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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흐르고 늦은 밤까지도 열대야가 계속되다 보니 불쾌지수가 좀처럼 내려가질 않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무더위가 계속되다 보니 시원한 물이나 계곡을 찾아 떠나는 차들로 도로란 도로는 이미 포화상태다.

이럴 때 기발한 발상으로 시민들을 도서관으로 불러 모은 곳이 있어 기자가 다녀왔다. 이름하여 <도서관에서의 아주 특별한 하룻밤(부제: 책을 이야기하는 가족, 책으로 소통하는 우리동네> 이란 주제로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밤새 도서관에서 읽게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고양시 덕양구의 신원도서관(팀장  장은옥)이다.

아주 편한 자세로 한 여름밤의 독서 삼매경에 빠진 시민들
▲ 밤생독서1 아주 편한 자세로 한 여름밤의 독서 삼매경에 빠진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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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들 끼리 책을 읽다 잠에 빠진 친구들은 우산을 펴고 위장(?)한 모습이 귀엽다
▲ 밤샘독서2 또래들 끼리 책을 읽다 잠에 빠진 친구들은 우산을 펴고 위장(?)한 모습이 귀엽다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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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텐트도 마련하여 졸릴 것을 대비한 모습
▲ 밤샘독서3 아예 텐트도 마련하여 졸릴 것을 대비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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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선 삼송역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신원도서관은 주변이 온통 고층 아파트 숲으로 둘러 싸여있다. 이 말은 곧 도서관을 이용하는 층이 젊다는 것을 뜻한다. 그걸 증명하듯 어제(22일) 밤 도서관에서 밤을 새려고 온 138명 거의 대다수가 가족 참가자였다. 138명의 구성을 살펴보면 모두 45가족으로 초등학생 50명, 중학생 40명으로 전체적으로는 초, 중학생 자녀를 둔 가족 단위 참가자였다.

밤 11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도서관에서 보내면서 책을 읽는 것 외에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한 것도 흥미롭다. 먼저 11시부터 12시까지는 '아주 특별한 음악가의 세레나데'라는 주제로 플루티스트 임수현의 플루트 연주가 진행됐다. '아주 특별한 음악가의 세레나데'는 아이들 사이에 인기인 하울의 움직이는 성, 겨울왕국, 이집트 왕자 등의 영상과 주제곡 연주로 흥을 돋웠고 이어 명사들의 책 추천 시간을 가졌다.

 지역구 심상정 국회의원도 참여하여 응원의 말을 하고 있다
▲ 심상정 지역구 심상정 국회의원도 참여하여 응원의 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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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마련된 음악 감상에 즐거워 하는 참가자들
▲ 밤샘독서4 특별히 마련된 음악 감상에 즐거워 하는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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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국회의원인 심상정 의원도 이 자리에 함께 했는데 <한국탈핵>이라는 책을 추천했다. 심 의원은 "방학이 시작되는 날 가족과 이웃과 함께 밤새 책을 읽는 이색적인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밤새 포기하지 않고 살아남길 바란다"고 응원하면서 "책을 통해 단절된 가족 간의 대화가 이어지고 이웃과 소통하는 우리 동네 도서관을 인식시키기 위한 행사를 마련한 도서관장에게 감사드린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이어 자정에는 '마음을 엮는 한 여름 밤의 특강'인 <행복을 부르는 자녀와의 대화법>이 오전 1시 30분까지 이어졌다. 한편 3층 교양교실에서는 스트레칭을 위한 '비만탈출 S라인'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경직된 몸과 마음을 풀 수 있도록 배려했다.

아주 편한 자세로 밤새 도서관이 내집인 양!
▲ 밤샘독서4 아주 편한 자세로 밤새 도서관이 내집인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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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세계로!
▲ 밤샘독서5 나만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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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실을 비롯한 도서관 곳곳에서도 특별히 마련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그런 가운데 독서 삼매경에 빠진 시민들은 눕거나 바닥에 앉는 등 제각기 편한 자세로 아침 7시까지 <도서관에서의 아주 특별한 하룻밤>을 보냈다.

처음 신청자는 150명이었으나, 그 가운데 138명이었다. 다음날 아침 7까지 이탈하지 않고 살아 남은 사람들은 모두 102명이었는데 이들에게는 고양시 도서관센터에서 발급한 '몰입독서 인증서'가 수여됐다.

도서관 바로 앞 아파트에서 중1, 중3 아들과 참여했다는 이선영씨(주부, 39살)는 "마침 토요일이라 가족이 모두 참여했다. 그렇잖아도 요즈음 아이들과 이야기 나눌 시간이 없는데 하룻밤이라도 도서관에서 음악회도 듣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니 정말 좋다"면서 "평소 어떤 책을 읽고 싶어 하는지도 궁금했는데 오늘 아이들의 독서 성향도 알게 되어 앞으로 독서 지도에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고양시를 나타내는 '고양고양이'와 인증샷도 찍고
▲ 밤샘독서6 고양시를 나타내는 '고양고양이'와 인증샷도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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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살아 남아 몰입독서 인증서를 받아든 기쁨이란!
▲ 밤샘독서7 밤새 살아 남아 몰입독서 인증서를 받아든 기쁨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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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하룻밤을 새운 정민주(초등 6학년)양은 "엄마아빠랑 도서관에 오니 좋아요. 새벽에는 조금 졸기도 했지만 아주 좋은 추억이 되었어요"라며 피곤한 기색도 없이 흡족한 듯 말했다.

이제 방학을 맞이한 학생들이 도서관과 더욱 친해질 수 있도록 신원도서관과 같은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면 그간 공부에 절었던 학생들에게 도서관은 시원한 계곡보다 좋은 피서지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을 지식과 지혜를 나누는 '지식장터'로 만들 것
[대담] 고양시 신원도서관 장은옥 팀장


신원도서관 징은옥 팀장
▲ 장은옥 신원도서관 징은옥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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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에서의 아주 특별한 하룻밤"이란 독특한 행사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고양시는 공공도서관 인프라가 전국에서 최고수준이고, 시민들이 걸어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17개의 시립도서관과 공립작은도서관이 15개나 있다. 특히 신원도서관 주변은 대부분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다. 도서관 이용자들이 책을 매개로 하여 서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계기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도서관이 조용히 공부하고 책만 빌리는 곳이라는 관념에서 벗어나 우리동네 이웃들과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려고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다."  

- 가족 단위로 많이 참여한 것으로 아는데 어제 참여했던 사람들의 구성은?  
"전체 138명 모두 가족단위 구성이다. 45가족이며 초등학생 50명, 중학생 40으로 초・중학생 자녀를 둔 가족단위 참여가 많았다."  

- 어제 행사 가운데 가장 인기 있었던 내용은?
"가장 인기 있었던 것은 단연 음악회였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겨울왕국', '이집트 왕자'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영상과 함께 주제곡을 연주하여 아이들이 즐거워했다. 또 성인들도 타이타닉, 시네마천국 등 가족영화 주제곡을 영상과 함께 들려주면서 지역인사들이 책을 추천하는 이색적인 진행도 인가가 많았다."  

- 밤을 꼬박 새우며 도서관서 하룻밤을 보내는 행사는 국내 처음으로 아는데 신청자 가운데 시작부터 아침까지 남은 사람은 몇 명인가?  
"신청자 150명 가운데 실제 참가자는 138명이었고, 아침 7시까지 남아있었던 참가자는 모두 102명이었다. 이들에게는 고양시 도서관센터에서 발급한 '몰입독서 인증서'를 수여하였다." 

- 지역 밀착형 도서관으로 가꿔 나가기 위한 노력이 큰 것으로 안다. 앞으로의 계획은?
"신원도서관을 운영하는 핵심은 도서관을 사랑하는 시민참여단(16명)이다. 앞으로 우리도서관은 우리동네 주민들이 필요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프로그램 기획부터 참여, 홍보까지 모두 주민들 재능기부, 자원봉사로 만들어 가도록 하고 싶다. 또한, 도서관이 개인의 발전을 위해 찾아오는 곳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나누고 동네사람들 사이 지혜를 나누는 '지식장터'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신한국문화신문에도 보냈습니다.



태그:#신원도서관, #책, #독서, #도서관, #밤샘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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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시인.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한국외대 외국어연수평가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냄 저서 《사쿠라 훈민정음》, 《오염된국어사전》,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 》전 10권,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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