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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고정 언론칼럼으로 매주 한 번 <오마이뉴스>에 게재됩니다.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면서도 한국사회의 언론민주화를 위한 민언련 활동에 품을 내주신 분들이 '시시비비' 필진으로 나섰습니다.

앞으로 김동민(한양대 겸임교수), 김성원(민언련 이사), 김수정(민언련 정책위원),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김유진(민언련 정책위원), 김택수(법무법인 정세 변호사), 박석운(민언련 공동대표), 서명준(언론학 박사), 안성일(MBC 전 논설위원), 엄주웅(전 방통심의위원), 이기범(민언련 웹진기획위원), 이병남(언론학 박사), 이용마(MBC 기자), 이진순(민언련 정책위원), 정민영(변호사), 정연우(세명대 교수)의 글로 여러분과 소통하겠습니다. - 기자말

천주교 대구대교구·안동교구·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정의평화위원회는 18일 경북 칠곡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생명평화미사를 열었다. 미사를 마친 500여 명의 참가자들은 인근의 미군 부대까지 행진하며 한반도 사드 배치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안동교구·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정의평화위원회는 18일 경북 칠곡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생명평화미사를 열었다. 미사를 마친 500여 명의 참가자들은 인근의 미군 부대까지 행진하며 한반도 사드 배치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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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위험이나 재난에 관한 정보를 얻는데 친척이나 친구보다도 언론을 더 신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어떤 것에 더 많은 경각심을 느끼는가에 따라서 정책적 결정이 달라지기도 한다. 정책 결정은 언론의 주목도와 노출 빈도를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잘못된 결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적시의 결정이었는가는 따져볼 여지가 있다.

경북 상주에 배치될 사드에 드는 의문점

사드 정국이다.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는 '종말 고고도 구역 방어'로 현재 언론 대다수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 표현을 통일해서 쓰고 있다. 사드는 미사일의 종말 지점이 40~150km 고도만큼 높은 경우에만 요격이 가능한 무기체계이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오던 미사일이 목표지로 떨어지는 '종말'시점이 한참은 높아야 쓸모가 있다. 미사일이 날아오는 포물선의 정점 고도가 50km에도 못 미치는 미사일이라면 사드의 요격 대상이 될 수 없다.

국방부는 '군사적 효용'을 고려해 경북 성주가 사드 배치의 최적지라고 발표했다. 인구와 국가 주요시설이 밀접한 수도권 방어는 투발성 미사일을 방어하는 방어체계가 별도로 추가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과 거리가 가까운 수도권 방어는 별개로 놓고 '군사주권론' 차원에서 중거리 미사일 방어를 위해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는 발표는 의아스럽다.

북한을 향할 포대 북서쪽 2.5km 반경 이내에는 초등학교와 아파트, 성주의 중심지가 있다. 종말 모드를 탐지하는 레이더가 바다 쪽을 비추고 있는 일본이나 괌과는 전혀 다른 사정이다. 내륙이면서 인구 밀접지역으로 향하게 될 레이더를 처음 설치하면서 평택 이남에 주로 주둔해 있는 미군기지는 자연스럽게 사드 방어 권역에 포함되도록 한 점 등을 볼 때 미군을 위한, 미국의 압박에 의한 한국의 졸속 결정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억지스럽지 않다. 사드 포대가 포함하는 레이더 작동과 관련해서도 인체 무해성은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국방부 발 방송보도는 53%...검증보도 거의 없다시피

민언련은 지난 1주 동안 사드 관련 신문방송 보도를 모니터했다. 방송의 경우, 국방부 발표로 볼 수 있는 정부의 입장을 전달한 보도가 53%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표1>참조). 국제정세와 관련한 보도는 24%였고, 정치권 반응과 주민 반응은 합쳐야 21% 정도였다. 의혹 및 사실을 확인하려고 노력한 검증보도는 SBS의 3건 정도만 꼽을 정도다.

사드 도입관련 지상파 3사 저녁종합뉴스 보도
 사드 도입관련 지상파 3사 저녁종합뉴스 보도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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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게 7월 13일 KBS, MBC의 저녁종합뉴스를 보면 사드 관련 보도에서 정부 발표 뉴스가 얼마나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KBS와 MBC 둘 다 톱보도는 성주로 부지를 정한 국방부 입장이었고, 두 번째는 성주가 최적지로 꼽히는 이유를 나열했다. 세 번째는 수도권 방어의 해결책을 설명했다. KBS는 자막 제목을 <사드 배치 '경북 성주'…남한 2/3 방어>라고 표시했고, MBC는 <사드 경북 성주 배치 확정…내년 말 운용>이라고 했다.

두 번째 보도에서 KBS는 <군사적 효용·주민안전 고려 성주가 최적>을, MBC는 <미사일 방어 최적기…中 입장도 고려>라고 표시했다. 세 번째 보도에서 KBS는 <수도권 방어, 사드 대신 패트리엇 증강", MBC는 "수도권 방어는 패트리엇 증강 배치>로 뽑았다. 사드 관련 전체 보도 중에서 50% 이상이 국방부 입장의 뉴스인데, 두 채널은 보도내용조차도 유사하게 보도했다.

사드관련 KBS MBC 보도 비교
 사드관련 KBS MBC 보도 비교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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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의 경우, 7월 13일 사드 배치 지역으로 경북 성주가 결정되었다는 보도가 일제히 1면에 실렸다. 7월 15일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 제목이 <30m앞 전자파, 허용치의 4.4%였다>였고, 중앙일보는 <사드보다 센 그린파인 전자파 30m 앞에서도 허용치의 4.4%>였다. 사드 포대에 포함될 레이더의 위험성 논란을 일축하려는 듯이 "주민·장병 이상 없"다는 점을 부제목으로 동일하게 강조했다.

<그림> 유사한 조선일보 중앙일보 1면 기사 제목 출처 : 미디어오늘(http://bit.ly/2a806UO)
 <그림> 유사한 조선일보 중앙일보 1면 기사 제목 출처 : 미디어오늘(http://bit.ly/2a806UO)
ⓒ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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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를 충실히 담는데 그친 사드보도, 검증보도가 절실하다

언론의 제목이나 기사의 내용이 동일하거나 반복됐다. 특정한 표현이나 단어의 사용위치가 유사한 정도가 아니라 같은 것도 있다. 이들 보도는 겉으로는 분명 사실을 탐색하고 취재하여 정확한 정보를 보도하는 기사 문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정부가 준 보도 자료를 더욱 상세히 설명하는 수준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사실 검증을 하며 쓰는 것이 아니라 보도자료를 사실적인 기사체로 바꾸는 것 외엔 한 것이 없는 것은 아닐까?

세월호 참사 사건에서 대표적인 언론 오보는 '전원 구조'에 있다. 그런데 더 큰 오보가 있다. 해경이 만든 '구조대원 대거 투입'이다. 현장 확인도 없이 보도하라는 대로 사실감 있는 뉴스로 보도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또 한 번의 골든타임을 날렸다.

기시감이 든다. 사드 관련 보도에서 뉴스가 다루는 내용이 유사하고 들이는 시간마저 비슷하게 보일 정도이다. 언론에게 주어진 임무를 너무 경솔하게 취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기자들이 양심적으로 답을 해야 한다.


태그:#사드, #방송, #신문, #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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