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2월 2일 서울 용산구 미군기지 내 콜리어체육관에서 열린 미8군사령관 이·취임식에서 참석자들이 경례하고 있다.
 지난 2월 2일 서울 용산구 미군기지 내 콜리어체육관에서 열린 미8군사령관 이·취임식에서 참석자들이 경례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미군이 주둔하여 우리 국방비가 절약되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그동안 우리 정부나 관변연구자들은 줄곧 그렇게 주장해 왔다. "주한미군 없이 우리가 독자적으로 북한의 위협에 대처해 왔다면 그동안 엄청난 국방비 지출이 불가피하였을 것이며 따라서 오늘날과 같은 수준의 경제발전은 지연되었을 것이다."(국방부, <1989 국방백서>, 1989, 164쪽)

한 국책연구기관도 "미군 주둔에 따른 국방비 절감 효과로 국방비 부담률은 약 1.5배 감소(하였다). 이로 인한 경제성장 효과 발생"(한국국방연구원, <한미동맹의 경제적 역할 평가 및 정책방향>, 2005, 5쪽)이라고 구체적인 숫자까지 제시하고 있다. 그러면 한국은 미군주둔 덕택에 병력을 조금이라도 줄여 국방비도 절약하고 경제에 더 전력을 기울일 수 있었던 것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주한미군 덕에 국방비 절약했다?

주한미군 인원은 휴전 이후인 1955년부터 보면 닉슨 독트린(1969년)으로 2만 명이 철수하는 1971년까지 대체로 5만〜7만 명 수준을 유지하였다. 2016년 현재 2만8500명(공식발표)보다 1.8〜2.5배 많은 규모다. 미국의 원조도 1955〜1969년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미국의 대한 무상원조는 1954〜1962년 사이 23억 달러(이중 군사원조는 19억 달러)에 달하였으며 그 대부분이 국방비에 투입되었다.

주한미군 인원도 많고 미국의 원조도 많았기 때문에 우리 국방비가 많이 절약되었을까? 예로 1960년을 보자. 이해 한국의 국방비는 147.07억 원으로 정부지출(419.95억원)의 35.0%를 차지하였다. 당시는 한국이 후진국이었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규모가 크지 않았다 하더라도 국방비가 35%를 차지하였다는 것은 경제개발이나 사회복지, 교육 등에는 거의 자원을 돌리지 못하였음을 뜻한다. 국방비부담률(정부재정대비 국방비 비율 또는 국민총생산 대비 국방비 비율)이 경제에 얼마나 큰 부담이 됐는가를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자.

<표1> 나라별 국방비의 정부재정 및 국민총생산 대비 비율 비교(단위:%)
 <표1> 나라별 국방비의 정부재정 및 국민총생산 대비 비율 비교(단위:%)
ⓒ 박기학

관련사진보기


1960년 기준으로 국방비의 대정부재정 비율은 후진국에 속하는 인도 15.5%, 태국 20.9%, 필리핀 16.6%, 터키 18.4%, 그리스 26.3%, 미얀마 33.6%였고 선진국인 영국 19.4%, 프랑스 23.9%, 스웨덴 17.9%, 캐나다 27.6%로 선∙후진국 가리지 않고 모두 한국보다 낮았다. 미국만 48.7%로 한국보다 높았다.

국민총생산 대비 국방비 비율로 봐도 한국이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턱없이 높았다. 국방비를 절약해서 경제발전을 이뤘다는 주장은 우리 국방비의 부담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무거웠다는 점에서 전혀 사실이 아니다.

<표2> 1960년도 국방비 중 미국원조(단위 : 억원) /주: 1960년도 기준임.
 <표2> 1960년도 국방비 중 미국원조(단위 : 억원) /주: 1960년도 기준임.
ⓒ 박기학

관련사진보기


1960년도 국방비의 재원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보자. 147.07억원 가운데 미국원조자금(대충자금 : 원조물자 판매대금)이 41.6%(53.46억원)를 차지하였고 한국은행 차입금이 5.4%, 세금기타가 58.2%였다. 즉, 우리 국방비는 거의 절반 가까이가 미국원조(및 차입금)로 채워지고 있었다.

그런데 147억 원은 정부예산 상의 국방비일 뿐이고 이것이 국방비의 다가 아니다. 미국의 군사원조는 여기에 포함돼지 않다. 1960년 미국의 군사원조(방위지원)는 109.98억 원(1.692억달러)이며 군장비증강과 유지비에 각각 반씩 지원되었다. 정부 예산 상 국방비와 미군원을 합친 총국방비는 257.05억 원이며 이 중 미국원조는 63.6%를 차지한다.

총 국방비는 1960년 정부재정지출의 무려 59.5%에 해당하는 액수다. 한국이 짊어진 국방의 짐이 얼마나 무거웠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처럼 한국은 1950〜1960년대에 걸쳐 국민의 세금, 미국의 경제 및 군사원조, 차입금 등 동원할 수 있는 국가의 자원을 대부분 국방에 쏟아 부어야 했다. 즉, 경제발전에 신경 쓸 여력을 가질 수 없었던 것이다.

고려대 사회경제연구소는 1957∼1963년 사이 국방비 부담으로 인한 성장억압률에 대해서 말한다.

"국방비의 자본형성에의 전용이 가능하였더라면 그 결과로 실현될 성장률은 6.9%에 달하였을 것이며 따라서 1인당 소득증가율도 그 동안의 실적치 2.0%를 배가하는 연평균 4.0%의 고율에 달할 수 있었다는 계산이 된다. 이렇게 볼 때 국방비 부담으로 말미암아 한국 국민은 그 동안 매년 그렇지 않았을 경우에 가능하였을 1인당 소득증가의 절반 밖에 실현시키지 못한 결과가 되는 것이다."(고려대학교 사회경제연구소, <국민소득과의 관련에서 본 국방비>, 1965, 46쪽)

그러면 왜 한국은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국방비부담을 져야 했을까? 

72만의 병력 유지는 미국의 극동전략 때문

미국은 한국전쟁이 끝난 뒤에 중국 봉쇄를 위한 미국의 극동전략의 요구로부터 한국군의 병력 상한선을 한미합의의사록(1954년)에 72만 명으로 규정하였다. 72만의 병력은 그 수준까지는 미국이 군사 및 경제 원조를 하고 그를 넘어서는 병력에 대해서는 한국이 알아서 하라고 정해준 기준선이었다. 이 72만은 한국의 경제력으로 봐도 그렇지만 1955년 북한 병력이 41만 명이었다는 점에서도 과도한 수준이었다. 미국 자신도 원조를 감당할 수 없어 한국군 병력규모를 1958년에 4.7만 명을 줄여야 했다. 감축 결과 한국군 병력은 67.7만 명—상한선은 72만 명이었으나 경제력이 딸려 실제 병력은 그 이하에 머무르고 있었다—에서 63만 명으로 줄었다.

이 역시 미국 원조가 없이는 유지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장면 정권 때는 경제개발을 위해 군병력(당시 63만 명)의 10만 명 감축을 총선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미국 및 한국 군부의 반대로 3만명 감축(1960년)에 그쳤다. 미국은 장면정권이 10만 명을 감축하려하자 이를 제지해 3만 명 감축에 그치게 하였다. 미국은 중국봉쇄라는 극동전략에 묶여 한국군병력이 60만 이하로 줄어드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거대한 한국군 병력 유지로 국방비를 절감한 것은 미국이지 한국이 아니다. 미국의 한국경제조사단이 1953년 6월 펴낸 보고서(일명 타스카보고서)는 "미군 10만명의 병력유지비는 봉급과 여타의 개인지출비용으로 3.78억달러가 드는 반면에 한국군 동일병력을 유지하는 데는 1/8만이 지출된다."(함택영, "국가안보의 정치경제학", 법문사, 1988, 158쪽에서 인용)고 적고있다. 즉, 미국의 대중국봉쇄 전략을 실행하는 데서 값싼 한국군 병력을 대규모로 유지하는 것이 미국 입장에서 훨씬 경제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주한미군 장비는 잉여 장비

주한미군이 있어서 우리 국방비가 절약된다는 주장은 주한미군이 한국군의 대북 군사력 열세를 보완해 준다는 사고에 서있다. 다시 말하면 이 주장은 한국군의 유지비와 주한미군 유지비를 합친 것을 한국방어에 필요한 국방비로 본다. 하지만 한국군 단독으로도 북한과 비교해 군사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점에서 주한미군의 인력 및 장비는 한국군의 열세를 만회시켜 주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잉여장비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한국군에게 있어 주한미군의 장비들이 잉여장비(또는 중복된 장비)가 되는 것은 그들 장비가 한국 방어를 위해 필요한 장비가 아니며 북한 공격용 장비라는 데서도 드러난다. 주한미군의 주요한 장비는 2012년 현재 M1에이브럼스 전차(20여대), M2/M3 브래들리 장갑차(110대), 에이태큼스 다연장로켓(40여기), 패트리어트(60여기), 아파치공격헬기(24대), A-10 대전차 공격기, F-16전투기(90여대) 등이다. 이들 장비는 대북 공격용무기들로써 한국방어를 위해서는 별 필요가 없는 장비다. 더욱이 이들 장비는 일부를 제외하고 한국군도 같은 장비(F-16, 에이태큼스다연장로켓)나 비슷한 능력의 장비(전차나 장갑차)를 갖추고 있다.

설사 주한미군의 장비가 한국방어에 필요한 장비라고 가정해도 그것을 대체하기 위해 국방예산을 늘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국방연구원은 주한미군(미8군과 미2사단, 주한미공군)의 주요 장비가치를 2004년 기준으로 100억 달러로 추정하였다.(주한미군 장비는 2004년 당시에 비해 2012년 현재 전차나 장갑차, 아파치헬기 등이 크게 줄었다.) 주한미군 측은 자신의 장비가치를 140억 달러로 추산한다고 한다.(이시영 및 한태준, "주한미군의 경제적 가치측정 및 평가", <국방저널> 323호, 국방홍보원, 2000년 11월 참조).

그런데 2014년 기준으로 남한의 국방예산은 366.77억달러로 북한 8.25억달러보다 44배나 많다. 남한은 북한보다 월등한 국방예산을 쓰고 있기 때문에 국방예산을 대폭 줄이더라도 대북 군사적 우위가 영향을 받지 않는다. 거대한 군인력유지, 방만한 군조직, 비체계적이고 중복된 무기도입사업, 군납품비리 등은 국방예산의 비효율성과 낭비를 낳고 우리 군대의 질적 향상을 가로막는 결정적 요인이다.

이 점에서 병력감축을 통한 인건비의 절약이나 각종 중복투자 및 낭비적 요소의 구조조정을 통해 국방예산을 늘리지 않고서도 주한미군의 장비를 대체할 수 있는 투자재원을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 1991∼2016년까지 미국에 지급된 방위비분담금만 약 15조 원(127억달러, 2016년 1-6월 평균환율 1182.37원 적용)이라는 사실은 국방비의 추가적 증가 없이도 얼마든지 주한미군의 장비를 대체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주한미군 장비를 대체할 이유도 필요도 없지만 설사 대체한다 해도 국방비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태그:#방위비분담금, #주한미군
댓글4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