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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3일,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졸속으로 승인됐다. 핵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고자 하는 정부와 한수원은 핵발전소 건설이 지역경제를 살리고 고용을 창출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위기에 빠진 조선 노동자들이 신고리5,6호기 건설과정에 재취업하면서 생계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건설과정에서 조선노동과 별반 다르지 않은 노동형태들도 있겠지만 그것이 현재 위기에 빠진 조선노동자들이 재취업하는 데 도움을 줄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조선노동과 핵발전노동을 단순 교환하듯이 주장하는 것은 이 두 직업군에 있는 숙련노동자들을 기만하는 행위와 같다. 또한 핵발전소는 운영과정에서 방사능 피폭 등의 위험노동이 있지만 건설과정도 마찬가지다. 건설 기간만 수년간이고 수많은 부품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건물을 건설하는 데는 그만큼의 위험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신고리 1,2호기 건설현장에서 일했던 노동자를 만났다. 그는 이렇게 증언했다.

"기억에 오류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건설현장에서 사고가 많이 발생했었다. 당시 현장에서 4~5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고 들었다. 현장이 넓다 보니 직접 목격하진 못했다. 현장에 원청사를 비롯해 수많은 하청업체노동자들이 투입되는데 많은 물량을 정해진 시간 내에 쳐내야 하다 보니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건설과정의 사고에 대해 확인하기 위해서 한수원에 1971년 고리 1호기 건설부터 현재까지 핵발전소 건설과정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에 대해 정보공개청구했다. 한수원에서는 2001년도부터 현재까지의 정보를 공개했다. 지난 15년 동안 핵발전소 건설과정에서 92건의 산재, 사망사고가 있었고 10명의 노동자가 사망, 90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 중 한수원 노동자가 3명이었고 협력업체 노동자가 97명이었다. 2014년, 신고리 3호기 건설과정에서는 가스누출사고로 3명의 협력업체 노동자가 사망했다. 이 통계에 드러나지 않은, 조용히 은폐된 사고가 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력이 부족했던 핵발전소 건설 초창기에는 더 많은 사고가 있었을 것이다.

2001년도 이후 원전 건설과정에서의 산재, 사망사고 현황 [기준 : 2016.05.31]
 2001년도 이후 원전 건설과정에서의 산재, 사망사고 현황 [기준 : 2016.05.31]
ⓒ 강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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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에서 종사하는 노동자의 고용형태별현황으로 최원식의원실이 한수원에 요구하여 받은 자료(2014.7.기준)
▲ 고용형태별 원전노동자 원전에서 종사하는 노동자의 고용형태별현황으로 최원식의원실이 한수원에 요구하여 받은 자료(2014.7.기준)
ⓒ 강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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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핵발전 노동자를 '원전집시'라고 부른다. 한 핵발전소에서 건설, 계획예방정비에 참여한 노동자는 다음 핵발전소를 찾아 떠돌아다닌다. 숙련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고용이 불안정하니 현장이 있는 곳에, 불러 주는 곳에 갈 수밖에 없다.

고용불안과 불법파견, 위험노동은 핵발전소를 안고 살아가는 세계 모두의 문제일 것이다. 핵발전소의 안전한 운영을 위해서, 또 탈핵세상을 위해서 우리는 '노동하는 사람'과 함께 해야 한다.

"여러모로 원전은 명백하게 빈곤과 차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요즘 어디에 가나 원전은 차별의 상징이라고 말한다. 원청은 하청 구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도쿄전력이 인정하는 것은 3차까지이다. 노동자들은 후쿠시마 원전에 3차 하청직원으로 원전 현장에 들어간다. 고용관계가 위장되는 것이다.

누가 고용주인지도 모르는 애매한 하청구조는 전력회사에게만 좋은 것이다. 노동자는 피폭되면 일하지 못한다. 일회용 노동자이니까. 도쿄전력 직원들은 콘트롤룸 등 안전한 장소에서 일하고, 전력 회사들은 국민에게 원전 안의 깨끗한 실내만 보여준다. 원전은 깨끗하지 않은데, 깨끗하고 좋은 직장이라고 선전한다. 현장노동자들은 방호복 입고, 마스크 쓰고, 방사선 공포에서 일하고 있다."

- 나스비 피폭노동을 생각하는 네트워크 활동가(2014. 한-일 핵발전노동 워크숍)

덧붙이는 글 | 이글은 탈핵신문 2016년 7월호 (제43호)에도 동시 게재되었습니다.



태그:#원전노동자, #피폭노동자, #핵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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