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범준은 이날 그린/레드 스테이지에서 열정을 불태웠다.

장범준은 이날 그린/레드 스테이지에서 열정을 불태웠다. ⓒ CJ E&M


다짜고짜 말하자면, 장범준의 재발견이었다. 장범준이 이렇게 열정적인 청년이었던가? 장범준은 뜨겁다 못해 폭발할 것 같은 에너지로 가득했다. 그가 뜨겁지 않을 거란 건 기자의 편견이었나 보다. 아마도 MBC <무한도전>에 출연했을 때 그가 했던 말 때문이었으리라. "왜 방송출연을 안 하느냐"는 박명수의 질문에 "방송에 나가지 않아도 음원 수입이 계속 들어오기 때문에 굳이 나갈 이유가 없더라"고 솔직하게 답하던 그 말이 어찌나 인상 깊던지.

하지만 24일 오후 '2016 지산 밸리록 뮤직앤드아츠 페스티벌'(아래 밸리록)에서 본 장범준은 단 한 번의 무대가 간절한 가수 지망생처럼 열심이었다. 쉬지 않고 뛰는데, 저러다가 더운데 탈진하지 않을까 보는 사람이 다 염려될 정도였다. 밸리록의 다른 가수들에 비해 멘트도 현저히 적었다. 최소한의 말만 하고 50분을 음악으로 꽉꽉 채워 달렸다. 심지어 한 곡이 끝나고 다음 곡으로 넘어갈 때 쉼을 두지도 않았다. 한 곡처럼 연결되면서 몰입을 유지한 채 내몰아쳤다.

"배드민턴 치자고 꼬셔 / 커피 한 잔 하자고 불러 / 동네 한 번 걷자고 꼬셔 / 넌 한 번도 그래 안 된다는 말이 없었지 / 꽃송이가 꽃송이가 그래 그래 피었네 / 꽃송이가 꽃송이가 그 꽃 한 송이가 그래 그래 피었구나"

'꽃송이가'를 부르자 관객 호응은 더 뜨거워졌다. 장범준이 배드민턴 치는 동작을 가볍게 툭 할 때마다 관객은 그대로 따라하며 가사 속 장면으로 함께 빠져들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30분쯤 지나자 장범준의 목소리가 쉬었다. "제가 저음에서 목이 쉬는 가수는 아닌데"라고 말하면서도 그는 목을 조금도 아끼지 않았다. 주어진 공연 시간이 다 되어가자 "(다음 스테이지인) 국카스텐 선배님들 보러 가셔야죠"라며 관객의 마음을 꿰뚫는(?) 말을 던져 웃음을 자아냈다. 그리고는 마지막 곡을 부르겠다고 했다.

"저를 여기까지 오게 한 곡입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관객들은 기다린 듯 환호했다. 잠시의 침묵 후 모두가 예상했듯 '벚꽃엔딩'이 시작됐다. 장범준은 "사랑하는 지산 사람들이 많군요, 알 수 없는 지산 사람들이 많아요, 흩날리는 지산 사람들이 많군요 좋아요"라며 노래 일부를 개사해 부르며 관객을 향한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장범준은 관객과 호흡하는 공연을 펼쳤다.

장범준은 관객과 호흡하는 공연을 펼쳤다. ⓒ 손화신


가식도 없었다. 마지막 곡이었던 '벚꽃엔딩'이 끝나자 관객이 앙코르를 외치기도 전에 "(국카스텐의 무대로) 가시는 길에 BGM(배경음악)을 깔아주겠다"며 앙코르 곡으로 '여수밤바다'를 불렀다. 그의 말처럼 '여수밤바다'를 BGM 삼아 빅 탑 스테이지로 향하는 관객도 많았지만, '여수밤바다'의 낭만을 깊이 만끽하고자 무대 앞으로 모이는 관객 또한 많았다. 

"여수 밤바다 이 바람에 걸린 알 수 없는 향기가 있어 / 네게 전해주고파 전활 걸어 뭐하고 있냐고 /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 아아아"

장범준의 노래를 라이브로 듣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한 번에 연속으로 쭉 듣는 것도 처음이었다. 처음 경험한 감상을 요약하자면, 장범준의 노래에는 한 마디로 표현 가능한 장범준 만의 감성이 있다는 것이다. 장범준의 노래에는 '사랑의 열병을 앓는 청년의 모습'이 진하게 담겨있다. 그가 50분 동안 부른 모든 노래에서, 사랑의 열기에 들떠 어쩔 줄 몰라하는 한 청년의 터져버릴 것 같은 마음이 있었다. 장범준의 노래는 그래서, 의외로 봄보다 여름에 듣기 더 좋다는 결론도 내려보았다.

장범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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