을 옮긴다. 삼표 본사가 있는 이마빌딩 앞에 도착하자 움막 같은 작은 천막 앞에 20명이 될까 말까 한 사람들이 집회를 시작하고 있다. 참석자들의 3분의 2는 하이텍·하이디스·현대자동차 비정규직·세종호텔 등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고, 나머지 3분의 1은 투쟁 현장에 연대하고 있는 시민들이다. 서울에 있는 다른 투쟁사업장 집회에서 만날 때면 늘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네던 김경래(민주노총 강원영동지역노조 동양시멘트지부 수석부지부장)씨가 사회를 보고 있다가 목례를 한다.

김경래씨는 동양시멘트에서 7년 동안 '동일'이라는 하청업체에 소속되어 주유 연료를 넣은 덤프 차량을 운전하거나 부품·엔진 오일 관리 등의 일을 하다가 해고가 되었다. 굴삭기, 지게차, 불도저 등 각종 자격증 소지자인 김씨는 본인의 기술을 활용하여 한달에 잔업을 250~300시간 하면서 열심히 일했다. 인원 부족으로 한 달에 1~2일 쉬는 때도 있었다. 동양시멘트에서 추진하는 사업을 위해 주민 서명을 많이 받아 정규직들 앞에서 동양시멘트 삼척 공장장 표창장을 받을 만큼 회사를 위해 헌신했건만 돌아온 것은 해고였다.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돌아가는 동양시멘트에서 정규직은 4조 3교대로 근무하지만, 비정규직은 인원이 부족해서 3조 3교대로 근무한다. 이렇다 보니 매일 잔업은 예사다.

"정규직은 한 달에 평균 7.5일을 쉬는데,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1개 조가 부족하다 보니 5일을 쉬게 돼요. 한 달에 5일 쉬기도 쉽지 않아요. 주말에 1개 조가 쉬어야 하니까 나머지 2개 조만으로 돌아가는데, 1개 조가 토요일에 16시간 일하고, 다른 1개 조가 일요일 날 16시간 일하게 됩니다."

안영철 동양시멘트지부 사무국장은 하청 노동자들의 월평균 잔업 시간은 200시간인데, 이렇게 일해서 받은 임금은 정규직의 40%밖에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동양시멘트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당수가 최저임금 시급 적용을 받고 있다.

동양시멘트에서는 동일한 작업장 동일한 업무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하거나 서로 교대로 한다. 하청업체에서 7년 근무한 김진영씨가 일하는 공정에서는 동양시멘트 소유의 덤프트럭 한 대를 3명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운행했다. 8시간씩 3명이 3교대로 근무를 하는데, 진영씨가 8시간 근무를 하고 나면 정규직과 교대를 한다.

"제가 근무가 끝나 퇴근하면 정규직 노동자가 '수고하셨습니다' 하면서 제가 타던 덤프트럭에 오르는 거죠. 정규직으로부터 본인이 쉬고 싶으니 대리근무 좀 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우리 일이 안 돌아 갈 때는 동양시멘트 관리자가 회사 안에 있는 다른 소사장제 라인으로 데려가서 일하게 한 적도 있었고요. 같은 현장에서 같은 업무 하는데, 대놓고 차별을 한 거죠."

한 사무실 안에 동양시멘트와 하청업체 관리자가 함께 근무하면서 반장 한 명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에게 업무 지시를 했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출근 서명을 동양시멘트 출근부에 한 번, 하청업체 출근부에 한 번 총 두 번을 했다.

그런데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임금 차별은 물론이거니와 작업복을 정규직에게는 두 벌 주고, 비정규직에게는 한 벌을 주었다. 겨울 방학복도 정규직 모든 노동자에게 다 돌아갔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못 받는 노동자들이 있었다.

자녀 학자금에도 건강검진에도 차별이 있었다. 명절 선물을 줄 때, 전체 선물 리스트 중에 비정규직들에게만 금액 상한선을 지정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없어졌던 점심 식대를 갑자기 비정규직들에게만 한 끼에 2천 원씩 부담하게 하는 일이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정규직들의 인상된 체력단련비 72만 원을 보전하기 위한 금액과 딱 맞아떨어졌다.

지역민의 지원과 희생으로 성장한 동양시멘트의 답례는 집단해고

7월9일~10일 삼척 해변에서 진행된 동양시멘트 해고노동자들을 응원하는해변 가족캠프
 7월9일~10일 삼척 해변에서 진행된 동양시멘트 해고노동자들을 응원하는해변 가족캠프
ⓒ 김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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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례가 끝나고, 첫 발언자인 최창동 동양시멘트지부장이 맨발로 나와 마이크를 잡는다. 반가운 손님을 맞이할 때, 맨발로 나와 맞이하던 우리 옛 풍습이 생각나서 반가운 마음에 맨발로 나왔다고 한다. 투쟁 중에 구속되었다가 석방된 지 아직 3개월도 지나지 않은 최 지부장이 지난 주말에 열린 1박 2일 해변 문화제에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전한다.

"한 분 한 분 뵙고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요. 다음에 오시면 이번에 물 안 빠진 동지들 물에 빠트리겠습니다."

넉살 좋은 사회자 김경래씨가 지부장의 발언을 이어받는다.

"삼척에 그렇게 작은 해변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좋은 고장에 노동자들이 행복할 수 있는 재원이 있는데, 자본가들은 그 마을 안 사람들을 갈라치기 해왔습니다. 동양시멘트 노동자들이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은 단순히 공장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공장 안의 삶을 바꾸는 것입니다."

지난 주말 삼척 해변 문화제에 참석했던 고진수 세종호텔노동조합 위원장이 이야기한다. 동양시멘트 생산직 노동자들은 서로 친인척, 학교 선후배, 동네 형님, 동생이다.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관계다. 이들 중 누구는 정규직으로, 누구는 비정규직으로 살아가고 있다. 동양시멘트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매년 10명 정도 정규직 생산직 노동자 신규 채용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 기준이 의아할 때가 많다. 노동자들 사이에선 채용 비리에 대한 소문도 돈다.

그런데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정규직'은 생의 희망이었다. 힘들고 위험한 일은 비정규직 몫이 될 때가 많았지만, 정규직이 되기 위해 감내해야만 했다. '돈 없고 빽 없이' 지원했다가 4~5번 떨어진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정규직'은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말 그대로 '희망고문'이었다.

동양그룹의 모태인 동양시멘트는 동양그룹의 대규모 부도로 2013년 10월에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나 2년도 안 되어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법원 회생계획을 초과 달성하여 법정관리 조기 졸업을 했다. 이는 삼척시와 시의회, 지역사회 단체,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또한, 동양시멘트의 성장은 하청노동자들의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양시멘트는 위장도급이라는 불법 행위가 드러나자마자 기존의 정규직·비정규직 갈라치기로도 부족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집단해고와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으로 지역민들의 삶과 공동체를 파괴하였다.

법정관리 시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해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지급하던 임금인상 6개월 소급분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정규직이 희생할 테니 비정규직도 희생하라는 요구에 회사가 어려우니 고통을 분담하는 심정으로 받아들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정규직은 소급분을 받고 있었다고 한다.

일식 요리사인 고진수씨 역시 부당해고와 강제전보 등의 문제로 투쟁하고 있는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이다. 그는 콜트콜텍, 양재동 유성기업, 동양시멘트 등 현재 서울 곳곳에 나뉘어 있는 투쟁들을 모아 함께 하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 사회보장정보원과 세종호텔, 티브로드 등 충무로 인근에 있는 투쟁사업장들이 함께 '충무로 공동투쟁'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도 들려준다.

"노래해~ 노래해~"

발언이 마무리되었지만, 고진수 위원장은 마이크를 놓을 수가 없다. 결국 민중가요 <탈환>을 참석자들과 함께 부르고서야 들어온다.

우리가 포기하지 않으면 우리가 이긴다

광화문미대사관 뒤 삼표그룹 본사 앞 동양시멘트지부 농성 천막
 광화문미대사관 뒤 삼표그룹 본사 앞 동양시멘트지부 농성 천막
ⓒ 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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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에서 올라온 김호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은 최근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사측의 업체 폐업과 노조탈퇴 회유 등에 맞서 조합원들이 단결하여 고용승계를 이루어낸 소식을 전해준다. 또, 현재 진행 중인 근로자지위소송 선고에 대한 기대감도 이야기한다. 시간이 갈수록 집회는 풍성해지고, 흥미진진해진다.

"이 투쟁 우리가 이길 겁니다. 왜? 이길 때까지 싸울 거니까요."

다음은 사회자가 기아자동차 소하리 공장에 근무하는 정주현씨를 호명하여 노래를 주문한다. 정주현씨는 먼저 노래 한 곡을 들려드리겠다며 핸드폰을 스피커에 연결하여 노래를 들려준다.

묻지 말아요 내 나이는 묻지 말아요 올가을엔 사랑할 거야
나 홀로 가는 길은 너무 쓸쓸해 너무 쓸쓸해
울지 말아요 오늘밤만은 울지 말아요 아무리 슬픈 일이 있어도
그대가 없이 가는 길은 쓸쓸해 너무 쓸쓸해
애타게 떠오르는 떠나간 그리운 사람
아 그래도 다시 언젠가는 사랑을 할 거야 사랑할 거야

어떤 노래일까 기대했던 청중들의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아직 초복도 지나지 않았건만, 해 질 녘 선선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니 가을 저녁 느낌이 난다. 노래가 끝나자 정씨가 이 노래를 들려준 사연을 소개한다.

"많은 분이 이 노래 제목을 <올가을엔 사랑할 거야>로 알고 있는데요. 1980년에 심수봉 씨가 <순자의 가을>이라는 제목으로 앨범을 냈던 노래입니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대통령 부인 이름을 사용했다고 금지곡으로 지정했습니다."

정씨는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 현실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순자야 문 열어라>라는 영화도 상영 금지되고, 동일한 제목이었던 이 영화의 주제곡도 방송 금지되었다.

"강정마을에서 오셨는데요. 발언은 생략하고 강정 대행진에 대해 이야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사회자의 주문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명료하다. 제주도 강정마을에서 생활했던 적이 있는 시민이 나와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강정 대행진의 동진·서진 코스가 영화 <이재수의 난>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설명도 해준다. 그리고 가을 날씨 같은 광화문에 어울릴 것 같다며 제주도 전통민요 <어영나영>을 부른다.

아침에 우는 새는 배가 고파 울고요
저녁에 우는 새는 님이 그리워 운다 너영 나영 두리둥실 어영
낮에 낮에나 밤에 밤에나 참사랑이로구나

강원도 묵호에 살면서 연대하다가 최근에 서울로 거주지를 옮겼다는 박금란 시인의 시낭송을 끝으로 집회가 한 시간 만에 마무리되고, 나는 선선한 광화문 저녁 바람을 맞으며 걷는다. 이날 오전에 알바노조에서 최저임금 1만 원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하다가 연행되었던 세종대왕 동상을 지나고, 세월호 농성장을 지난다.

케이블방송 티브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농성했던 건물을 지나고, 민주노총 옆길을 지난다. 골든브릿지와 프랑스대사관 옆 발레오 농성장으로 가는 길을 지나고, 정리해고 당한 풍산마이크로텍 노동자들이 일인 시위를 하던 풍산그룹 건물을 지난다. 서러움과 희망이 서린 곳곳에 그래도 다시 사랑을 꿈꾸는 이들의 안부를 전한다.

"정신없이 싸우고 달려오다가 500일이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는데, 마음은 착잡하죠. 서울에서 공대위를 마련하면서 남은 23명의 조합원들이 힘을 받아 삼척과 서울을 오가면서 열심히 연대하며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가 포기하지 않으면 우리가 이긴다는 믿음을 갖고 마음 추스르고 500일 기점에서 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길 수 있겠냐고, 그만하라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요. 저는 이 싸움이 옳기에 하는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정부에서도 정규직이라고 인정했잖아요. 내 목숨 다하는 한이 있더라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지금 심정은 그렇습니다. 삼척 문화제를 통해 우리만의 투쟁이 아니라 전국에서 함께 싸움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동양시멘트지부 김경래)

"어떻게 하다 보니 500일을 오게 되었네요. 투쟁을 빨리 끝내자는 마음으로 많은 걸 하다 보니 16억 손해배상 가압류 청구도 받고, 7명의 동지들이 구속이 되기도 했습니다. 비정규직 투쟁은 최소 1000일 이상은 싸워야 된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그만큼 비정규직 투쟁이 어렵다는 얘기겠죠.

우리는 위장도급이라는 법적인 부분이 있다 보니 대법원까지 가면 4~5년이 걸리는데, 그렇게 계산하니 1000일이더라고요. 그동안 정신력으로 버텨 왔는데,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더군요.요즘은 급하게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마음으로 체력 관리도 하고, 조합원들과 소통도 하면서 여유를 가지려고 합니다." (동양시멘트지부 안영철)

"동양시멘트에서 일하면서 인간 대접을 받지 못했던 게 많았어요. 내 권리를 찾고 당당하게 일하고 싶은데, 혼자서는 힘이 없으니까 자연스럽게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노동부 판정 받았을 때는 정말 좋았어요.

중노위에서도 부당해고를 인정했는데, 여전히 길에서 이러고 있으니 우리가 이런 데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짜증도 납니다. 회사가 회유하면서 내부 갈등이 있었을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노조 안에서 같이 하면서 힘을 한곳으로 모아야 하는데, 개인의 요구나 계산으로 판단하는 모습을 볼 때 힘들었죠. 많이 포기하고 23명 남았는데요. 반드시 이겨야죠. 이 싸움, 질 수 없습니다." (동양시멘트지부 김진영)

덧붙이는 글 | 본 글은 <참세상>에 동시게재 됩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동양시멘트, #비정규직, #위장도급, #삼표, #동양시멘트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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