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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아쿠아플라넷에서 공연이 한창이다. 이곳은 흰고래 벨루가, 바다사자, 붉은 바다거북, 아프리칸 펭귄, 철갑상어 등 3만 4천 마리의 해양생물이 살고 있다. 국내에서 제주에 이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여수아쿠아플라넷에서 공연이 한창이다. 이곳은 흰고래 벨루가, 바다사자, 붉은 바다거북, 아프리칸 펭귄, 철갑상어 등 3만 4천 마리의 해양생물이 살고 있다. 국내에서 제주에 이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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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세 번 연속 '재심확정'을 이끈 '재심전문가' 박상규 기자와 박준영 변호사가 여수를 찾았다.

지난 15일 여수아쿠아플라넷에서 '새로운 시도와 도전정신'이란 주제로 초청강연이 열렸다. 아쿠아리움에는 흰고래 벨루가, 바다사자, 붉은 바다거북, 아프리칸 펭귄, 철갑상어 등 3만 4천 마리의 해양생물이 살고 있다. 이날 강연은 강자만 살아남는 바닷속 해양생물과 다르지 않는 한국사회에서 강자의 횡포에 대한 자화상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강의에 앞서 아쿠아 플라넷 박정준 본부장은 "여수아쿠아리움은 어르신 무료급식 밥차와 수중정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이번 교양강좌 시간에 어렵게 초청강연을 마련했다"면서 "여수 앞바다는 상괭이가 죽는 일이 빈번한데 상괭이에 대한 부검을 통해 지역의 상괭이가 죽는 원인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박상규 "재심확정, 박변 같은 '돌아이' 기질 있었기에 가능"

1년 7개월만에 3번째 연속 ‘재심확정’을 이끈 ‘재심전문가’ 박상규 기자가 여수아쿠아플라넷에서 강연을 실시중이다. 박상규 기자는 다음 스토리펀딩에 이들 사건을 연재중이다.
 1년 7개월만에 3번째 연속 ‘재심확정’을 이끈 ‘재심전문가’ 박상규 기자가 여수아쿠아플라넷에서 강연을 실시중이다. 박상규 기자는 다음 스토리펀딩에 이들 사건을 연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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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고졸출신 박준영 변호사와 <오마이뉴스> 출신 박상규 기자의 세상을 바꾼 이야기가 생생하게 전해졌다. 박 변호사는 사건을 파헤치고 박 기자는 글을 썼다. 이 내용은 다음 스토리펀딩을 통해 사건들이 연재됐다. <그녀는 정말 아버지를 죽였나>, <그들은 왜 살인범을 풀어줬나>, <가짜 살인범 '3인조'의 슬픔>은 모두 재심이 확정됐다.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이후 사법기관의 허위조작은 공분을 사면서 향후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형사사건 즉 살인사건의 '재심'은 극히 드물다. 영화 <7번방의 선물>의 모티브였던 '춘천 파출소장 딸 강간살해 사건'이 우리나라 재심1호사건이다. 2호사건은 수원노숙자 사건이다.

강연에 나선 박상규 기자와 박준영 변호사는 1년 7월 만에 재심이 결정된 세 사건을 소개했다. 활동하면서 느낀 소회도 허심탄회하게 들려줬다.

박상규 기자는 "재심이란 법원의 확정판결이 난 것을 문제 제기해 다시 재판하는 것을 말하는데 한국사법부는 굉장히 보수적이어서 한번 내린 판결을 뒤집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면서 "재심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진 민주화운동 시국사건을 제외하고 형사사건이 재심확정된 경우는 드물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국내 3, 4, 5번째 형사사건 재심

지난 15일 여수 아쿠아플라넷에서 ‘새로운 시도와 도전정신’이란 주제로 초청강연이 열렸다. 강연을 경청중인 유아름씨와 사원들의 모습.
 지난 15일 여수 아쿠아플라넷에서 ‘새로운 시도와 도전정신’이란 주제로 초청강연이 열렸다. 강연을 경청중인 유아름씨와 사원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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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김신혜는 2000년 3월 아버지를 죽여 무기수가 되었지만 경찰, 검찰이 확보한 증거는 하나도 없었다"면서 "15년간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하다 박 변호사님이 사건을 맡아 작년 11월 대법원에서 재심이 확정됐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밝혀낸 익산택시기사 살인사건은 2000년 8월 택시기사를 칼로 찔러 죽인 잔인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경찰은 당시 15살 아이를 잡아 범인으로 만들었다. 이후 소년은 감옥에서 10년을 살았다. 3년 뒤 군산경찰서가 진범을 잡았고, 목격자 진술을 받았는데도 검사가 진범을 풀어줬다. 박 기자는 그 이유에 대해 "자기네 잘못을 인정하기 싫으니까 검사가 진범을 풀어준 거다"라고 말했다.

박 기자는 "진짜 범인은 지금 익산에 살고 있는데 진범은 키가 굉장히 큰데 사실 진범이 우릴 찾아올까 봐 긴장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경찰과 검찰이 진범을 잡아들이지 않고 있는데 얼마 전 재심이 확정돼 고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10월 정도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전했다.

박 기자는 이 사건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첫 재판에서 판사가 살인범 누명을 쓴 소년에게 물었다.

판사: "너는 네가 죽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허위자백을 했나?"
소년: "경찰이 때렸다."
판사: "아무리 경찰이 때려도 살인은 사람을 죽인 범죄인데 허위자백을 할 수 있나?"
소년: "당신이 한번 경찰한테 가서 혼자 맞아봐라. 조사과정에서 경찰한테 하도 많이 맞아 허위자백을 했다."

결국 소년은 10년을 살았고 현재 광주고법에서 재심이 진행 중이다. 더 황당한 사건은 전북 삼례슈퍼 강도 사건이다. 사건 당시 범인이 할머니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얼굴에 청테이프를 잘못 감는 바람에 할머니가 질식해 죽었다. 이들은 할머니가 숨을 안 쉬어 도망갔다. 증거도 없었다. 증거는 딱하나 부부에게 흉기를 들이대면서 "가만있으면 살려줄께"라고 할 때 들린 경상도 사투리뿐이었다.

그런데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다. 경찰이 꼬맹이 셋을 잡아와 살인누명을 씌웠다. 셋 중 2명은 미성년자였다. 또 둘은 지적 장애인이었다. 이들은 모두 못 배우고, 가난하고 부모님 역시 장애인이었다. 하지만 9개월 후 부산에서 진범 3명이 잡혔는데 어이없게 검찰은 진범을 풀어줬다. 이후 소년들은 만기복역 후 17년 만에 박 변호사를 만나 지난 8일 재심이 확정됐다.

박 기자는 마지막으로 "스스로 희생해서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 "요즘도 어떻게 살인누명을 쓸 수 있었을까라고 생각한다, 한국사회가 참 재미있는 사회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일(재심)은 박 변호사님이 '돌아이' 기질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이어 "변호사님은 무료로 변론으로 3억의 빚이 생겼고, 나 역시 1억의 빚이 늘었다"라고 덧붙였다.

박준영 "대형로펌도 거절, 세상바꾼건 시민들의 힘"

1년 7개월만에 3번째 연속 ‘재심확정’을 이끈 ‘재심전문가’ 박준영 변호사가 여수아쿠아플라넷에서 강연을 실시중이다. 박준영 변호사는 이들의 억울한 사건을 파헤쳤다.
 1년 7개월만에 3번째 연속 ‘재심확정’을 이끈 ‘재심전문가’ 박준영 변호사가 여수아쿠아플라넷에서 강연을 실시중이다. 박준영 변호사는 이들의 억울한 사건을 파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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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박준영 변호사의 강연이 이어졌다.

박 변호사는 "저희는 대중들에게 이 세 사건을 제대로 알려 여론의 힘으로 뭔가를 바꿔보자 했는데 결국은 바뀌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그는 무기수 김신혜를 처음 도울 때 울먹이는 음성을 들으면서  충격을 받았다"면서 "16~17년 전 일인데 이제야 억울한 누명이 풀린 것은 억울한 사람들의 주장을 듣고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고, 이런 구조에선 얼마든지 이런 일이 재발할 수 있다"라고 시스템의 변화를 지적했다.

그는 "재심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힘 있고 능력 있는 대형로펌의 고문이나 대표 그리고 정치권에 알려진 변호사를 찾아 도와달라고 부탁했지만, 거절을 당했다"면서 "재심은 경찰과 검찰, 판사의 잘못을 뒤집는건데, 유명로펌은 재판과정에 관여된 검사, 판사에 밉보여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에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상을 바꾸는 것은 잘난 사람들의 호령이 아니고 왜소하고 작은 시민들의 힘이라는 것을 이 사건을 통해 알 수 있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또 "처음 재심재판부가 재심에 대해 소극적이었는데 진범을 공개하고 <그것이 알고 싶다>, <PD수첩>, 인터넷에 나오니까 재판부가 손을 들더라"라며 여론이 재판에 영향을 줬다고 인정했다. 특히 여론을 통해 재판을 좌지우지하려 한다는 비판에 대해 "국민들의 상식을 얘기한 것뿐이다"면서 "우리사회는 아직 그런 상식을 재판부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는 사회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공소시효가 끝났지만 진범이 돌아가신 할머니에게 절을 하고 반성하고 피해 유가족이 나섰다"면서 "직장내 부조리를 얘기해봤자 해결도 되지 않고 왕따 당하는 시대지만 그런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고 침묵하면 세상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침묵하지 말라"라고 말했다. 이어 "소시민들의 연대의 힘이 모였을 때 큰 힘이 된다, 사회의 작은 일에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달라"라고 당부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박준영 변호사, #박상규 기자, #형사사건 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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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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