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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안 무어 님이 글을 쓰고, 메일로 소 님이 그림을 그린 <우리 엄마는 외국인>(봄볕, 2016)을 천천히 넘깁니다.

이 그림책에는 어느 한 나라에 모인 여러 나라 어머니들이 나옵니다. 여러 나라에서 살다가 어릴 적에 어느 한 나라로 왔다는 '외국인 엄마'는 처음부터 외국인이 아니었어요.

이분들은 예전에는 어느 다른 나라에서 수수하게 자라던 여느 어린이었어요. 이러다가 어버이 손에 이끌리든, 아니면 입양이 되었든, 또는 다른 까닭이 있어서 어느 한 나라로 왔어요.

우리 엄마는 외국인이에요. 다른 나라에서 왔어요. 엄마가 열 살 때, 커다란 가방 하나만 들고서 말이에요. (2쪽)

우리 엄마처럼 여기 사람이 아닌 엄마들은 다르게 행동할 때가 많아요. 그럴 때마다 우리는 이렇게 말하죠. "꼭 신발을 벗을 필요는 없어요." "수프를 학교에 가져오는 게 아니래요." "엄마, 다른 애들은 볼에 입을 세 번씩 맞추지 않아요." (7쪽)

다른 나라에서 이 나라로 와서 살다가 어른이 되어 사랑스러운 짝을 만납니다. 이제 '다른 나라'는 어느덧 '새로운 고향나라'가 됩니다. 그런데 새로운 고향나라에 살더라도 '태어난 고향나라'에서 어릴 적부터 몸에 밴 모습은 쉽사리 바뀌지 않아요.

태어난 고향나라에서 쓰던 말은 아직 '어머니들' 입가를 맴돕니다. 태어난 고향나라에서 듣고 부른 노래는 아직 어머니들 마음속에 흐릅니다. 태어난 고향나라에서 입고 즐기던 옷도, 태어난 고향나라에서 누리던 잔치도, 태어난 고향나라에서 주고받던 이야기나 익살도 고스란히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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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이 말을 하면 모두 쳐다봐요. 억양이 달라서 이상하게 들리거든요. 다른 사람들은 알아듣지 못해서 엄마들은 말을 다시 배워야 했지요. 엄마들은 우스꽝스런 표현을 잘 쓰는데, 스코틀랜드나 이탈리아, 일본 출신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려워요. (10쪽)

엄마는 이따금 독특한 모양으로 머리를 땋아 줘요. 1학년만 지나면, 엄마 마음대로 땋지 못 하게 할 거예요. 엄마는 가끔 이상한 말로 노래 불러요. 나도 그 노래를 알아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따라 불렀거든요. (18∼19쪽)

새로운 고향나라에 뿌리를 내려서 새로운 아이를 낳은 어머니들은 어떤 마음일까요? 두 나라를 고향으로 삼으면서 지내는 어머니를 둔 아이들은 어떤 마음일까요?

그림책 <우리 엄마는 외국인>은 '외국인 엄마'를 두었으나, 이 '외국인'인 사람은 외국인이라는 틀을 넘어서 '엄마'라고 하는 대목에서 언제나 사랑스럽다고 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우리 엄마'는 눈에 확 뜨이거나 도드라지는 외국사람일 테지만, 내(아이)가 바라보기에는 언제나 믿음직하고 따스하며 너그러운 어머니라고 하는 대목을 찬찬히 밝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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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이 무얼 배우는 건 무척 힘든 일이에요. 그래도 엄마들은 매일매일 더 많이 배워요. (25쪽)

엄마는 글을 가르쳐 주고, 슬플 때는 노래를 불러 주었어요. 언제나 이야기를 들어 주었고, 화가 났을 때는 꼭 안아 주었어요. (26∼27쪽)

어머니는 어디에서나 어머니입니다. 아버지도 어디에서나 아버지일 테지요? 어머니가 아이들을 낳아서 보살핍니다. 말을 가르치고 노래를 불러 줍니다. 어머니뿐 아니라 아버지도 말을 가르치고 노래를 불러 줄 테지요? 어머니도 아버지도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꼭 안아 주고 즐겁게 함께 놀 테고요.

그나저나, '외국인 엄마'가 낳은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 궁금하군요. '나'도 '외국인 아이'가 되려나요. 아니면, 나는 그냥 '내국인 아이'가 되려나요.

이렇게 따지면 좀 우습습니다. 한쪽은 외국사람이요, 다른 한쪽은 내국사람이라고 하니까 말이지요. 모두 똑같은 사람일 테고, 모두 똑같은 사랑으로 자라는 아이일 텐데요.

속그림. 다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 자란 '외국인 엄마'들은 다 다른 삶과 살림으로 아이들을 돌본다. 그러나 모든 엄마들은 언제나 '어머니'로서 똑같이 아이들을 사랑한다.
 속그림. 다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 자란 '외국인 엄마'들은 다 다른 삶과 살림으로 아이들을 돌본다. 그러나 모든 엄마들은 언제나 '어머니'로서 똑같이 아이들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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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마를 사랑해요. 누구라도 알 거예요. 우리 엄마가 외국인이라는 걸. 그렇지만 나에게는 아니에요. 그냥 엄마예요. (33∼34쪽)

살빛이 달라도 어머니요 아이예요. 눈빛이 달라도 어머니요 아이예요. 말씨가 다르든 얼굴이 다르든, 머리카락 빛깔이 다르든, 참말 대수롭지 않아요. 모두 사랑스러운 어머니요 아이입니다.

'다문화'라고 하는 이름을 넘어서 서로 이웃이요 동무로 지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나라에서도, 지구별 어느 나라에서도, 참으로 서로서로 아끼고 따사로이 어깨동무를 할 수 있는 이웃으로 지낼 수 있기를 바라요. 어버이는 사랑으로 아이를 낳고, 아이는 사랑을 물려받으면서 새롭게 사랑을 꿈꾸는 멋진 어른으로 자랍니다.

덧붙이는 글 | <우리 엄마는 외국인>
(줄리안 무어 글 / 메일로 소 그림 / 박철화 옮김 / 봄볕 펴냄 / 2016.4.1. / 13000원)



우리 엄마는 외국인

줄리안 무어 글, 메일로 소 그림, 박철화 옮김, 봄볕(2016)


태그:#우리 엄마는 외국인, #줄리안 무어, #메일로 소, #그림책, #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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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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