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여행

포토뉴스

하노이 '맥주 거리'. 태국 카오산로드는 명함도 못 내밀 인구 밀도를 자랑한다. 목욕탕 의자에 앉아 기울이는 맥주 한 잔. ⓒ 박혜경
첫 여행기 반응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간결해서 그런가... 하긴 나도 남의 여행기를 보다 에피소드에 지쳐 나자빠졌을 때가 있었다. 너의 낭만이 나의 낭만일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아예 '묻고 답하는 간결 여행기'를 써보기로 했다. 가이드북 보다는 부드럽고, 여행 에세이보다는 간결한. '남의 여행'에서 가장 궁금한 가격 정보는 기본! 에피소드는 읽는 사람이 지치지 않을 정도로 살짝만, 얹을 계획이다.

그럼 시작.

Q1. 첫날 어땠어?
음… 좀 '멘붕'이었다. 첫 멘붕은 인천공항에서 왔는데, 4월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너무 많았다(미리미리 여유있게 가시길). 환전한 돈도 찾고 면세점도 들렀어야 했는데 체크인 기다리는 시간만 30~40분 걸렸다. 출국심사장 들어가는 줄도 엄청 길어 계획에 없던 자동출입국심사 등록을 했다. 도장 받는 기쁨은 사라졌지만, 시간이 확실히 단축되긴 하더라. 나처럼 발등에 불 떨어진 상황이라면 한번 이용해보자. 등록도 간단하다.

두 번째 멘붕은 하노이 공항에서 찾아왔다. 비행기가 맞바람에 연착됐는데, 설상가상 자물쇠까지 고장났다. 자물쇠 때문에 공항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20분 동안 비지땀을 흘렸다. 내가 가방과 씨름하는 사이 다른 여행자들은 다 떠났더라.

덕분에 시내로 들어가는 항공사 미니버스에서도 30~40분을 기다렸다. 미니버스는 2달러로 비용은 저렴한데, 손님 10명이 찰 때까지 출발하지 않는다. 여행자들이 한꺼번에 내렸을 때 미니버스를 탄다면 훨씬 빨리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하노이 공항에 내리면 재빨리 미니버스부터 타러 가자.
하노이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항공사 미니버스를 탈 수 있다. ⓒ 박혜경
Q2. 항공사 미니버스 가격이 2달러야? 5달러야?
2달러다 5달러다 말이 많은데. 호안끼엠 호수까지 간다면 2달러가 맞다. 호안끼엠 호수까지 간다고 해도 직원이 5달러를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땐 2달러로 알고 있다고 얘기하면 바로 수긍한다. 간혹 예약한 호텔까지 데려다 줄테니 5달러를 내라고도 하는데, 제안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개인의 몫.

Q3. 보통 하노이 공항에서 유심(USIM) 사던데, 꼭 사야해?
선택의 문제인데, 나는 사라고 추천하고 싶다. 하노이를 여행하면서 느낀 점은 한국만큼 와이파이가 잘 터진다는 거였다. 유심을 안 사도 숙소나 카페 등에서의 인터넷 사용은 문제 없다는 말. 그래도 사라고 권하는 이유는, '구글 지도' 때문이다. 인터넷 없이 GPS로 이용할 수 있는 '맵스미(maps.me)' 어플이 있긴 한데, 구글 지도에 비할 바가 아니다. 구글 지도를 이용하면 우버 택시는 물론 시내 버스도 탈 수 있다(여행하면서 SNS의 노예가 될 수 있다는 건 단점).

Q4. 그래서 숙소는 어디에 잡았는데?
하노이를 여행하는 많은 여행자들이 호안끼엠 호수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하노이 '여행자 거리' 역시 이 부근이다. 따라서 호안끼엠 호수 부근에 숙소를 잡으면 편하다. 특히 숙소에서 틈틈이 쉬어줘야 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나는 호안끼엠 호수 길 건너 골목에 있는 탕롱 호텔(Thang Long Hotel)을 이용했다. 호안끼엠 호수까지 5분 거리. 싱글룸 1박에 17달러였다. 방 상태가 나쁘지 않지만, '호텔'이란 말에 오해하면 안 된다. 허름한 모텔 수준이다. 숙소 예약 어플에서 3만 원대 정도면 보다 깔끔한 곳에 머물 수도 있다.
하노이의 밤거리. 차와 오토바이와 자전거와 사람이 한데 뒤엉킨 모습. ⓒ 박혜경
하노이 밤거리 풍경. ⓒ 박혜경
Q5.  하노이 첫 인상은 어땠어?
하노이 공항 착륙 전 보이는 풍경이 상당히 '초록초록'했다. 그렇게 시작은 산뜻했는데 시내는 좀 당황스러웠다. 오토바이가 많다고는 들었는데, 도로 자체가 '정말' 정신이 없었다. 길만 잘 건너도 하노이 여행의 절반은 성공한 것 같은 느낌.

도로에 차와 오토바이와 자전거와 사람이 같이 다닌다. 그렇다고 길을 건널 때 뛰지는 말자. 오토바이 등을 살피면서 천천히 건너는 게 안전하다. 갑자기 방향을 바꾸거나 뛰면 사고가 날 수도 있다.

또 하나 당황스러웠던 건 간판이 죄다 베트남어였다는 거다. 태국이나 인도, 라오스 등에 흔한 영어식 간판이 잘 보이지 않았다. 식당의 경우 베트남어로 메뉴를 적어놓는 방식. 그 메뉴를 알지 못하면 그 가게가 어떤 곳인지도 알 수 없어 좀 답답했다(우리나라로 치면 콩국수집이 '콩국수' 이렇게 써놓은 건데, 외국인이 느낄 답답함도 좀 이해가 된다).

그리고 화폐 단위가 커서 돈 낼 때마다 손이 벌벌 떨리더라. 베트남 돈으로 50만 동 하면 굉장히 커보이는데 한국 돈으로 2만5000원 정도이다. 1만 동이 500원인 건데, 기본적으로 '0'이 너무 많이 붙어있으니까 초반엔 돈 계산이 좀 부담됐다.

Q6. 첫날 어디어디 갔어?
숙소에 짐 풀고 나니 오후 4시 40분이었다. 원래 베트남 낮 1시 15분 도착 일정이어서 이것저것 계획을 좀 해놨었는데, 비행기가 연착되고 공항에서 시간을 허비하면서 좀 꼬였다. 역시 여행은 계획대로 안 된다. ㅎㅎ 저녁에 야시장 갔다가 호안끼엠 호숫가를 걸으면서 응옥선 사당 구경하고, 여행자 거리 - 맥주 거리 둘러보는 정도로 일정을 마쳤다.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 풍경. 낮이나 밤이나 한가롭게 걷기 좋다. ⓒ 박혜경
하노이 호안끼엠 호숫가 풍경. 여행자뿐만 아니라 베트남 사람들도 나와 저녁 시간을 즐긴다. ⓒ 박혜경
Q7. 그중 어디가 제일 좋았는데?
특별한 관광지 간 것도 아니었는데 호안끼엠 호수를 걸으며 응옥선 사당을 본 게 참 좋았다. 현지 느낌이 물씬 나지만 깨끗한. 이것 때문에 하노이에 대한 느낌이 굉장히 좋았다. 여행 마지막 날까지 호안끼엠 호숫가 산책은 빼놓지 않고 했다.

맥주 거리도 인상적이었다. 태국 카오산로드는 명함도 못 내밀 분위기였는데, 목욕탕 의자 같은 데 현지인과 여행자가 다닥다닥 붙어 앉아서 맥주를 마시는 풍경이 재미있었다. 하노이 핫플레이스라 할 만했다. 하지만 혼자 간 나로서는 너무 외로웠다. ㅎㅎ 한국에서 혼자 밥 먹고, 혼자 영화보고, 태국 쏭크란 축제도 혼자 간 나이지만, 여기 혼자 앉아서 맥주는 못 마시겠더라(하지만 나와 달리 씩씩하게 혼자 앉아서 먹는 여행자들도 있었다!).

Q8. 하노이에서의 첫 끼 식사는 뭐였어?
역시 쌀국수! 껌까(Com Ga)라고 사전조사 때 알아둔 식당에서 먹었다. (Com Ga라는 이름 역시 닭고기 덮밥을 뜻한다. 앞서 말한대로 음식 이름을 식당 이름으로!) 닭고기 국수인 포가(Pho Ga)와 맥주 등을 먹었는데, 컨디션 때문인지 너무 느끼하고 별로였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먹은 첫끼 식사. 치킨 국수였는데, 참... 느끼했다. ⓒ 박혜경
Q9. 물가는 어때?
베트남 프랜차이즈 카페인 하이랜드에서 '쓰어다(연유 아이스 커피)'가 1500원 정도이고, Com Ga에서 시킨 닭고기 국수가 3250원 정도였다. 식당에서 시킨 생수는 750원가량. 슈퍼에서 살 경우 생수 한 병에 250원, 맥주 한 병에 1000원 정도다. 식당에서 국수 먹고 맥주 마셔도 5000원 남짓이니 저렴하긴 했다.

Q10. 그래서 첫날 얼마 썼어?
이날 쓴 가계부를 공개한다.

- 유심 15만 동(한화 7500원)
- 공항→시내 미니버스 4만 동(한화 2000원)
- Thang Long 호텔 싱글룸 17달러(약 1만9000원)
- 하이랜드 쓰어다 커피 2만9000동(한화 1450원)
- Com Ga 저녁(포가 국수, 물, 비어하노이) 11만 동(한화 5500원)
- 물 2통 1만 동(한화 500원)
∴ 총 33만 9000동 + 17달러 = 한화 약 3만6000원
태그:#베트남 여행, #베트남, #배낭여행, #하노이, #사파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