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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의 '동물보호 콘서트 Dog, the Friend'에서 가수 MC스나이퍼가 공연을 하고 있다.
 카라의 '동물보호 콘서트 Dog, the Friend'에서 가수 MC스나이퍼가 공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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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돌아 이리 와."

주인과 헤어져 낯선 마을을 떠돌던 진돗개 '진돌이'. 어느 날 진돌이는 자신을 부르는 주인의 목소리를 들었고, 한달음에 주인에게 달려갔다. 진돌이는 주인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을까? 주인은 진돌이에게 목줄을 채운 다음 개장수에게 넘겼다. 그리고는 "개를 잡아줘서 고맙다"며 개장수가 건넨 택시비를 받고 떠났다.  

진돌이가 떠돌이개가 된 이유는 주인에 의해 개장수에게 팔린 후 도망을 쳤기 때문이었다. 진돗개는 오직 한 주인만을 섬기는 강한 충성심으로 유명한 종이다. 진돌이 역시 낯선 사람에게 다가가지 않았고, 개장수는 그런 진돌이를 쉽게 잡을 수 없었다.

결국 개장수는 진돌이를 잡기 위해 옆 동네에 사는 진돌이의 주인을 데려왔다. 주인은 개장수의 부탁에 따라 진돌이를 불렀다. 그리고 진돌이는 믿었던 주인에게 또다시 배신을 당했다.

진돌이 이야기는 (사)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가 다음 스토리펀딩에서 진행 중인 개식용 종식을 위한 프로젝트에 연재된 글 "주인이 잡아서 개장수에게 넘겨줬대"에 소개된 사연이다. 이 사연의 제보자는 잃어버린 자신의 진돗개를 찾던 중 알게 된 진돌이를 구하기 위해 자신에게 진돌이를 팔라고 개장수를 설득했다. 하지만 개장수는 진돌이를 죽이지 않고 다른 개농장에 보냈다고 말했을 뿐, 어느 농장인지 알려주기를 끝까지 거부했다고 한다.

개식용, '개별적' 학대를 넘어선 '구조적' 학대

영화배우 문소리
 영화배우 문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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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식용을 옹호하면서 "'반려견'과 '식용견'은 다르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주인을 잃은 개들의 종착지에 유기동물보호소 외에도 개식용 농장과 시장도 포함된다는 현실은 '반려견'과 '식용견'의 구분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개식용 문제는 반려동물 번식장(일명 '강아지 공장')의 동물학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번식장의 모견은 많게는 일 년에 세 번 출산을 하며 '번식기계'로 착취를 당한다. 이런 학대가 일어나는 이유는 개식용 산업이 반려동물 번식장에서 쓸모가 없어진 개들을 '처리'하는 장소로 이용되기 때문이다.

카라는 2014년에 발간한 '반려동물 대량생산과 경매, 그리고 식용도살 실태 보고서'에서 번식장에서 쓸모없어진 개들이 식용으로 재활용되어 반려동물 번식업자들의 '또 다른 수입원'이 되는 현실을 지적한 바 있다.

번식업자들은 늙거나 병든 모견이나 펫숍에서 팔리지 않은 개들을 비롯하여 이윤추구에 도움이 되지 않는 개들을 식용으로 처분하여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번식업자들이 개들을 제한 없이 번식시키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쓸모없는 개들을 손쉽게 팔아넘길 수 있는 개식용 산업이 버티고 있는 한 번식업장에서 벌어지는 무차별 생산과 착취를 막을 길이 없는 것이다.

이렇듯 오늘날의 개식용은 동물에 대한 '개별적' 학대를 넘어선 '구조적' 학대가 되었다. '산업'으로서의 개식용은 과거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처럼 개인의 몸보신으로 끝나는 동물의 희생이 아니다. 오늘날 개식용은 반려동물 번식업을 비롯한 관련 산업에서 야기되는 학대를 존속시키고 악화시키는 주원인으로 기능하고 있다. 학대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라도 개식용 금지가 필요한 이유다.

카라는 개식용 근절을 위한 2016년의 첫 번째 활동으로 지난 6월 '개식용 종식을 위한 법규 안내집'을 발간했다. 우리나라에서 개가 식용으로 사육·도살·유통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동물학대를 비롯한 각종 불법 행위를 낱낱이 밝힌 안내집이다. 카라는 '처벌을 할 법적 장치가 없다'며 개식용 산업에서 발생하는 동물학대를 방치하는 정부와 사법기관의 안일한 인식을 깨우기 위해 이 안내집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카라는 개식용 근절을 위한 올해의 두 번째 활동으로 '동물보호 콘서트 Dog, the Friend'를 서울 서교동의 하나투어 브이홀에서 개최했다. 방송인 안혜경이 사회를 맡고 싱어송라이터 최고은·영화배우 문소리·이용녀·가수 MC스나이퍼·알리·국회의원 심상정(정의당)이 출연한 이 행사는 개식용 금지에 대한 염원을 한데 모으는 문화 캠페인으로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서 영화배우 문소리는 반려견을 기르면서 개를 먹지 않게 되고 육식을 줄이는 등 본인에게 찾아온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문소리씨는 영화 <에브리바디 원츠 썸!!>에 등장하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의 한 구절인 "생명의 본질은 우리를 만들고 있는 원자들이나 단순한 분자들에 있는 게 아니라 이 물질들이 결합되는 방식에 있다"를 인용하면서, "동물들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아름답지만 그들과 인간이 맺는 관계를 통해 더 많은 아름다움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동물들과 아름다운 관계를 많이 맺기를 바란다"고 관객들에게 당부했다.

"개식용 합법화가 인도적인 사육과 도살로 이어진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


가수 알리와 이날 행사의 사회를 맡은 방송인 안혜경
 가수 알리와 이날 행사의 사회를 맡은 방송인 안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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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서는 개식용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에 카라의 임순례 대표(영화감독)가 답변하는 코너도 있었다. "반려견과 식용견은 다르다"며 개식용을 옹호하는 입장과 관련해서 임순례 대표는 (앞에서 지적했듯이) 강아지 공장에서 태어난 후 팔리지 못한 개들과 유기동물이 식용으로 흘러가는 현실을 지적하며 "반려견과 식용견의 구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간을 피부색이나 성별로 차별하는 것이 평등의 개념에 위배되는 문제가 있는 것처럼, "같은 개를 반려견과 식용견으로 구분하는 것도 마찬가지 문제가 있다"고 했다.

"개식용이 잔인한 사육과 도축으로 문제가 되고 있으니 차라리 '합법화'해서 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에 대해, 임순례 대표는 "개식용 합법화가 인도적인 사육과 도살로 이어진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개와 달리 이미 합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축산 역시 동물학대로 비판받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산란계의 배터리 케이지, 암퇘지의 스톨로 대표되는 '동물학대'가 엄연히 '합법'으로 이뤄지는 현실에서, 개식용의 합법화가 개들의 복지를 보장해주리라고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개식용 합법화는 더 많은 개들을 잔인하게 사육하고 도살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면죄부'가 되어 개의 복지를 퇴보시킬 것이 자명하며, 따라서 개식용은 합법화가 아닌 금지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동물보호단체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카라는 2004년에 발간된 '개식용 합법화의 부당성' 자료집에서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 바 있다.

"개식용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문화"라는 입장에 대해, 임순례 대표는 "선조들이 먹었다고 해서 전부 먹어야 하냐"고 반문했다. 그리고 호주제·남아선호사상·동성결혼에 대한 오늘날의 담론을 거론하면서,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유독 개식용만 유지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모든 동물이 다 소중한 생명인데 왜 '개만' 먹지 말라고 하는 거냐"는 편견에 대해서는 "개만 먹지 말자고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개식용이 전반적인 동물복지 향상에 큰 걸림돌인 현실에서 동물복지를 확보하기 위해 개식용 금지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개식용 반대 캠페인은 '개만 먹지 말자'는 취지가 아니라, 육식 자체를 줄이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개식용을 하지 말자는 주장하는 것은 외국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 아니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윤리에 위배된다면 바꿔야 한다"고 대답했다. "프랑스의 푸아그라, 중국의 원숭이골 요리를 비롯한 잔인한 식문화와 스페인의 투우, 영국의 여우사냥과 같이 동물을 학대하는 오락이 금지되는 추세에 있으며, 개식용도 그런 과정에 있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에서 개식용이 금지되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 외에 중국과 베트남뿐"이며, "개식용 문제 역시 국제사회의 보편적 윤리와 상식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개를 먹지 말라고 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자유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입장에 대해서는, "개인의 자유가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충돌한다면 사회적인 담론을 통해 정리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밝혔다. 예를 들어, 담배는 기호식품이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제한되고 있듯이, 개식용 역시 동물학대를 야기하고 개식용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심적인 고통을 주기 때문에 제한돼야 한다는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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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국회의원들이 표가 안 되는 일은 절대 하지 않고, 자신들의 금뱃지를 위협하는 사안은 아무리 옳은 일이라도 하지 않는 생리를 지적했다. 이런 점에서, "정의당은 비록 득표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이 사람과 동물이 더불어 사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는 점에서 다른 정당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의당은 20대 총선 후 정책예비내각에 동물복지부처를 만들고 독립적인 부처로 운영하기 위한 당내 활동을 강화하는 중"이라고 하면서, 개식용 금지를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약속했다.

카라는 개식용 근절을 위한 올해의 세 번째 활동계획으로 다음 달 5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한국 개식용 금지 입법을 위한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행사는 한국 개식용 산업의 불법적인 실태를 드러내고 개식용 금지를 위한 제도적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콘퍼런스 참가신청은 카라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1. "주인이 잡아서 개장수에게 넘겨줬대" 글 보러가기: https://storyfunding.daum.net/episode/9405
2. ‘한국 개식용 금지 입법을 위한 국제 컨퍼런스’ 참가신청: https://www.ekara.org/activity/post/view/112713



태그:#동물보호 콘서트 DOG, THE FRIEN, #동물보호단체 카라, #개식용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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