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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소개하기 조금 껄끄럽지만 조영남씨의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가사가 정말 어울리는 노선이 있습니다. 충북선, 태백선과 함께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동서축 간선 철도노선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낙후된 노선과 가장 최신의 개량된 노선의 표본을 모두 보여주는 철도노선이 바로 경전선입니다.

2016년 7월 14일, 진주에서 하동을 잇는 약 44.3km 구간이 신선으로 이전됩니다. 폐선되기 4일 전 다녀온 진주와 하동 간의 간이역 풍경을 담고, 폐선의 사용 방향에 대해 간단히 짚어본 2부작 르포를 연재합니다. 상편에서는 사라지는 6개 간이역의 풍경을, 하편에서는 경전선 폐선의 활용 방향에 대해 간단히 짚어봅니다. 이번 하편에서는 용산선, 정선선, 문경-가은선의 폐선 이후 활용에 비추어, 경전선의 간이역과 옛 선로의 활용 방안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기자 말

2012년 폐선되어 골목길로, 주차장으로 재활용되고 있는 경전선의 유수-진주 간 선로.
 2012년 폐선되어 골목길로, 주차장으로 재활용되고 있는 경전선의 유수-진주 간 선로.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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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선 신선 개통으로 순천-진주간 소요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었다. 진주와 순천을 오가는 데 드는 요금도, 시간도 꽤나 많이 줄었다. 이제 열차가 하루 네다섯 번 밖에 다니지 않는다는 큰 단점만 극복한다면, 철도가 대한민국의 동서축을 잇는 물류/여객 이동수단으로써 다시 당당히 올라설 수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꽤나 많은 철도역이 이설되고, 이설을 시킬 수 없을 정도로 멀리 위치한 기차역은 폐역되었다. 문제는 기존 시설들 대부분이 방치되어 흉물처럼 변하는 등, 많은 철도노선의 이설은 '댐이 들어와 수몰당하지 않는 이상'은 대부분 지자체의 골칫거리가 돼 있거나, 의도치 않은 사이 개발이 진행되어 아예 사라진 경우가 많다.

폐선에 대한 낭만과 흔적찾기의 즐거움을 운운하기 전, 그 곳이 귀곡산장으로 변해 있다면 아무도 찾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여러 폐건물을 통해 증명된 바 있다. 그런데 지자체 입장에서 어찌보면 이런 폐선과 폐역은 헐값에 산 땅에 실험정신을 내보일 수 있는 하나의 공간이 된다. 라디오의 심야프로그램들이 새로운 실험장소로 쓰이듯 말이다.

그렇다면, 경전선의 옛 구간은 어떻게 쓰여야 할까. 현재 눈에 보이는 대책과 비교해 차근차근 짚어본다.

전 국토를 레일바이크로 채우지는 맙시다 

모든 레일바이크 '성공'의 효시가 된 정선 레일바이크.
 모든 레일바이크 '성공'의 효시가 된 정선 레일바이크.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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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선의 영업정지구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개설된 정선 아우라지역-구절리역 간 레일바이크는 올해로 10년을 맞이한다. 혐오시설 내지는 한 줌 폐기물로 변하기 쉬운 폐선과 폐역에 대한 좋은 사용방법을 제시해, 2016년 현재 벌써 312만명이 이용한 대한민국 폐선 활용의 효시가 되었다.

초기 시설비용이 싸고, 기존 철로를 철거할 비용이 들지 않고, 간단한 개량과 보수만 거치면 느리고 가벼운 레일바이크는 무탈하게 운행할 수 있기 때문에, 곡성, 문경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운행을 시작했다. 그러나 과유불급인 모양새로 레일바이크가 퍼지고 있다. 지금은 개량되는 노선노선마다 레일바이크를 올리고 엉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철도 노선을 개량하여 레일바이크를 운행하거나 계획하는 지자체만 해도 강원도 정선군, 춘천시, 원주시, 태백시, 경기도 양평군, 가평군, 충청남도 아산시, 보령시, 경상북도 문경시 네 곳, 경상남도 김해시, 진주시, 청도군, 전라남도 곡성군, 여수시 등이다. 생겨나는 폐선마다 레일바이크로 도배되고 있는 셈이다.

의왕시, 화천군, 정동진 등 레일바이크를 운행할 마땅한 폐철도가 없는 곳에도 레일바이크를 운영하기 위해 철로를 부설하는 등 레일바이크는 이미 전국적인 유행이 되었다. 국민 온천관광지보다 더 찾기 쉬운 곳이 레일바이크가 돼 버렸을 정도다.

하지만 레일바이크는 혹한기나 혹서기에 탑승이 어렵고, 노약자나 장애인, 나홀로 여행족들이 쉽게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제한된 관광이라는 단점이 있다. 또한 레일바이크가 이미 너무 많고, 몇몇 곳은 볼거리가 없고 매점과 매표소 정도만 달랑 두고서 운영되는 곳도 있다는 점이다.

이런 레일바이크가 지역민, 향토기업에 돌아가는 수익 역시 생각보다 크지 않다. 이설 이전 교통 중심지가 구 역사였다면, 이설 이후에는 중심이 신 역사와 읍내로 이동한다. 즉 구 역사는 대부분 교통이 불편한 곳에 위치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레일바이크를 타려면 투어버스나 자가용을 이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즉 실제 기차역을 이용하던 사람들은 역 인근에서 식사를 하거나 물건을 사고, 지역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다양한 소비를 하는 것과 달리 레일바이크 이용객들은 자가용이나 투어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레일바이크 주변에선 푸드코드, 매점 등 한정된 소비에 머물게 된다.

경인일보(5월 11일) 기사에 따르면 의왕 왕송호수 레일바이크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다른 레일바이크쪽도 속사정은 따져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경전선 하동 구 북천역-양보역 구간과 구 횡천역-구 하동역 구간에 레일바이크를 개업해 운영하겠다는 계획이 있다.

평소 곡성레일바이크는 많은 관광객이 이용한다. 하지만 혹서기나 혹한기때는 야외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레일바이크의 특성 상 관광객이 급감한다.
▲ 텅빈 곡성 레일바이크 승차장 평소 곡성레일바이크는 많은 관광객이 이용한다. 하지만 혹서기나 혹한기때는 야외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레일바이크의 특성 상 관광객이 급감한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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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바이크가 문제인 이유는 단지 '많아서' '지역경제에 영향이 적어서'가 아니다. 폐선 활용에 대한 여러 방안을 당장의 해법인 레일바이크에 의존함에 따라, 폐선에 대한 활용방안이 교외는 레일바이크, 시내는 공원. 이 두 가지로 고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폐선의 이용방안에 대한 다양성을 훼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철도문화를 '레일바이크' 하나로 귀결시키는 결과로 흐를 우려 때문이다. 이미 정선에서 오래전 성공을 거두었고, 곡성은 이를 진일보시킨 방식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그렇지만 후발주자가 과연 '폐선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을까? 이미 곡성, 정선 외에는 레일바이크가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시민이 많기 때문에, 하동에 무리하게 레일바이크를 영업했다가는 그 저렴하다는 '투자비용'도 회수하지 못할 확률을 무시할 수 없다.

폐선 공원, 꽤나 괜찮은데? 그렇다고 '공원과잉현상'은 금물

경의선공원은 지난 2014년부터 단계적으로 완공되어, 지역주민들의 쉼터가 됨과 동시에 연남동 지역에서는 '홍대 옆 명소'로 거듭나 새로운 번화가가 되고 있다. 사진은 구 효창역 부지에 만들어진 경의선공원.
 경의선공원은 지난 2014년부터 단계적으로 완공되어, 지역주민들의 쉼터가 됨과 동시에 연남동 지역에서는 '홍대 옆 명소'로 거듭나 새로운 번화가가 되고 있다. 사진은 구 효창역 부지에 만들어진 경의선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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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대책은 공원. 혐오시설로 분류된 지상철도가 폐선/이설로 인해 선로의 사용처가 사라지게 되면서, 폐선공원으로 재개장시킨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뉴욕의 '소음'이었다가 폐선 후 재개장하여 '숨통'이 된 하이라인파크나 경의선공원6, 항동철길 등 명소와 공원기능을 하기 시작한 옛 철길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선형이 도심의 정 중앙을 관통하는 위치에 자리 잡은 철도의 특성은, 공원을 만들 때 오히려 '플러스'가 된다. 그간 도심에 녹지가 부족해 '쉴 곳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주목받았던 가운데, 도심 한 가운데에 위치한 폐선에 공원이 설치된다면 그것은 삭막한 도시 한 가운데에 '녹색 줄'을 쭉 긋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

이런 가운데 하동역, 북천역, 횡천역, 양보역 인근에 폐선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실제로 경전선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이름났던 구간인 하동역과 섬진강교를 잇는 구간은 경의선공원과 비슷한 형태 공원이, 그리고 북천역에는 철도와 코스모스를 테마로 한 공원이 조성되기로 결정난 상태다.

공원이 단순한 휴식장소, 레크리에이션 장소를 넘어, 경의선공원, 곡성철도공원과 비슷하게 관광사례로, 지역상권을 살리는 방책이 되는 좋은 예이다.

다만 기념을 위해 벽지에 조성된 공원들 중 대부분이 찾는 이가 없는 데다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흉물로 남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극복해야 될 점으로 꼽힌다.

일례로, 화성 궁평항에 조성된 화옹방조제 조성 기념공원은 접근성이 좋지 않아 찾는 이가 없는데다가, 시 역시 화옹방조제 기념비나, 화성호 접근용 철조망을 빼면 공원 관리를 사실상 포기하여 블록에 풀이 제멋대로 자라난 상태이다.

접근하기 어려운 위치에 굳이 많은 돈을 들여 무리하게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시도는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북천역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 위치에 설치돼 예외지만 양보역은 하루에 몇 번 버스가 다니지 않는 곳이다. 이런 곳에 테마를 제대로 잡지 않는다면 방치될 가능성이 높다.

철도공원과, 레일바이크가 예정된 구 횡천역 승강장
 철도공원과, 레일바이크가 예정된 구 횡천역 승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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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기기관차 같은 '도롯코 열차', 색다른 관광시설 어떨까

구 곡성역의 구내와 압록역까지의 옛 철도에 장미와 증기기관차를 모티브로 만들어, 큰 인기를 끄는 관광지가 되었다.
▲ 곡성철도마을의 전경 구 곡성역의 구내와 압록역까지의 옛 철도에 장미와 증기기관차를 모티브로 만들어, 큰 인기를 끄는 관광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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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성공사례는 압록-곡성역 간 구 철도구간을 비롯해 일본 모지 시의 '모지코 관광단지'에서 운행되고 있는 '도롯코 열차'이다. 이미 유럽과 일본에서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철도노선을 이설, 폐선 후에도 보존하여, '도롯코 열차'라고 불리우는 관광용 철도노선을 비정기적, 또는 정기적으로 운행하고 있다.

기존 열차에 비해 가볍고, 속도가 빠를 필요가 없는 관광용 '도롯코 열차'만을 운행하기 때문에 철도 보수비용이 적다. 섬진강과 섬진강 지류를 끼고 있어 풍경이 아름다운데다 매 계절 꽃이 만개하는 하동역과 북천역의 특성상 도롯코 열차가 많은 관광객을 끌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폐선된 경전선 순천-진주 구간은 남북축으로만 연결된 철도를 동서로 연결해 국토 균형개발의 효시를 연 철도노선으로 평가받는다. 하동-북천 구간 또한 당시 역사와 시설이 그대로 보존돼 일종의 '타임머신'과 같다.

1960~1970년대 전국을 누빈 '니가타 디젤동차', '가와사키 디젤차' 내지는 '관광호' 열차를 따라 한 가볍고 작은 열차의 모습에 옛날 건축양식과 비슷하게 만든 역사, 한자로 쓴 승차권에 따로 발매해야 하는 '좌석권', 이런 요소에 복고풍 열차, 봄가을 꽃으로 래핑한 열차를 운행한다면 반응이 괜찮지 않을까.

또 다른 방법은 터널이나 역사 등 시설물을 이용한 색다른 관광시설이다. 영동군의 경부선 이설구간을 이용해 만든 와인터널이나, 일본 세이칸 터널의 '터널 기념관', 국가기록원의 지역 기록 전시관이 만들어진 함백역처럼, 관광객을 혹하게 만들 수 있는 지역의 특색적인 관광명소를 하나 만들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외지인이 가타부타하기보다는, 지역민이 참여해 지역 특색에 맞추어 폐선을 활용할 수 있는 색다른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남들 지역이 다 한다고 해서 그런 시설을 만들어낸다면 용역비나 연구비는 줄겠지만, 정말 관광객을 끌 수 있는 '커다란 한 방'이 될 수 있지 않을까.

1970년대 ~ 1980년대 사이의 거리를 모티브로 색다른 마을을 만들어, 보성군의 가장 큰 관광지로 발전했다. 엄밀히 말하면 득량역이 폐선은 아니지만,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테마가 성공할 수 있을 지 알 수 있다.
▲ 득량역과 득량역 앞에 조성된 추억의 거리 1970년대 ~ 1980년대 사이의 거리를 모티브로 색다른 마을을 만들어, 보성군의 가장 큰 관광지로 발전했다. 엄밀히 말하면 득량역이 폐선은 아니지만,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테마가 성공할 수 있을 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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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선 대거 생겨날 2018년에 대비해야

제일 중요한 것은 철도노선의 직선화, 복선전철화를 갈망하는 여론이 커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폐선이 경전선 하나만 생기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이미 중앙선은 전구간 복선전철화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서원주-봉양간 50km 구간이 통째로 폐선이 될 예정이다. 같은 해에는 동해남부선의 일광- 안강 구간 역시 복선전철화가 이루어져, 70km에 달하는 구간이 폐선될 예정이다.

그 때도 모든 구간에 레일바이크를 운행하고, 사람이 열 명 남짓 사는 작은 마을에 공원을 세울 셈인가. 대한민국의 폐선 활용 대책이 아직은 편협하기 때문에 옆 나라인 일본이나 유럽처럼 철도를 이용한 적극적인 관광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우스이고개를 지나던 철도노선이 폐지되고 신칸센으로 대체된 이후, 우스이 철도문화마을이 생겨나 지역주민이 직접 철도관광수단을 만들어 적극 홍보하고 있다. 완만한 경사를 가진 길이라는 것을 이용해 폐선길을 그대로 따라 걷는 트래킹길, 옛날의 산악철도를 활용한 도롯코 열차, 기념박물관, 실제 운전할 수 있는 기관차를 직접 몰아볼 수 있는 테마파크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일본의 대표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경전선의 폐선활용대책은 2020년까지 폐선될 200여km의 철도노선에 꽤나 많은 영향을 끼칠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데, 폐선에 철로자전거 몇십 대를 가져와 레일바이크를 운영하거나, 선로 위를 흙으로 덮고 풀과 나무 몇 개를 심어넣는 정성으로는 관광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 폐선로 활용에 대한 깊은 고심이 필요할 때이다.

[앞선 기사] 흐드러지던 벚꽃의 명소, 하동역도 '안녕'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225926



태그:#교통, #철도, #폐선, #지역발전, #관광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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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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