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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 하나가 화를 불렀다.
 동전 하나가 화를 불렀다.
ⓒ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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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에 동전을 두면 안돼."

처음 차를 받았을 때 들었던 말이다. 차 안에 동전을 두면 훔쳐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 설마…. 방심은 화를 부른다. 그리고 그 일이 일어났다.

차를 바깥에 세웠놨을 뿐인데...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 날. 잠시 바깥에 차를 세운다. 청소를 하기 위해 들어간 오피스. 한적한 곳이지만 낮이라 안심했다. 무슨 일이 벌어지랴. 밤도 아닌데. 비는 꾸준히 내렸고 청소는 일찍 끝났다. 그리고 마지막 마무리를 위해 쓰레기통을 바깥으로 내놓는다. 비가 너무 많이 와 슬쩍 바깥을 보는 그때.

'탕.'

차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워낙 한적한 곳이라 시선이 간다. 누군가가 문을 닫고 가고 있다. 그런데 그가 나오는 차가 낯이 익다. 내 차와 비슷하다.

'뭐지? 비슷하네….'

내 차 브랜드는 이곳에서는 판매 1위다. 그래서 비슷한 차가 있는 건 어색하지 않다. 문제는 색깔도 똑같다는 것. 차 번호를 본다. 내 차다. 누군가 내 차에서 비닐봉지를 들고 나왔다. 이미 털린 상황. 재빨리 그를 잡는다.

"Hey, what are you doing?!"(이보세요, 지금 뭐하는 거예요?)

소리를 치니 도둑이 뛴다. 정신없이 따라간다. 그는 비닐봉투를 던지며 뛴다. 멈출 수 없다. 계속 쫓는다. 결국 잡았다.

홈리스, 차도둑이 되다

잡았다. 내 차를 턴 그 사람. 행색을 보니 홈리스 같았다.
 잡았다. 내 차를 턴 그 사람. 행색을 보니 홈리스 같았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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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양손을 치켜 들었다. 자신은 더 이상 가진 게 없다는 뜻인 듯.

"내 지갑!"

소리를 친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나는 굉장히 흥분했다. 그는 손가락을 가리켰다. 저기에 버렸다는 뜻인 듯하다. 자기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한다.

"내 키!"

내 키가 그의 주머니에서 빼꼼 머리를 내리고 있다. 나는 그를 잡아 주머니를 뒤졌다. 그러더니 그는 내게 위협을 가한다. 재빨리 손을 잡고 그의 목도리를 잡았다. 도망가지 못하게. 결국 그는 제압당했다.

행색을 보니 홈리스인 듯하다. 비 덕분에 냄새는 덜 났지만 그래도 악취는 남는다. 검정색 가죽재킷에 바지를 입고 있었다. 며칠동안 면도를 안한 듯 수염은 제멋대로 자라 있다. 그에게 지갑과 여권을 달라고 하자 계속 손가락을 내 뒤를 가리킨다. 내게 던진 비닐봉지에 있다는 뜻인 것 같다.

"앞장 서."

그를 데리고 간다. 그와 함께 비닐봉지를 연다. 안에는 차 안에 넣어뒀던 지갑, 여권, 동전, 차량용품, 차량증서 등이 있다. 그때 그가 지갑을 잡으려고 한다.

"이 지갑은 내 거야."

그를 다시 제압한다. 도둑은 계속 자기 지갑이라 외친다.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내 지갑이라고."

도둑이 돈만 달라고 애원한다. 말도 안되는 소리. 비는 온몸을 적신다. 정신은 몸을 흐른다. 주위 상황보다 내가 지켜야 할 것들을 확인한다. 지갑과 여권. 겨우 찾았다. 그 사이 도둑은 도망갔다.

경찰 앞에서 '어버버버'

경찰의 첫 질문은... "너 영어 잘하니?"였다.
 경찰의 첫 질문은... "너 영어 잘하니?"였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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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한 남자가 다가온다. 그는 도둑이 사라진 방향을 보더니 전화기를 든다. 경찰에 연락을 해준단다. 지나가던 호주인들이 널부러진 것들을 주워다 준다. 주섬주섬 땅바닥에 떨어진 동전을 챙긴다. 남자는 내게 비를 피하자며 지붕이 있는 출입문으로 안내했다. 또 다른 사람이 커다란 우산을 쓰고 나타난다. 자기 사무실이 근처에 있다며 추워 보이니 가자고 한다.

"괜찮아요."

추위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괜찮은건가. 잃어버린 건 없나. 그게 먼저다. 차를 보니 뒤쪽 유리가 깨져 있다. 도둑이 문을 열기 위해 사용한 것 같다. 잠시 후 경찰이 왔다.

"영어 잘하니?"

남자 경찰이 물었다. 조금 할 줄 안다고 하자 한숨을 쉰다. 의사소통이 어려울 테니. 옆에 있던 남자가 목격담을 전한다. 경찰은 주소와 이름, 전화번호를 적어갔다. 통역을 부탁할 친구와는 연락도 닿지 않은 상태. 무지와 두려움의 시간이 지나갔다.

그때 사무실로 가자던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커다란 에코백에 옷과 수건을 꺼내준다. 추워보인다며 입으란다. 문득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오지인(호주 현지인)들은 친절해. 무슨 사건이 일어나면 자기 일처럼 도와."

경찰 부를 틈도 없었다

오지인의 친절에 감사하며 집으로 돌아온다. 정신이 없다. 그때 울리는 벨소리. 여러번 전화했던 친구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그가 말한다.

"경찰에 신고 먼저 했어야지."

정신이 없었지만 맞는 말이다. 누구나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일이 막상 닥치면 잘하지 못한다. 그 경험을 직접했다.

"범인 잡히면 범죄 피해 보상해줄 거야. 그러니까 잡았을 때 넘겼어야지."

반드시 잡을 수 있을거라면서 걱정하지 말란다. 덕분에 마음이 좀 놓인다.

결국 유리를 다시 갈았다. 이번에도 300호주달러. 아직까지 범인은 잡지 못했다. 한 가지 깨달은 교훈이 있다면, 차 안에 동전을 두면 안 된다는 점. 홈리스들의 표적이 된다고 한다. 그들이 푼돈을 원하는 건 담배라도 하나 사서 피우기 위해서다. 그들에게 동전은 큰돈이다. 게다가 내가 있던 지역은 우범지역. 각별히 조심해야 하는 곳이다. 300호주달러에 교훈을 얻었다. 액땜이라 치부하고 넘겼다.

덧붙이는 글 | 스물일곱.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왔습니다. 앞으로 호주에서 지내며 겪는 일들을 연재식으로 풀어 내려 합니다. 좀 더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풀어내고 싶습니다.



태그:#호주, #시드니, #차도둑, #홈리스,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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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전역한 따끈따끈한 언론고시생입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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