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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성주의 사드 배치 문제와 충남 홍성의 스크린 경마장 추진 과정은 묘하게도 닮은 구석이 있다.

홍성YMCA 정재영 간사는 최근 "화상경마장 추진은 홍성의 사드나 다름없다"고 일갈했다. 이유가 뭘까. 김석환 홍성군수는 최근 2박3일 일정으로 중국의 버섯 재배 단지를 견학하고 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문제는 출장 이전에 보인 김석환 군수의 '행보'이다.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홍성YMCA 등 홍성지역 10여개 시민단체들은 김 군수가 중국 출장 직전인 19일에 맞춰 화상경마장 관련 사업 제안서를 승인할 것으로 예측했다. 결과적으로 시민단체들의 이런 예측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김 군수는 시민단체들의 예상대로 지난19일 사업 제안서를 승인한 것이다.  

홍성지역 시민단체들이 지난 19일 홍성군청 앞에서 '경마도박장을 반대'하는 내용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연 것도 김 군수의 이런 '일방통행'을 막기 위해서였다. 김군수는 이들 시민단체와의 면담 자리에서조차도 화상경마장을 승인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이날 김 군수는 화상경마장 설립 제안서에 사인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서울을 경유한 중국 출장길에 오른 것이다. 

하지만 어쩐지 이런 상황이 전혀 낯설지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이 보여준 최근의 행보와 쌍둥이처럼 닮았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국방부가 사드 성주배치를 발표한 바로 다음 날인 지난 14일 "사드와 관련한 논쟁은 불필요하다"며 몽골로 떠났다.

마치 이를 모방이라도 한 듯 홍성 군수도 화상경마장 사업을 승인한 직후 중국으로 출장을 떠난 것이다. 게다가 홍성군수의 출장 기간은 홍성군의회의 임시회 기간과 맞물려 있었다.

이에 대해 홍성군의회 최선경 의원은 "군수의 출장은 사전에 일정 조정이 충분히 가능했다"며 "임시회 중 해외 출장은 의회무시, 결국은 시민 무시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눈치 봐야 할 진짜 '갑'은 누구?

당연하겠지만 박근혜 대통령에게 '갑'은 국민이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김석환 홍성군수에게 절대 갑은 군민이어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박근혜 정부와 홍성군수의 갑은 전혀 다른 곳에, 따로 있는 것처럼 보인다.

김석환 홍성 군수는 시민단체와의 면담 자리에서 "우리가 승인한다고 해서 화상 경마장이 설립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결국 화상경마장 설립은 한국마사회 몫이라는 것이다. 이는 김석환 군수에게는 군민의 의견보다는 한국마사회의 결정이 더 중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어쨌든 홍성지역 시민단체들은 화상경마장이 '중독성이 강한데다, 사실상 베팅에 제한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화상경마장을 '도박장'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김석환 홍성군수에게는 이런 우려의 목소리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닌 듯 보인다.

물론 김석환 홍성군수가 군민의 의견을 전혀 정취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김 군수는 지난 19일 시민단체와의 면담에서 "서부면 사람들의 의견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홍성군은 지난 12일 홍성군의회를 상대로 사업설명회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홍성군민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한 것인지는 의문스럽다는 지적이다. 홍성군의회 최선경 의원은 "홍성군의회 의원 10명 중 9명은 새누리당 의원"이라며 "더불어 민주당 의원은 나 혼자 뿐이다"라고 밝혔다. 김석환 홍성군수가 새누리당 출신이란 점을 감안하면, 새누리당 일색의 홍성군의회가 김 군수의 '독주'를 견제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또 김 군수가 19일 시민단체와의 면담에서 '서부면 사람들의 의견을 청취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서도 반박이 나왔다.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신은미 간사는 홍성군수와의 면담 자리에서  "경마장 사업 승인에 군수님의 도장이 들어가는 것은 사업이 서부면의 일이 아니라 홍성군 전체의 일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어쨌든 홍성군수의 행보는 묘하게도 박근혜 정부의 태도와 닮았다는 인상을 준다. 앞서 지적했듯이 홍성군수는 군민의 의견보다는 한국마사회의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박근혜 정부도 국민의 의견보다는 미국의 사드배치 요청에 집중했다. 박근혜 정부와 홍성군수야 말로 내부(국민과 군민)가 아닌 미국과 마사회 등의 '외부세력'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홍성군 NGO, 김석환 군수에게 최후통첩

이런 가운데 지난 21일 홍성군의 10여개 시민단체가 모여 만든 '홍성군 경마도박장 반대 공동행동'은 홍성군수 및 홍성군 축산과 앞으로 공문 하나를 보냈다. 이들은 공문을 통해 "홍성군은 경마도박장 추진을 당장 중단하라"며 "사업 동의서 승인을 철회하고, 추진을 당장 중단하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홍성지역의 시민단체 관계자는 "행정법상 화상경마장 사업에 대한 승인은 취소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홍성군수는 사업승인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홍성군이 추진 중인 화상경마장 부지인 홍성군 서부면 신리는 남당항 인근이다. 위치상 태안군과 보령시가 지척이다. 이에 따라 '홍성군 경마도박장 반대공동행동'은 보령과 태안 지역의 시민단체 및 충남전역의 시민단체와 연대해 '화상경마장 반대 공동 행동'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태그:#홍성, #홍성군 경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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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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