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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정부가 사드 배치를 결정한 데 이어 13일 사드 배치 지역을 경북 성주군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진보층은 물론 성주군민까지 나서서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사드 배치를 강행할 태세다.

사드 배치 논쟁은 총선 전에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총선을 겨냥한 안보장사로서, 총선이 끝나면 사드 논쟁이 잠잠해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정부가 갑자기 사드 배치를 발표하여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현재 상황을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 지난 19일 평화네크워크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정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미국이 지금 사드 배치를 결정한 이유
 정욱식 평화 네트워크대표
 정욱식 평화 네트워크대표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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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8일 사드 배치를 공식화한 데 이어 성주에 배치한다고 발표했잖아요. 현재 상황 어떻게 보세요?
"정부가 굉장히 기습적으로 발표한 것이 대단히 유감스러워요. 7월 5일만 하더라도 실무진 간의 협의 단계에 있다고 얘기를 했는데 불과 사흘만에 중요한 국가적 중대사를 전격적으로 발표한 것은 문제가 있죠.

그리고 닷새 후인 7월 13일 사드부지를 성주로 하겠다고 발표했잖아요. 그것도 그 전에는 언론에 계속 흘리면서 그쪽 지역 주민이 반대하면, 부인하고 다른 지역 얘기했죠. 그러다 성주 주민과 단 한 차례의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것은 절차적으로도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갑자기 결정된 것으로 보이는데 표면적으로만 그렇고, 사실은 계획적인 거 아닐까요?
"그게 밝혀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정부의 설명이 납득이 안 되는 상황이죠. 특히 7월 2일부터 5일까지 미 국무부의 프랭크 로즈라는, 사드를 포함한 MD 문제를 담당하는 고위 관료가 한국에 왔어요. 5일에 외교부와 국방부 고위 관료를 만난 건 나중에 확인됐지만 2일부터 4일까지 뭘 했는지 하나도 밝혀진 게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무부는 프랭크 로즈가 청와대 고위관료도 만날 예정이라고 했지만 청와대는 부인했거든요.

미국은 전략적 문제를 논의하려고 프랭크 로즈를 보냈다는데, 사드 문제 논의가 없었다거나 청와대 고위관료와 만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얘기란 생각이 듭니다. 프랭크 로즈가 일본, 한국 순서로 방문했는데 일본에 가서는 사드 문제와 관련해서 공조를 확인하고, 한국에 와서는 그걸 결정하고 중국에 통보한 것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습니다."

- 일부에서는 위안부 합의 등이 사드 배치를 위한 포석이었다는 견해도 있어요.
"미국은 한미일 삼각 동맹체제를 만들고 싶어 하지만 한일간의 역사문제로 갈등이 있어요. 그 핵심은 위안부 문제니, 계속 한일 양국 정부를 압박해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라는 요구를 했을 겁니다. 실제 합의에 도달하니 미국 정부는 환영을 했고 나아가 위안부 문제 합의를 통해서 한미일 군사협력관계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사드 배치 문제도 위안부 합의를 통해서 길을 닦아준 측면도 있다고 보죠."

- 왜 지금일까요?
"미국 입장에선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돼요. 첫 번째는 7월 12일 국제 중재 재판소에서 필리핀이 재소한 남중국해에 대해 판결을 앞둔 상황이잖아요. 이 발표를 앞두고 사드 배치를 전격적으로 발표함으로써 중국의 대응을 분산시킬 수 있고 중국에 대해서 효과적으로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측면이 있다고 보여요.

다른 하나는 북한이 자꾸 무수단 미사일도 쏘고 하니 북한에 대해 뭔가를 해야 한다는 판단이 있던 거예요. 2013년 한반도 위기 때는 괌에 사드를 배치했단 말이에요. 당시 정치적인 결정이라는 비판이 있었는데 그와 흡사하게 북한이 미사일을 쏘니 보여주기 용도로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고 보여요.

그리고 미국 대선이 다가오는데 트럼프는 어찌 됐든 김정은과 대화로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힐러리 클린턴은 '대화는 무슨 대화냐? 김정은을 상대하는 방법은 사드 같은 미사일 방어망을 강화해서 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갈린다는 말이죠, 이런 상황에 사드를 배치함으로써 힐러리 클린턴을 간접 지원하는 효과가 있다는 생각이 있어요."

"더민주, 사드 당론 채택 겁먹지 말아야"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오른쪽)과 토머스 벤달 미8군사령관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발표를 한 뒤 악수하고 있다.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오른쪽)과 토머스 벤달 미8군사령관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발표를 한 뒤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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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국면 전환용은 아닐까요?
"박근혜 정부 입장에서는 북한이 도발하니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한편으로는 여러 가지, 서별관 회의부터 시작해서 대우조선 구조조정 문제, 세월호 특별법 문제 등 정권으로서는 여러 가지 불리한 이슈가 많은데 사드 발표하니까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단 말이죠. 이런 부분도 계산에 넣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야권 특히 더불어민주당을 공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정치적 무기기 때문에 의도 여부와 관계없이 정부·여당에서는 대선까지 이 이슈를 끌고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더민주가 사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못 내는데.
"일종의 트라우마가 있는 거죠. 안보 등의 이슈에 대해서 강하게 나가지 않으면 종북이나 반미 프레임에 걸려들 것이라는 걱정하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안보 이슈에 대해 자기 검열 부분들이 있다 보니 신중론 등으로 얘기를 하죠. 그러나 이건 굉장히 실망스럽고 전략적으로도 오판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됐든 정의당과 국민의당은 당론으로 '사드 반대'를 정하고 야권의 공동대응을 요청하는 상황인데 제일 큰 야당이 손 놓고 있는 상황이라서 사드 문제에 효과적인 대응을 못 하는 부분이 실망스러워요.

기본적으로 안보이슈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어요. 그건 안보 이슈를 잘못 따라갔기 때문에 자신들이 정치적으로 손해를 본 거지 안보이슈 자체 때문은 아니에요. 지금 더민주 안에서도 사드의 군사적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은 표하잖아요. 그러면서도 당론을 못 정하는 건 정치적으로 따지고 있다는 자기 고백과 다름없죠. 그러면 국민들이 보기에 앞뒤가 안 맞아요. 군사적 실용성이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당론을 못 정하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수권을 할 수 있는 정당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예요.

이대로 가면 다른 야당이나 지지자들로부터 당론을 정하라는 압박을 받을 거고, 보수진영에서도 '당신들이 중요한 문제라고 얘기했는데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제에 입장도 안 밝히면서 무슨 수권 정당이 되겠다는 것이냐'는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죠."

성주 사드배치저지 투쟁위원인 이재동 현 성주군 농민회 회장(오른쪽)이 지난 18일 오전 국회를 방문해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왼쪽)에게 사드배치 반대 당론 채택을 요구하고 있다.
 성주 사드배치저지 투쟁위원인 이재동 현 성주군 농민회 회장(오른쪽)이 지난 18일 오전 국회를 방문해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왼쪽)에게 사드배치 반대 당론 채택을 요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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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와 새누리당은 사드 배치가 정말 북핵에서 보호해 준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그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지만, 군사적 실효성이 있다고 믿는 사람도 있을 거고 실효성이 크진 않으나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죠. 예전에 MD 문제가 논란일 때 미국 국방부 장관이었던 도널드 럼즈펠드가 'Better than nothing'(없는 것 보다 낫다)라는 표현을 썼어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새누리당뿐만 아니라 더민주나 국민들 중에 있을 수 있죠,"

-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가 있잖아요.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힘들 텐데요.
"북핵이라는 공포에 포로로 사로잡힌 사람들에게는 이성적인 설명이 잘 안 먹히는 거죠. 대한민국 방어하겠다는데 중국과 러시아가 간섭이냐는 식으로 얘기함으로써 형식적으로도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부분도 있죠.

사드나 MD, 패트리엇이 없으면 북핵을 상대할 군사적 수준이 없는 거냐 묻는다면,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 미국은 사드를 비롯해 MD가 없는 상태에서 4만 개의 핵무기를 가진 소련을 억제했다는 말이죠. 그런데 그것보다 훨씬 작은 북한을 세계 최강의 동맹인 한국과 미국이 억제를 못 한다면 이건 군사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우리에게 핵 공격을 가할까 봐 두려움에 떨진 않잖아요. 그 나라에 핵이나 미사일이 없어서가 아니거든요. 북한보다 훨씬 강력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 나라가 우릴 공격할 이유가 없다는 거죠. 그만큼 우호협력관계를 발전시켜 왔기 때문이에요. 북핵이란 존재를 상대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우호적인 관계를 통해서 서로가 그런 무기를 쓸 필요가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 협상을 통해서 북핵이 늘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죠. 궁극적으로는 비핵화를 도모할 수 있는 협상을 통해 하는 것이죠."

"박 대통령, 역풍 맞을 수도"

- 사드 배치를 서두르는 게 박근혜 대통령 레임덕 방지용이라는 견해가 있어요.
"의도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사드 발표를 통해 보수진영이 결집하잖아요. 그리고 이 이슈는 단기적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내년 대선까지 갈 것이란 말이에요. 이슈에 대한 통제권을 가진 박근혜 정부의 영향력은 높아질 수 있습니다. 반면 사드 배치 부작용을 크게 만들면 레임덕이 가속할 수 있는 우려도 있죠."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주한미군 배치 결정과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주한미군 배치 결정과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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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작용이라면 무엇을 의미하나요?
"예를 들어 중국에서 유무형의 경제적 보복이 시작돼 여행객이 줄고 한국 투자 기업에 대한 여러 가지 심사절차나 통관 검역을 까다롭게 한다든지 하며 수출업 자체가 힘들어지면 사람들에게 확 와 닿을 것 아니에요? 또 사드 배치하는 데 중국 국방부에서 사드 부대를 겨냥한 미사일을 배치하겠다면 새로운 형태로 문제가 불거질 수 있죠. 그렇게 되면 사드를 밀어붙이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태도가 달라질 수도 있어요."

- 정부는 중국이 경제 보복하지는 않을 거라고 하던데.
"그건 모르는 거죠. 보복할지 아닐지도 모를뿐더러 보복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부분이 많아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AIIB 홍기택 부총재 후임 자리가 국장급으로 떨어졌잖아요. 시드 발표 직후에 나왔단 말이에요. 그럼 이제 사드 발표로 인한 보복조치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거예요. 삼성 SDI가 중국 전기차에 납품하는 배터리가 품질보증 검사에 떨어졌는데 이제 품질이 안 좋아서 떨어진 건지 사드때문인지 헷갈리거든요.

또 중국 관광객이 줄어든다면 사드 때문인지 아닌지도 헷갈리죠. 이런 게 많아요. 경제는 상당 부분 심리잖아요. 사람들이 생각할 때 중국의 경제 보복이 시작된 것 같다면, 증시에 영향을 주고, 안 그래도 어려운 경제 사정이 더 어려워질 수 있는 부분이 있죠,"

- 사드에서 전자파 등의 문제제기하는 건 본질을 흐린다는 견해도 있어요.
"전자파 문제를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건 또 하나의 프레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질은 사드가 왜 필요한 거냐죠. 이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부분들이 별로 많지 않다는 거죠. 더군다나 북한은 말할 필요도 없고 중국과 러시아까지 반발하고 있어서 대한민국이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 외교. 통일 등 국가 전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잖아요. 그 문제를 덮어놓고 전자파만 없으면 OK라는 식으로 몰아가면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는 거죠."

- 사드가 배치되었을 때 가장 우려되는 건 뭔가요?
"가장 우려되는 건 한국이 정말 지정학적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될 것이라는 거죠. 사드 문제만 있는 게 아니라 다 연동된 거죠. 사드는 기본적으로 한미일 군사동맹 체제로 가고 한국은 이 체제에서 최전방 전초기지가 되는 성격을 가지는데, 그런 추세를 사드가 있으면 되돌리기 힘들어져요. 또한 사드가 배치되면 북핵해결의 포기라고 생각합니다. 북핵 문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는 전략적 균형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한미일이 사드를 비롯한 MD의 삼각동맹 체제로 가게 되면 중국과 러시아도 그에 상응해서 전략적 협력관계도 강화해 나가고 그 근거를 제시한 한국을 바라보는 관점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는 거죠. 그렇게 되면 안 그래도 지정학적으로 어려운 처지인데 더 지정학적 감옥에서 나오지 못하는 신세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미사일 발사 장면
▲ 사드 미사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미사일 발사 장면
ⓒ 록히드마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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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세요?
"일단 성주 주민이 격양되어 있잖아요. 시간이 지나면 반대운동이 줄어들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분위기를 보면 아마 부지 공사 쉽지 않을 거예요. 부지 공사하는 곳을 주민들이 막으며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미국 대선이 끝나고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서면 다시 생각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트럼프 같은 경우는 "한국이 사가야지 왜 우리가 줘?"라는 식으로 한국에 팔 수도 있고 아니면 최소 1+1로 해서 하나는 주한미군이 배치하고 하나는 한국이 투자해야 한다고 요구할 수 있죠.

힐러리가 된다 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는 '너희가 사드를 배치하면 우리는 전략 무기협력으로 대응하겠다'고 하겠죠.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각각으로 하면 우위에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결속하면 감당하기 힘들거든요. 과연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가 그것을 감수하며 사드 배치를 밀어붙일 것이냐에 대해 의문이 들기 때문에 전 끝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더민주가 정신 차려서 야권의 공동 대응력도 높이고, 사드의 문제점도 알려야 합니다. 그렇게 여론도 바꾸고 사드 배치를 재검토하게 되는 결과로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태그:#정욱식, #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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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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