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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3일 오후 2시 30분께, 삼성전자서비스 성북센터 가전 수리 엔지니어 진남진씨가 에어컨 수리 중, 실외기가 설치된 철제 난간이 무너지며 아래로 떨어져 숨졌습니다. (삼성은 서비스센터를 직접 운영하지 않습니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전자서비스는 센터를 운영하는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고 가전제품 수리 등을 맡깁니다. 진씨는 하청업체 소속 직원입니다) 삼성전자 성북센터 측에서는 "안전장비를 지급하고 안전교육을 실시했으나, 진씨는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피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 AS 노동자들의 말은 다릅니다. 문자로 심한 말까지 하면서 실적 올리는 것을 독촉하는 통에 "안전벨트를 착용할 여유가 없다"고 말합니다. 기본급은 적고, 수리 건수에 따라 성과급을 받는 구조 역시 노동자들을 더욱 안전에 신경 쓰기 어렵게 만든다고 주장합니다. 회사에서 지급된 안전벨트 역시 가정집에는 고리를 걸 수 있는 곳이 없고, 이번에 사고난 연립주택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인 라두식씨가 지난 23일 숨진 진남진씨의 딸이 쓴 일기와 함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그의 동의를 받아 싣습니다. [편집자말]
지난 6월 23일 삼성 에어컨을 수리하다 목숨을 잃은 진남진씨의 딸이 쓴 일기
 지난 6월 23일 삼성 에어컨을 수리하다 목숨을 잃은 진남진씨의 딸이 쓴 일기
ⓒ 삼성전자서비스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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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0일(일요일)

제목: 우리 아빠

아빠만 생각해도 눈물이 나는 우리 아빠
우리를 위해서 몸을 바치신 우리 아빠
세상에서 가장 멋진 우리 아빠
불상(쌍)한 우리 아빠
평생 일만 하시다가 돌아가신 우리 아빠
왜 우리만 두고 가신 우리 아빠
아빠가 돌아가셨는데 자꾸만 우리집에서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시골에 차타고 같이 장난치고
살아있는 것만 같다
아빠가 살아있으면 새끼 강아지도 밨(봤)을 탠대(텐데)
우리가 살아있으면 아빠가 좋아하는 맥주도 마시고
할아버지 할머니도 봤을 텐데 그리고 우리를 안아
주셨을 텐데...
너무 너무 보고싶은 우리 아빠
그리운 우리 아빠

지난 6월 23일 삼성 에어컨을 수리하다 목숨을 잃은 노동자의 초등학교 2학년 어린 딸이 아빠를 그리며 쓴 일기입니다.

지금까지도 초일류 기업이라는 삼성은 어떠한 원인파악도 대책도 수립하지 않고 "우리 회사 직원이 아니다. 삼성은 책임이 없다"라는 말만 반복합니다.

지금 이순간도...
내일 이순간도...
미래 이순간도...

삼성전자서비스 AS 노동자들은 목숨을 걸고 수리를 합니다.

또 다른 누군가의 어린 딸이 아빠를 그리며 일기를 써야 할지 모르는 세상에서 우리 어른들은 무엇을 해야 합니까? 세월호 아이들에게 그랬듯이 "가만히 있으라" 말해야 합니까? 이런 삼성을 보고 "가만히 있으라" 말해야 합니까?

삼성전자서비스 AS 노동자들은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말은 못하겠습니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3층 빌라에서 에어컨을 수리하다 떨어져 숨진 삼성전자서비스 성북센터 엔지니어 진남진씨의 빈소가 하계동 을지병원에 마련됐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3층 빌라에서 에어컨을 수리하다 떨어져 숨진 삼성전자서비스 성북센터 엔지니어 진남진씨의 빈소가 하계동 을지병원에 마련됐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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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여러분!

아이들 눈으로 바라본 세상이 가장 투명한 세상일 것입니다. 그의 초등학교 5학년 아들과 2학년 딸이 아빠를 추모하는 글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큰아이는 "아버지를 지키지 못해 미안해요. 아버지가 편안히 쉬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요. 힘내요."

작은 아이는 "아빠 편히 좋은 곳에 가시고 지켜주지 못해서 죄송해요."

두 아이가 "아빠를 지키지 못해서 미안해요"라고 말하는 것은 두 아이가 바라본 세상입니다. 두 아이도 아빠 죽음의 억울함을 알기에, "지키지 못해 죄송해요"라고 말한 것이라 판단됩니다.

지난 추모제 당시 두 아이가 붙인 포스트잇
 지난 추모제 당시 두 아이가 붙인 포스트잇
ⓒ 라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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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린 아이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일기장의 '별 5개'보다 아빠의 죽음이 '실족사'라고 말했던 삼성에게서 아빠의 명예를 찾아 주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삼성전자서비스 AS 노동자들은 이 어린 아이와 약속을 했습니다.

"아빠의 명예를 찾고 아이가 아빠를 지키지 못해 죄송해야 하는 이 기업 삼성과 재벌 세상을 바꾸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약속은 동료로서 어른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입니다. 삼성전자서비스 AS노동자들이 삼성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투쟁, 이 싸움이 끝이 어디일지는 모르겠으나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7월 22일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금속노조 총파업 사전결의대회를 서초본관에서 진행 후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러 갑니다. 더 이상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원청이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 나라의 어른으로서 이 투쟁에 함께 해 주십시오.


태그:#삼성전자 서비스, #삼성전자 AS 기사, #하청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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