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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성주군 군민들이 14일 오후 8시부터 촛불집회를 갖고 사드 배치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경북 성주군 군민들이 14일 오후 8시부터 촛불집회를 갖고 사드 배치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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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성주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처계(THAAD·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하자 성난 주민들이 촛불을 들었다. 주민 일부는 서울로 올라가 국방부에서 1인 시위에 들어가는 등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

성주군 주민 1500여 명(경찰 추산 1000여 명)은 14일 오후 8시부터 성주군청 앞에서 촛불을 들고 "성주에 절대로 사드가 들어올 수 없다"며 정부와 여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주민들은 성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어디에도 사드가 배치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촛불집회에는 주민들뿐 아니라 중·고등학교 학생들도 대거 참여했다.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참석하거나 유모차를 끌고 참석한 주민들은 "아이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참석했다"고 말했다. 주름이 가득한 손으로 촛불을 든 노인들은 "우리 손자들이 살 수 있는 땅을 지키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날 박 대통령이 국가안위를 위해 필요하다며 성주군민들이 이해를 해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 "우리 군민들을 개나 돼지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국민들의 안전이 중요하면 성주군민들의 안전도 중요한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일부 주민은 "박 대통령은 퇴임 후 사드가 배치되는 마을인 성산리에 와서 사저를 짓고 살아라"고 말하거나, "국방장관은 지금 당장 가족들을 성주로 이사 보내고 자손들도 사드 전자파를 맞으며 살아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14일 오후 성주군청 앞에서 열린 사드 배치 반대 촛불집회에서 성주여중 학생들이 플래시몹 댄스를 추고 있다.
 14일 오후 성주군청 앞에서 열린 사드 배치 반대 촛불집회에서 성주여중 학생들이 플래시몹 댄스를 추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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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여중과 성주여고 학생들은 교복을 입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촛불집회에 참석했고 성주고등학교 전교생 300여 명은 "사드는 우리나라에 필요 없는 무기"라며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서명을 벌이기도 했다.

성주여중 학생 20여 명은 '클린 성주'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하는 플래시몹을 선보여 주민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성주여중 1학년인 한 학생은 "사드는 클린 성주에 전혀 맞지 않는다"며 "사드가 배치될 경우 그 피해는 우리 학생들이 가장 많이 받을 것"이라고 울먹였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교복에 붙은 이름표까지 가리고 나온 성주여고의 한 학생은 "부모님이 함께 가자고 연락이 와서 오게 됐다"며 "선생님께 촛불집회에 가야 한다고 하니까 순순히 보내줬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어른들이 말을 하지 않아도 우리는 사드가 얼마나 안 좋은 무기인지 잘 알고 있다"며 "야자시간이지만 핑계를 대고 나왔다. 선생님들이 알고 반대했어도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등교 거부 움직임도 보였다. 성주고등학교 한 학생은 "부모님이 공부하러 학교에 가는 것보다 우리의 안전이 우선이라고 말했다"며 "오늘 우리들끼리 등교 거부에 나서자는 이야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14일 오후 수업을 마치고 성주군청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한 여고생들이 사드 반대를 외치고 있다.
 14일 오후 수업을 마치고 성주군청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한 여고생들이 사드 반대를 외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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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성주군청 앞마당에서 열린 사드배치 반대 촛불집회에 참가한 여학생들이 '사드배치 결사반대'가 쓰여진 현수막 천을 들어보이고 있다.
 14일 오후 성주군청 앞마당에서 열린 사드배치 반대 촛불집회에 참가한 여학생들이 '사드배치 결사반대'가 쓰여진 현수막 천을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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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곤 성주군수는 촛불집회에 모인 주민들을 향해 "클린 성주로 대통령 상도 받았고 환경부장관상도 받았다"며 "외부의 힘을 절대 빌리지 않고 우리 5만 군민의 힘으로 물리치겠다"고 강조했다.

배재만 성주군의회 의장은 "집을 한 채 짓더라도 주민들의 동의를 얻고 적법한 절차를 거친다"며 "하물며 대한민국의 국책사업은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 의장은 "주민들이 삭발을 하는 모습을 보며 눈물이 났다, 우리가 삭발을 하지 않은 것은 국무총리나 국방부장관이 왔을 때 삭발을 하며 결연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라며 "단식을 하다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사드를 막아낼 것"이라고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군청 앞을 가득 메운 인파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늘어났다. 주민들은 각자가 준비해온 피켓과 현수막을 들었고 현장에서 즉석으로 손피켓을 만들고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문구를 손으로 쓰기도 했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일부 학부모들이 학생들을 등교시키지 말고 집회를 이어갈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자, 일부 학교에서는 등교거부를 시키지 말도록 호소하는 문자를 긴급히 돌리기도 했다.

성주여고는 학부모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국방부의 성주지역 사드배치 결정으로 걱정이 많으시지요? 그 심정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도 어린 학생들의 교육은 흔들리면 안되겠습니다. 시위에 첨여하기 위한 등교 거부는 무단 결석에 해당됩니다"라고 말했다.

14일 오후 사드배치 반대 촛불집회에 나온 성주 군민들이 손으로 직접 쓴 사드 반대 피켓을 들어올리고 있다.
 14일 오후 사드배치 반대 촛불집회에 나온 성주 군민들이 손으로 직접 쓴 사드 반대 피켓을 들어올리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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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15일 학생들의 등교거부를 강행하고 이날 오전 9시부터 성주군청 앞에서 사드배치 반대 결의대회를 강행하기로 했다. 일부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이날 학교에 등교했다가 조퇴를 하거나 외출을 요구하고 결의대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한편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SNS상에서도 격렬한 논의를 벌이며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는 성주군민 1300여 명이 모여 '사드 바로 알리기'와 언론에 댓글 달기 등의 묘책을 내놓았다.

일부는 15일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성주를 방문할 것을 대비해 계란과 소금, 피켓, 영정을 준비하기로 했다. 일부 주민은 썩은 참외를 준비해 이들이 성주를 방문할 경우 항의의 표시로 던지자는 의견도 내놓았다.


태그:#사드 배치 반대, #성주군,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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