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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런(한국마사회)이 주최하고 중앙일보PLUS와 한국자원봉사센터협회가 주관하는 '2016 렛츠런 x 공부의 신 진로콘서트'에 대한 학부모들의 원성이 높다.

학생들의 진로선택을 돕겠다는 취지에서 열리는 이 행사가 과천경마장 내 한복판에서 열리면서 행사 취지에 장소가 어울리는가 하는 문제제기다.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경마장에서 아이들 진로교육을 한다는 것이 과연 바람직 하냐는 지적이다.

'공부의 신 프로젝트'는 교육혜택이 취약한 중고등 학생들의 학업 동기부여 및 학습법을 전파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학생의 멘토링 활동을 지원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 10기까지 진행됐으며 올해는 11기가 선발되어 활동 중이다.

이번 진로콘서트는 21일(목) 오전 과천경마장내 '렛츠런파크' 서울 럭키빌 6층 컨벤션홀에서 열린다.

한국자원봉사센터협회는 이날 행사와 관련 협회 공지사항을 통해 "청소년 멘티와 대학생 멘토를 위한 진로 토크 콘서트와 멘토링에 대한 강연, 내 아이와의 소통으로 학습 성장을 돕는 부모님들을 위한 강연. 지친 심신을 위로할 초대가수의 공연까지^^"이라며 참여를 독려했다.

문제는 이 같은 좋은 취지의 행사가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경마장에서 열리는 것에 대해 많은 학부모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는 점이다.

학부모 A씨는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사행산업인 경마장을 접하는 것은 도박에 대한 경계심을 무너뜨릴 수 있고 어른이 되어서 도박장을 쉽게 드나들 수 있게 만든다고 생각한다"면서 문제를 제기했다.

또 다른 학부모 S씨는 "한국마사회가 자신들의 이미지가 나쁘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으니 '렛츠런'으로 사명을 바꾸었을 것"이라면서, "그러한 이미지를 불식하기 위해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아이돌 가수까지 내세워 아이들을 경마장으로 끌어들여 행사를 갖는 것은 너무 속보이는 짓"이라고 일침했다.

정방 '용산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공동대표는 "마사회가 경마공원을 이용해서 아이돌 공연 등 행사를 많이 한다. 경마공원의 넓은 공간을 활용해 좋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저희가 마사회를 경험해 보면서 도박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알게 됐고, 경마장과 화상경마장에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박중독자나 경마 피해자들의 입장을 생각하고 그 폐해를 안다면 자각 있는 사람은 동원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좋은 취지라고 하지만 어릴 때부터 익숙한 도박환경에 빠트리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아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동국대 교육학과 조상식 교수는 "한국마사회의 이번 행사는 게임회사나 대출업체들이 대학생 장학금등을 통해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경우와 같다고 볼 수 있으나 가치판단 기준이 성장단계인 학생들을 데려다가 경마장 시설이 있는 곳에서 행사를 치른다는 것은 부적절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규범적 성장단계에 있는 초중등 학생들이 사행업체를 미리 알필요는 없다. 배우는 단계에서 노출시킬 필요가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다"면서, "경마장이라는 사행업체에 대해 미리 노출시킨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조상식 교수는 이와 함께 "한국마사회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것은 얼마든지 찬성한다"면서, "다만 간접적인 사회환원도 있다. 즉 초중등 학생들에게 수혜가 가는 프로그램을 제 3의 단체를 거쳐 가게하는 방법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19일자 라이프트랜드 3면에 실린 광고
 <중앙일보> 19일자 라이프트랜드 3면에 실린 광고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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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도움 주기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양해 바란다"

한편 이 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한국자원봉사센터협회 관계자는 "저희는 메인 주관이 아니고 메인은 '중앙일보PLUS'로 입장이 다를 수 있다"면서, "저희는 비영리조직으로 마사회와 공익사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 300명, 학부모 등 멘토, 멘티가 참여하다 보니 비용 부분을 감안해 과천으로 장소를 잡게 됐다"면서, "마사회에서 본사와 가까운 곳에서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경마는 결국 국민에게는 사행성 사업인데 아이들이 그 근처에서 (콘서트를)한다는 게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컨벤션 홀은 평일에 경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마사회는 저희와 진로 멘트, 멘티를 매칭해 아이들의 학업 성취, 긍정적 효과를 얻기 위한 사회 환원 공익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원을 제기한 게 어떤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단순히 행사 장소가 마사회 근처라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꿈을 향해 준비하는 부분인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얘기하고 싶다"며,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도움을 주기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와 우먼컨슈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렛츠런, #공부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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