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에 참가하는 올림픽 축구대표팀 석현준이 23일(현지시간) 오후 브라질 상파울루 주 버본 아치바이아 리조트 호텔 간이구장에서 열린 공격조 훈련에서 슈팅을 하고 있다. 2016.7.24

제31회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에 참가하는 올림픽 축구대표팀 석현준이 23일(현지시간) 오후 브라질 상파울루 주 버본 아치바이아 리조트 호텔 간이구장에서 열린 공격조 훈련에서 슈팅을 하고 있다. 2016.7.24 ⓒ 연합뉴스


'잡초' 석현준이 드디어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첫 메이저대회에 도전한다. 석현준은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2016 리우올림픽 축구대표팀에서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 3인 중 한 명으로 발탁되어 생애 첫 국가대항전 무대에 서게 됐다.

석현준은 그간 A매치에서 10경기를 활약했지만, 월드컵이나 아시안컵을 포함해 메이저대회 국가대항전에 나선 적은 한 번도 없다. 연령대별 대표팀과도 유독 인연이 없던 석현준에게 이번 올림픽 출전은 더욱 뜻깊은 의미가 될 수밖에 없다.

대기만성형 축구스타 석현준

석현준은 대기만성 노력파의 인생역전을 표하는 산 증인이다. 열아홉 나이에 2009년 네덜란드 최고 명문 아약스에 입단했고 이듬해 바로 성인 대표팀에도 발탁되는 등 누구보다 일찍 유망주로 주목받았지만, 정작 열매가 익는 데는 훨씬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2011년 아약스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방출되면서 석현준은 빠르게 세간의 스포트라이트에서 멀어졌고, 이후 흐로닝언(네덜란드)-마리티무(포르투갈)-알 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나시오날(포르투갈)-비토리아(포르투갈)을 거치는 '저니맨'의 꼬리표를 달게 됐다. 대표팀에서도 어느새 잊힌 존재가 된 지 오래였다.

하지만 석현준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고 시련을 거치면서 더 단단해졌다. 2014-2015시즌 나시오날-비토리아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다시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고, 그해 8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눈에 들어 대표팀에 복귀했다.

2015/2016시즌에도 리그에서 맹활약을 인정받아 포르투갈 최고 명문인 FC 포르투로 이적하며 스타급 선수의 반열에 올랐다. A대표팀에서도 어느덧 부동의 주전 스트라이커로 자리 잡으며 체코전 결승 골을 기록하는 등 벌써 4골을 올렸다.

그리고 이제는 올림픽대표팀의 와일드카드로까지 발탁되어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무려 6년에 걸친 저니맨의 험난한 여정을 인내하고 살아남은 석현준은 이제 어느덧 한국축구의 기대를 한몸에 짊어진 해결사로 인생역전을 이뤄냈다. 오로지 자신의 노력과 열정만으로 꿈을 현실로 바꾸어놓은 것이다.

극적인 발탁 과정

석현준이 와일드카드로 선발된 과정도 극적이다. 신태용 감독은 당초 와일드카드에 공격수 손흥민을 먼저 확정했고 남은 두 자리로는 장현수-홍정호 등 수비수 발탁에 더 우선순위를 뒀다. 올림픽대표팀의 시급한 과제는 수비 안정이었고 석현준의 발탁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홍정호가 소속팀의 반대로 차출이 끝내 무산되면서 차선책으로 석현준에게 기회가 돌아왔다.

지난 유럽원정 체코전은 석현준의 운명을 바꾼 경기가 됐다. 석현준과 함께 와일드카드 경쟁자이던 손흥민-황의조 등도 대표팀에 합류했으나 석현준이 가장 적극적이고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며 신태용 감독의 눈을 사로잡았다. 석현준이 누구보다 올림픽 출전에 대한 열정을 자신감 있게 드러낸 대목도 신 감독의 호감을 샀다. 기회도 결국 준비된 자에게 돌아온다는 속설을 증명한 장면이다.

석현준은 2012년 런던 올림픽,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인천 아시안게임, 2015 호주 아시안컵 등에서 대표팀 최종엔트리에 승선하지 못했다. 충분히 차출 가능한 나이였지만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석현준이라는 선수의 위상은 대표팀과 너무 거리가 멀었다. 리우올림픽은 국가대표 석현준의 첫 한풀이 무대라고도 할만하다.

팀 내 최고참 선수, '큰 형님' 역할 기대

국가대항전 경험은 많지 않지만, 와일드카드인 석현준은 장현수와 함께 팀 내 최고참이자 가장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선수 중 한 명이다. 사실상 어린 선수들을 이끌어줄 수 있는 큰 형님 역할까지 해야 하는 셈이다.

4년 전 동메달 신화를 썼던 런던 올림픽대표팀보다 이름값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신태용호에서 석현준은 또 다른 유럽파 공격수 손흥민과 함께 최전방의 해결사 역할도 해줘야 한다. 부동의 원톱으로 예상되는 석현준이 지난 유럽원정 때처럼 최전방에서 적극적으로 몸을 부딪치고 수비수들을 끌고 다녀야 2선의 손흥민, 문창진, 류승우 등에게 더 많은 득점찬스가 나올 수 있다.

신태용호의 목표는 지난 대회에 이은 2회 연속 메달권 진입이다. 현실적으로 쉬운 도전은 아니지만 어렵기에 더욱 동기부여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와일드카드 선수들에 거는 기대와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할만하다.

병역문제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동메달 이상을 획득하면 병역 혜택이 주어진다. 와일드카드 멤버 3인도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이미 병역 혜택을 받은 장현수 외에는 석현준과 손흥민이 아직 병역을 해결하지 못했다. 두 선수 모두 유럽 무대에서 안정된 선수생활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병역 혜택이 절실하다. 석현준보다 국가대항전 경험이 많은 손흥민도 병역 혜택이 걸린 대회 출전은 이번 리우올림픽이 처음이다.

또한 석현준과 손흥민은 모두 지난 시즌 후반기 팀 내 주전 경쟁에서 밀려 입지가 다소 위축된 상태이고 지금도 이적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올림픽 와일드카드 차출로 팀의 프리시즌과 다음 시즌 정규리그 초반 일정 결장이 불가피해지며 향후 팀 내 주전 경쟁에서도 부담을 감수하고 나서야 하는 올림픽이다. 그만큼 이번 올림픽을 통하여 자신의 주가를 끌어올리고 축구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는 동기부여도 크다.

특히 석현준은 남들보다 더 빨리 성장하지는 못했지만 수많은 시련 속에서도 이를 악물고 버텨오며 결국 여기까지 왔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 지금까지 석현준의 축구인생이었다. 석현준의 첫 국가대항전이 될 이번 리우올림픽이 앞으로의 축구인생에서 어떤 전환점으로 남게 될지 기대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석현준 리우올림픽 와일드카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