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지 않냐고? 아니 난 행복하다."

최승호 피디는 행복하다고 말했다.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을 다룬 영화 <자백>이 오는 10월 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국정원으로부터 남파된 간첩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쓴 유우성씨 사건이 계기였다. <뉴스타파>는 이후 끝이 보이지 않는 취재를 시작했다. <자백>은 지난 4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이미 상영된 영화지만 최 피디는 몇 주 전에도 영화 <자백>에 추가로 영상을 더 넣어볼까 싶어 취재를 다녀왔단다. 아직 그가 '물은' 국정원 간첩 사건 취재는 끝나지 않았다.

그가 행복한 이유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을 3년 동안 취재해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을 만든 최승호 <뉴스타파> PD.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을 3년 동안 취재해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을 만든 최승호 <뉴스타파> PD. ⓒ 유성호


탈북자 유우성씨가 간첩 혐의로 체포된 것은 지난 2013년 1월의 일이다. 이후 <뉴스타파>는 2013년 10월 20일 <뉴스타파 - 자백이야기> 편을 통해 이번 사건이 국정원의 간첩 조작 사건이라고 문제제기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다. 참으로 질긴 싸움이다. 그 대상은 국정원이라는 보이지 않는 거대 권력이다. "심리적인 압박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최승호 PD는 웃으며 대답했다. "오히려 행복하다고 봐야지."

"다른 기자들이 오랫동안 한 사안을 쥐고 취재하기 어려우니까. 나에게 이는 부담이라기보다는 행복한 선택인 거다. 또 경험상 어떤 문제든 그냥 건드려서는 제대로 해결이 되지 않는다. 끝까지 취재를 해서 뿌리를 파고 그 끝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적당히 해서 세상이 그리 쉽게 변하지 않더라."

그래서 다시 물었다. "최승호 피디도 무서워하는 게 있느냐"고. 그러자 그는 "나도 무서워한다, 원래 겁이 많은 사람들이 준비를 더 많이 하지 않나"라며 웃었다.

"꼬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 여러 가지로 조심하면서 취재를 한다. 아직까지 국정원이 나를 고소(지난 2013년 11월 최승호 피디는 국정원에 고소당했다)한 것 말고는 특별히 한 게 없다. 내가 취재를 하는 길을 따라 국정원이나 검찰에서 냄새를 맡으면서 그대로 따라올 수 있다는 생각은 한다. 내가 만일 그 과정에서 어떤 허점을 보였다면 아주 쉽게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경험상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쟤들(국정원)도 겁이 많다. (웃음)"

영화 <자백>을 극장에 걸기 위해 <뉴스타파>는 카카오 스토리펀딩을 이용했다. 스토리펀딩 사상 최단 시간 내에 목표로 했던 2억 원이 모였고, 최승호 피디와 인터뷰를 진행한 15일까지 3억3000만 원이 모였다. 관객 3만3000명 정도가 영화 시사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보통 다큐멘터리 영화가 관객 만 명을 넘기 힘든 점을 감안했을 때 이는 놀라운 액수다. 게다가 스토리펀딩 마감까지 약 40일이나 남았다. 최승호 PD는 이에 대해 "국정원 문제에 대해 공감하시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영화가 성공해서 국정원을 바꾸는데 일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니 도와주시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 <자백> 포스터

영화 <자백> 포스터. 최승호 PD는 이제 <뉴스타파>가 영화제작사도 겸할 수 있도록 등록했다고 밝혔다. ⓒ 시네마달


<자백>이 10월 6일 영화관에 걸리기 위해서는 아직 관문이 남아있다. 스토리펀딩을 통해 모인 돈으로 영화관을 섭외하는 일이다. 최승호 피디는 "몇 만 명이 미리 영화를 보겠다고 돈을 내준 셈이다"라며, "영화를 본 관객들이 추천도 해주고 입소문도 내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할 거고 그럼 좀 더 많은 스크린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이후 영화 <자백>으로 해외 영화제에 출품을 할 생각이 있다고 했다. 최 피디는 방송으로 돌파를 해보려다 잘 안 되니 영화를 만들어 대중들에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영화까지 만든다는 건 사회적인 비극"이라고 말했다. 확실히 그가 MBC에서 <PD수첩>을 하던 때와는 사회의 온도 차가 사뭇 다르다. "<PD수첩 - 검사와 스폰서> 같은 프로그램 한 번 방송했다 하면 난리났다. 바로 다음날 부산 지검장 잘리고 검찰에서 조사위원회 꾸리고." 하지만 결국 한국 저널리즘의 영역이 신문과 방송을 넘어서 영화로까지 확장된 셈이 아닐까. 그는 이에 "영화는 좋은 수단이다"라고 답했다.

"결국 특정한 주제를 갖고 장기적인 취재를 진행하는 형식이다, 이제 <뉴스타파>는 (언론사만이 아니라) 영화 제작사도 겸할 수 있게 등록했다."

"직업인으로 충실하게 사는 걸 허락 안 해주네"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3년 동안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을 파헤치며 취재한 영상물을 가지고 후반 편집작업을 하고 있다.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3년 동안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을 파헤치며 취재한 영상물을 가지고 후반 편집작업을 하고 있다. ⓒ 유성호


그는 인터뷰 내내 언론인으로서의 '직업관'과 '책임 윤리'를 이야기했다. 자신은 "대단한 지사나 거대한 사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지만 그저 '언론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충실하게 살고자 했다고 전했다. "공영방송에 몸담고 국민들에게 정보나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들이라면 왜곡을 하지 않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알려줘야 하지 않나. 그저 직업인으로서 충실하려 살려고 한 건데 그걸 못하게 하니까."

"1986년에 MBC에 들어와서 나름대로 언론인으로서 많은 다큐멘터리를 만들었고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만들어나가는데 도움 되는 일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세상은 더 나빠지고 사람들은 희망을 잃어버리고 있는 상황이다. <자백>을 통해 세상을 바로잡고자 한다. 이 영화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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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 뉴스타파 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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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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