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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지암블루베리농원 입구 안내도
 곤지암블루베리농원 입구 안내도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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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한창인 지난 11일, 그의 농장으로 가는 길은 숨이 턱턱 막혔다. 경기도 광주 외곽에서도 곤지암으로 더 들어가야 하는 곳이었다. 도착한 블루베리 농장 사무실은 분주했다. 사람들은 동그란 눈으로 작은 블루베리에 집중했다. 체에 거르고 다시 거르는 작업을 지친 기색 없이 반복 또 반복했다.

분주한 농장 그 뒤로 잠시 뒤 검게 그을린 얼굴을 한 사장님이 나타났다. 한 눈에 봐도 농사일의 경력이 전해지는 외모와 피부색의 김흥기 사장. 그는 자신의 고향인 광주에 귀농해 10여 년 째 정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살아온 구리 빛 세월을 얼굴로 보여주는 듯했다. 따가운 햇볕에 익숙해 보이는 피부를 가진 그. 그 건강한 피부색처럼 연한 편안함이 전해지는 선한 인상을 보였다.

곤지암블루베리농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흥기 사장
 곤지암블루베리농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흥기 사장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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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쪽에서 택시며 운전일 하다가 정리해서 들어왔어요."

그는 10여 전 이곳에 왔다. 잠시 고향을 떠나 이천 지역에서 택시 일을 했다. 처음부터 택시운전을 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고교졸업 후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를 잠시 다니다 우연히 운전대를 잡게 됐다. "대기업 직장 왜 그만뒀느냐?"는 질문에 어린나이에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 했다. 그 당시 관례대로 그는 상고를 나와 현대전자에 입사했었다. 현장에서 공고 출신에 진급이 밀리는 상고 선배들을 보면서 결국 그는 군 제대 후 복직하지 않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우연치 않게 시작된 운전일. 그는 관광버스 2년 경력에 특수면허도 있다고 했다. 개인택시 경력도 10년이 넘는다. 그렇게 평생 운전대를 잡고 살려다 고향 광주에서 블루베리 농사를 짓기로 결정했다. 건강이 편찮았던 어머니도 보살필 겸 시작한 농사. "왜 힘든 농사일을 하려고 하느냐"며 만류하시던 어머니의 반대에도 벌써 농사지은 지 10년이 되간다. 그는 지난해 돌아가신 어머니를 기억하며 블루베리 농사를 시작한 10년 전을 회상했다.

2년차에 갑작스레 찾아온 위기

곤지암블루베리농원 전경중 일부
 곤지암블루베리농원 전경중 일부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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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첫해 잘 자라더니 다음해 시름시름 앓더니 반 이상 죽더라고요. 그땐 묘목도 아주 비싸게 사왔었는데. 고민 끝에 광주농업기술센터에 문의했죠."

그는 당시 답답했던 상황을 무겁지 않게 이야기 했다. 광주농업기술센터에 문제점을 의뢰한  결과 "토양자체가 진흙토양이라 배수가 안 되서 그렇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미 큰돈을 들인 상황. 좌절할 만 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역으로 광주농업기술센터에서 조언과 화분 값 일부 지원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분재형태로 농장을 운영하기로 결심했다.

"흙이 진흙이라 배수가 안 되서 죽는다"며 "토양이 적합하지 않다"는 센터 측의 설명에 포기할 만도 했다. 허나 좌절하지 않고 밭에서 키우는 방식이 아닌 화분에 키우는 분재형태로 전환했다. 주변의 우려와 달리 그 이후 농장은 정상궤도로 돌아왔고 한 동안 호황기를 맞았다. 갑작스레 언론에서 블루베리가 집중 관심을 받았던 것도 한몫했다. 묘목이 없어 못 팔지경에 처하기도 했다.

특히나 분재로 전향한 그는 특히 판매에 있어 장점이 많았다. 다른 곳과 달리 그에겐 흙에서 파내서 화분에 담아 파는 번거로움이 없었다. 자신은 화분자체에서 키워서 판매가 쉬웠기 때문이다.

척박한 토양환경을 극복하고 블루베리농장을 이루고 있는 김 사장. "토양은 척박했지만, 분재배 형태로 결국 블루베리 농장으로 자리잡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전국에 분재형태 블루베리 농장이 많지만 자신의 농장처럼 분재만 하는 곳 전체에서 흔치 않다고 전했다.

기존 운전일보다 농사일이 힘들다는 그. 대신 과거 80kg가 넘던 그가 이제 확연히 마른 건강한 몸이 되었다며 씨익 웃는다. 또한, "과거와 달리 가족과 함께 하는 삶이 좋다"며 구리 빛 미소를 지었다.

어려운 상황에서 블루베리 농장을 일궈놓은 그도 체험농장운영에 대해서는 설레임을 감추지 못했다. "(농장에서)일하는 건 자신 있어요. 근데 다 아는 건데도 아직 설명하며 말하는 건 어렵네요"라며 " 역시 진행은 어려운 듯 하다"고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블루베리 농장 일궈놓은 10년, 다시 꾸는 6차 산업의 꿈

곤지암블루베리농원에 활짝 열린 블루베리
 곤지암블루베리농원에 활짝 열린 블루베리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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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 지역 블루베리를 제가 다 퍼트렸어요. 직접 한 곳은 4군데 정도에요. 도와 준 것까지 하면 5~6군데 정도 되죠. 10여 전에는 매스컴도 타고 그래서 묘목이 없어서 못 팔았어요. 지금은 묘목수입은 좀 줄었죠, 대신 열매, 체험수익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김 사장은 직접 키운 블루베리를 보여줬다.

"여기 블루베리 농장만 3천여 평 돼요. 여기에선 이것만 하는 것도 아니에요. 밭농사도 같이하고 있어요. 올해부터 저부터 체험농장으로 바꾸기 시작했어요. 준비가 좀 미진한 상태이긴 한데 올해는 이렇게 시도해보려고요. 또, 내년에는 좀 더 보충해서 해보려고 합니다. 이곳에 오시면 블루베리 수확도 해보고, 도자기 체험도 가능하고요. 다육식물도 만져볼 수 있고요. 무궁화 분재도 하고, 작은 동물원도 있어요."

곤지암블루베리입구에 판매 및 전시하는 다육식물
 곤지암블루베리입구에 판매 및 전시하는 다육식물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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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현재 블루베리 판매 뿐 아니라 체험을 위한 농장형태로 운영한다며 두 눈을 반짝이며 설명했다. 수다스럽지 않은 그가 자신의 농장을 설명할 때는 예외였다. 그의 말대로 그 곳은 작은 식물원의 모습이었다. 그 속에 토끼며 여러 종류의 새들이 있는 미니 동물원도 만들어 놓았다.

그는 이곳저곳을 보여주며 "연중 가능하도록 6차 산업화 하려고 농업회사 법인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1차 농수산업, 2차 제조업, 3차 서비스업이 복합된 형태의 산업인 6차 산업. 그는 지천명이 지난 나이에 6차 산업의 꿈을 키우고 있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귀농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조언했다. "쉬러오시는 귀촌과 달리 귀농은 신중 하셔야 됩니다. 귀농하시려면 2~3년은 수입 없이 견딜 각오하셔야합니다"라며 거듭 강조했다. 또한, "농사일이 은근히 장비가 많이 필요하다"며 "땅만 있다고 농사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해선 안된다"고 설명했다. 반드시 "신중하게 귀농을 고려해야 한다"며 그의 바람을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기미디어리포트> <광주시민저널>에도 송고됩니다



태그:#곤지암블루베리, #경기광주, #6차산업, #곤지암, #블루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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