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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 역 앞에서 셀카로 보내준 사진.
▲ 이탈리아 레스토랑 웨이터 최승인 씨 센트럴 역 앞에서 셀카로 보내준 사진.
ⓒ 최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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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할 수 있는 건가요?"

인터뷰이를 찾고자 페이스북 그룹에 글을 올렸다. 올린 지 몇 분도 지나지 않아 그가 메시지를 보냈다. 시드니에 온 지 얼마 안됐지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고 말하는 그. 약속을 잡고 센트럴 근처에서 최승인씨(25)를 만났다.

유럽여행 후 해외에 눈 돌리다

"언론에서 일하고 싶어서 관심이 갔어요. 그래서 인터뷰하고 싶었고요."

언론인이 꿈이었다. 특히 방송. 아나운싱에 어울리는 목소리, 명료한 발음. 아나운서를 준비했다. 그러나 현실은 높았다.

"회계학을 공부하다 보니 미디어로 공부하기 어려웠어요. 가업을 물려받아야 된다는 것도 있었고요. 덕분에 꿈을 접었죠."

군 제대 후 이렇다 할 활력이 없었다. 그런 그에게 유럽여행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활력을 북돋아줬다.

"작년에 유럽을 갔다왔거든요. 그 때부터 해외에 눈을 떴어요. 뭔가 도전하는 거? 한국에 있었다면 무난하게 살았겠죠."

취업에 찌들어 살던 그. 그에게 유럽은 새로운 시야를 트게 해줬다. 그냥 머물고 있을 순 없었다. 유럽에서 귀국한 후 부랴부랴 워킹 홀리데이를 알아봤다. 더 많은 곳을 누벼보고 싶었다.

"계획도 없었어요. 그냥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특별한 제한이 없는 호주로 온 거에요. 1월에 결정해서 2월에 바로 왔어요."

5불로 시작한 호주 적응

영어를 잘하지 못했지만 자신감은 넘쳤다.

"호주가면 영어는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이었어요."

영어를 잘하지도 돈이 많지도 않았다. 집을 구하고 이것저것 구입하니 단 돈 5불 밖에 없었다. 일을 구해야 했다.

"그렇다고 청소나 하우스 키퍼, 한인잡에서 일하고 싶진 않았어요. 처음부터 웨이터를 하겠다고 정했죠."

매일 호주 레스토랑에서 웨이터를 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이것 외에는 안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리고 운 좋게도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들어갈 수 있었다. 때마침 레스토랑에 웨이터하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빠져 사람이 필요했던 것. 영어를 잘 못하지만 사람이 급했던 덕택에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일주일에 5,6일을 일했다.

"요즘엔 주 4일로 일하고 있어요. 하루 스케줄은 아침 12시에 오픈해서 3시까지 일해요. 다시 2시간 쉬고 10시까지 일하고. 조금 빠듯하죠."

-영어로 불편한 점은 없었나요?
"애기들이 말 배우듯이 배웠죠. 처음에는 매니저가 항상 같이 있어 줬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줬죠. 새로운 일을 하게 되면 먼저 보여주고 알려주고. 지금도 고마워요."

더듬더듬 일을 배웠다. 영어를 못해 일은 수월하게 풀리지 않았다. 지금처럼 적응되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한국처럼 다그치진 않았어요. 먼저 보여주고 안되더라도 자기 책임이라면서 다시 가르쳐 줬죠."

그 모습에서 책임자의 책임을 배웠다. 지위를 가진 만큼 책임을 지려는 모습.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다.

돈이 없으면 사람은 쪼그라든다

그에게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물었다.

"돈이죠. 타지에서 생활해야 되는데 가장 필요한건 돈이더라고요. 사람이 돈이 없으면 작아져요."

셰어 메이트들이 여유를 즐길 때 그는 즐기지 못했다. 돈이 없다 보니 눈치껏 빠지기 일수였다.

"하루는 쉬는 날에 맞춰서 세어메이트들끼리 놀러가자고 하더라고요. 전 슬쩍 빠졌죠."

한 두번이 아니었다. 돈이 없는 기간 동안은 자그마한 여유도 사치처럼 느껴졌다.

"그러다보니 사람을 피하게 되더라고요. 포기하고 싶었죠."

-왜 포기 안했죠?
"여기서 포기하면 제 스스로가 싫어질 것 같았어요. 볼품없어질 것 같다고 해야하나. 한국에 있는 친구나 가족들한테 잘 갔다온다고 왔는데 여기서 돌아가면 볼 면목도 없었고요."

문화차이, 인종차별을 느끼다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는 레스토랑이다. 그러다보니 문화 차이나 인종차별을 자주 느끼거나 목격한다.

"일하는 곳이 이탈리아 레스토랑이다 보니 유럽사람들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차별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몇 번은 넘어갔지만 폭발한 적도 있었다. 결국 한 사람과는 마찰이 크게 번졌다.

"싸웠죠. 지금도 서로 안 쳐다봐요."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도 심심치 않게 목격했다.

"아시아인이 손님으로 오면 직원들끼리 말하는 걸 듣거든요. 그럴 때 느끼죠. '아 얘네는 아시안 문화를 낮게 보는구나.'"

문화적 차이도 많다. 그가 에피소드 한 토막을 꺼냈다.

"브레이크 타임 때 밥을 먹거든요. 그때 파스타나 피자를 먹어요. 어쩌다가 후루룩 소리를 내서 먹었어요. 그때 친구들이 전부 쳐다보는 거예요."

유럽에서는 후루룩 먹는 게 실례다. 이탈리아에서는 어릴 때부터 교육한다.

"'너 뭐하냐고.' 웃으면서 장난치더라고요. 아시아에서는 큰 실례는 아니란 걸 아니까요. 그렇게 넘겼죠."

'팁투어'를 제2의 목표로 삼았다.
▲ 인터뷰 중인 최승인 씨 '팁투어'를 제2의 목표로 삼았다.
ⓒ 백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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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p going!

-워홀을 추천하나요?
"추천하죠. 호주에 오면 각 나라의 문화와 생각을 느낄 수 있거든요. 견문이 넓어지죠."

그는 특히 오지잡(호주 현지인이 고용하는 일자리)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여기서 제일 조심해야할 건 한국 사람이에요. 나쁜 사람들이 많거든요. 영어도 늘리고 다양한 문화를 느끼고 싶다면 오지잡을 꼭 해봐야 돼요."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팁투어'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팁투어라는 게 가이드예요. 여행지의 명소가 아니라 현지문화를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안내해주는 거죠. 프라하에 갔을 때 이런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그는 호주에 처음 온 워홀러나 여행객들을 상대로 '팁투어'를 해보고 싶단다.

"우연히 시드니에 혼자 여행 온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어요. 그 사람에게 제가 아는 맛집도 소개해주고 사진도 찍어주고 그랬거든요. 엄청 만족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본격적으로 해보려고요."

그는 견문을 넓혀야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세상을 넓게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단계라는 게 있잖아요. 모든 사람들이 그 나이 때엔 그래야 한다는 거 말이에요. 그걸 좀 탈피해야 될 것 같아요. 진부한 말이지만 하고 싶은게 있다면 해야죠. keep going!"

덧붙이는 글 | 시드니 속 한인들을 만납니다. 기들의 이야기를 듣고 옮깁니다. 더 솔직하고 더 자세하고 더 내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습니다.



태그:#호주, #시드니, #워홀, #웨이터, #팁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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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전역한 따끈따끈한 언론고시생입니다!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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