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밴드의 위용이란! 예상했던 대로 국카스텐의 무대는 밸리록 페스티벌의 마지막 밤을 불태우기에 충분히 뜨거웠고, 빅 탑 스테이지의 메인을 장식할 자격에 있어서도 모자람이 없었다. 게다가 어느 무대보다 많은 관객이 모여 '음악대장'을 더욱 위풍당당하게 만들었다. 여름 축제의 대표격인 '2016 지산 밸리록 뮤직앤드아츠 페스티벌'(아해 밸리록)의 마지막 날인 24일, 이날 라인업의 하이라이트가 국카스텐이었단 의견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첫 곡은 '변신'이었다. 50분의 공연에 워밍업 따윈 필요 없다는 듯, 처음부터 열정의 도가니로 관객을 끌어들였다. 이어진 곡은 MBC <복면가왕>에서도 선보인 '하여가'였다. 이 곡을 부를 때 하현우는 무대 앞에 떨어질 듯 말 듯 걸터서서 아래 있는 경호원을 불안하게 했다. 그만큼 관객에게 다가가려는 그의 의지는 강력했다.

"날씨가 너무 덥죠? 비가 와서 그나마 낫네요. 제 이름이 하현우인데, '비 우(雨)'를 쓰거든요. 비를 몰고 다녀요 제가. 근데 차라리 비가 내렸으면 좋겠어요 전."

하현우는 땀을 뻘뻘 흘리며, 연신 "덥죠?"라고 물었다. 친구나 가족에게 말하듯 친근한 말투였다. 그리고는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며 생수병 몇 개를 관객에게 던져줬다. 흔히 볼 수 있는 록 스피릿 가득한 '물 뿌리기' 대신, 마실 수 있게끔 생수병 째로 던지는 현실적인(?) 모습에서 관객을 생각하는 마음이 묻어났다.


세 번째 곡은 '도둑'이었다. 하현우는 한 곡 한 곡 부를 때마다 어떤 곡을 부르는지 친절하게 소개했다. 호응을 끌어내는 태도 또한 대장다운 리더십(?)으로 충만했다. 박수치는 법을 한 번만 알려줘도 관객은 기가 막히게 리듬을 타며 소울 넘치는 박수로 응답했다. 다음 곡으로 넘어가기 전에 막간을 이용한 '홍보 타임'도 센스 넘쳤다.

"저희가 콘서트가 너무 잘 돼서요." 느닷없는 하현우의 첫 마디에 관객은 동의를 담은 환호를 되돌려줬다. "콘서트 장에서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께서 제게 그러시더라고요, 왜 콘서트를 조금만 하느냐고요."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그래서 오는 8월 21일에 앙코르 콘서트를 잠실체육관에서 열기로 했으니 많이들 와주십사 하는 요지였다. 티켓오픈은 7월 29일이라는 음악대장의 구체적이고도 귀여운 홍보에 관객은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미친 듯이 놀 준비 되셨습니까? 뛰어!"

록 페스티벌에서 들을 수 있는 식상한 멘트도 하현우가 하면 달랐다. 안 뛰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가 고조됐고, 관객은 방방 뛰며 하현우의 록 스피릿에 탑승했다. 두 말이 필요 있을까. 하현우는 비만 몰고 오는 게 아니라, 여름을 통째로 몰고 오는 록의 대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