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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이 지난 2006년과 2007년 권선주(60) 현 은행장의 남편이 대표로 근무하는 효성ITX에 총 12억여 원의 고객센터 업무위탁비를 지급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그런 가운데 IBK기업은행이 지난 2006년부터 2016년 5월까지 효성ITX에 지급한 고객센터 업무위탁비 규모가 총 100억 원을 웃도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마이뉴스>가 효성ITX의 매출 세금 계산서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IBK기업은행은 지난 2006년부터 2016년 5월까지 약 10년간 총 107억여 원의 고객센터 업무위탁비를 효성ITX에 지급한 것으로 분석됐다. 권 행장의 남편인 이화택 현 윌앤비전 대표는 지난 2001년부터 2009년 5월까지 효성ITX 대표를 지냈다(효성ITX의 전신인 텔레서비스 대표 경력까지 포함).

IBK기업은행은 그동안 효성ITX와, 제이앤비컨설팅, 한국고용정보, 엠피씨 등에 고객센터 전화상담 업무(인바운드)를 위탁운영해오다 지난 2014년 엠피씨만 다른 업체로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또다른 효성그룹의 계열사인 노틸러스 효성이 지난 2007년과 2010년 총 약 300억 원의 ATM(금융자동화기기) 납품계약을 IBK기업은행과 체결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효성과 IBK기업은행의 관계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기업은행·효성·윌앤비전 거래도
 기업은행·효성·윌앤비전 거래도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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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부터 2016년 5월까지 총 107억 원 업무위탁비 지급     

<오마이뉴스>는 지난 5월 9일과 27일 IBK기업은행에서 권선주 행장의 남편이 대표로 근무했거나('효성ITX') 남편이 직접 운영하는 기업('윌앤비전')에 각각 2억 원과 12억7796만여  원을 TM(텔레마케팅)센터 운영비와 고객센터 업무위탁비로 지급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특히 효성ITX가 지난 2006년부터 지금까지 IBK기업은행의 고객센터 업무를 위탁운영하고 있어서 IBK기업은행과 효성ITX의 거래 금액은 이렇게 확인된 금액(12억여 원)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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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가운데 최근 <오마이뉴스>는 IBK기업은행 고객센터 업무위탁과 관련한 효성ITX의 매출 세금 계산서를 입수했다. 이 매출 세금 계산서에는 효성ITX가 지난 2011년부터 2016년 5월까지 IBK기업은행으로부터 지급받은 고객센터 업무위탁비('매출')가 적혀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지난 2011년부터 2016년 5월까지 총 67억5000만 원의 고객센터 업무위탁비를 효성ITX에 지급했다. 해마다 평균 12억 원 이상의 고객센터 업무위탁비를 지급해온 것이다.

지난 2006년 3억9000만 원에 불과했던 고객센터 업무위탁비는 2007년 8억8700만여 원, 2011년 9억7600만여 원, 2012년 11억1500만여 원, 2013년 12억5400만여 원, 2014년 약 14억 원, 2015년 14억2400만여 원으로 계속 늘어났다. 2016년에는 5월 현재까지 총 5억8300여만 원을 지급한 상태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매출 세금 계산서에는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지급된 고객센터 업무위탁비는 적혀 있지 않다. 다만 20007년과 2010년에 지급한 고객센터 업무위탁비가 각각 8억8700만 원과 9억7600만 원이었다는 사실을 헤아릴 때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9억 원대의 고객센터 업무위탁비가 효성ITX에 지급됐을 것으로 분석된다(3년간 총 27억 원대). 

결국 효성ITX의 매출 세금 계산서('94억 5000만여 원', 2008년-2016년 5월)와 자진 공시자료('약 9억 원', 2007년), IBK기업은행측 해명('3억9000만 원', 2006년) 등을 종합할 때 지난 2006년부터 2016년 5월까지 IBK기업은행이 효성ITX에 지급한 고객센터 업무위탁비는 총 107억여 원에 이른다. 

권선주 행장의 남편인 이화택 대표는 지난 2001년부터 2009년 5월까지 효성ITX 대표를 지냈고, 같은 시기 권 행장은 부장급인 CS(고객서비스)센터장과 PB사업단 부단장으로 활동했다. 공교롭게도 이 대표가 효성ITX 대표로 근무하는 동안 IBK기업은행이 효성ITX에 지급한 고객센터 업무위탁비만 해도 총 34억여 원(2006년-2009년 5월)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효성ITX는 권선주 행장의 남편이 대표로 재직할 때 고객센터 업무위탁 계약을 체결해 10년째 고객센터를 위탁운영해오고 있다. 그러는 동안 이화택 대표는 효성ITX 인재솔루션본부가 분사(법인분리)해 설립한 아웃소싱 전문기업 '윌앤비전' 대표를 맡아왔고, 부인인 권 행장은 부행장급인 카드사업본부장과 리스크관리본부장을 거쳐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해인 지난 2013년 12월 기업은행장에 발탁됐다.  

기업은행 "효성ITX-기업은행 거래관계 깨끗해"

이렇게 100억 원이 넘는 거래와 관련해 IBK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현재 5개 회사가 고객센터를 위탁받아 운영해오고 있고, 한번 계약하면 대부분 1-2년 단위로 연장해오고 있다"라며 "연 50명을 파견한다고 하면 연간 금액이 10억 원 정도 되고 그것이 10년 되면 100억 원이 넘어간다"라고 해명했다.

효성ITX의 한 관계자는 "이화택 대표가 떠난 지 8년 정도 돼서 그때 상황을 알고 있는 직원이 없다"라며 "안정적으로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업체를 바꿀 이유도 없고, 실적이 잘 나오니까 오래 계약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IBK기업은행과 효성ITX 사이에 이루어진 거래에 권선주 행장과 이화택 대표의 '특수관계'가 영향력을 미쳤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조쪽에서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거래다"라고 주장하고 있고, 사측은 "당시 권 행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의 한 간부는 "권선주 행장과 이화택 대표의 부부관계 때문에 이런 계약이 생겼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라며 "효성과 기업은행은 특수관계도 아니고, 거래관계는 깨끗하다"라고 반박했다. 앞서 언급한 효성ITX의 관계자는 "부부관계가 계약 유지 등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우리가 알 수 없다"라고 짧게 답변했다.

다만 한국산업은행의 임원을 지낸 금융권 인사는 "다년간 거래가 유지됐다면 권 행장과 남편의 특수관계가 거래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그런 점에서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인사는 "미연에 부조리를 방지하고 청렴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공공기관이 가족 등 특수관계인과는 최대한 거래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효성ITX는 외국에서 콜센터 등 CRM(고객관계관리) 시장을 눈여겨 본 조현준 효성 사장이 주도해서 만든 기업이다. 효성그룹 3세 경영인인 조 사장은 지난 2001년 텔레서비스를 인수하고, 2006년 회사이름을 효성ITX로 바꾼 뒤 효성ITX를 효성그룹 계열사로 편입했다. 조 사장은 효성물산에서 상사맨으로 20여년 간 일했던 이화택 대표를 텔레서비스와 효성ITX 대표로 발탁했을 정도로 두 사람은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조현준 사장은 지난 2월 효성ITX의 사내이사에 재선임됐다. 그는 특히 지난해 11월과 올 3월에 연달아 효성ITX 주식을 사들여 현재 효성ITX 주식 37.91%(438만2245주)를 보유하고 있다(2016년 5월 현재). 지난해 11월부터 효성(347만9200주, 30.10%)을 제치고 효성ITX의 최대 주주에 올라 있다.

효성ITX는 지난 2009년 3월 이화택-남경환 공동 대표체제였다가 같은 해 5월 이화택 대표가 사임하자 남 대표(효성 상무) 단독 대표 체제로 바뀌었다. 경북고와 경북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한 남 대표는 효성물산에서 오랫동안 근무해 이 대표와도 가까운 사이다. 지난 2011년에는 연세대 법무대학원 최고위 과정을 수료해 연세대 법학과 출신인 이 대표와 연세대 동문이 됐다.

노틸러스 효성, 기업은행에 300억 원 ATM 납품

이와 함께 IBK기업은행과 또다른 효성그룹 계열사이자 금융자동화기기 전문업체인 노틸러스 효성이 수백억 원대를 거래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가 노틸러스 효성의 공시자료 등을 살펴본 결과, IBK기업은행과 노틸러스 효성은 지난 2007년 3월 247억2880만 원의 ATM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노틸러스 효성은 지난 2010년 400여 대 규모의 ATM을 공급하는 업체로도 선정됐다. 당시 한 대당 1300만 원대여서 수주금액이 50억 원을 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노틸러스 효성은 지난 2006년 4월 IBK기업은행의 점외자동화코너 일괄용역관리 프로젝트 사업도 수주한 바 있다.

효성ITX와 노틸러스 효성 등 효성그룹 계열사가 IBK기업은행과 거래한 금액은 현재 확인된 것만 400억 원(107억 원+300억 원)이 넘는다. 이렇게 수백억 원대의 IBK기업은행 일감이 효성그룹 계열사들에 준 사실이 확인되면서 IBK기업은행과 효성의 관계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권선주 행장의 남편이 효성물산에 입사한 뒤 텔레서비스, 캘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 효성ITX 등 효성그룹 여러 계열사의 대표를 지냈고, 조현준 사장과도 가까운 사이여서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지난 2013년과 2014년 효성ITX는 이화택 대표가 직접 운영하는 아웃소싱 전문기업 윌앤비전에 총 2억여 원을 지급해 눈길을 끈다. 업계에서는 조현준 사장과 이 대표의 특수관계 등을 근거로 효성그룹 계열사와 윌앤비전 사이에 상당한 규모의 거래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태그:#IBK기업은행, #효성ITX, #권선주, #이화택, #윌앤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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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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