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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사과 먹을래?"
"응."
"그럼 나 한 개 밖에 못 먹는데... 그냥 내가 먹을래."
"뭐야? 야, 그럼 말을 하지 말 것이지. 왜 물어보냐?"

잘 있다가 싸운다. 하루에도 몇 번. 이러고 싸운다. 정말 별것 아닌 일로 싸운다. 자매니까 싸우는 건가? 아니다. 자매가 아닌 나도 오빠랑 하루에도 몇 번씩 싸웠다. 정말 별것 아닌 일에 목숨(?) 걸고 매일 싸웠다. 이제와서 고백하건대, 싸움의 원인 제공은 내가 더 많았던 것 같다. 오빠한테 지기 싫었으니까. 오빠는 다 잘하는데 나는 그렇지 않아서. 그래서 오빠에게 태클을 걸었더랬다.

둘째들의 특징인 건가. 우리 둘째도 그렇다. 언니 게 늘 좋아보이고, 언니가 하는 건 저도 다 하고 싶고, 갖고 싶고. 마음대로 안 되면 울고 불고. 그럴 때면 덩달아 속상한 언니도 울고. 누구 편을 들기도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남편이 외출하고 여자 셋이 자려고 한 침대에 누운 주말의 어느날. 가슴 철렁한 둘째의 고백.

"(울먹거리며) 엄마, 난 필요없는 아이잖아."
"그게 무슨 소리야."
"엄마는 늘 언니 편만 들고, 나만 혼내고... 내가 하고 싶은 건 늘 안 된다고 하고. 빨리 빨리 밥 안 먹는다고 하고. 또 언니는 내가 하고 싶은 거 늘 못 하게 하고. 언니는 잘 하는데 난 못 하는 게 많고..."
"아냐, 그렇지 않아. 위험한 거 하려고 하니까 하지 말라고 하는 거고, 또 네가 밥을 늘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먹으니까 빨리 빨리 먹으라고 한 거지. 또 언니가 하지 말라고 아무리 말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계속 하니까 언니가 못하게 하는 거고... 네가 못하는 건 당연하지. 넌 이제 여섯 살인데... 하나씩 배우면 되는 거야. 그렇다고 네가 필요 없는 아이는 아냐. 얼마나 소중한 아이인데 왜 그렇게 생각해."
"그래도 저번에 나 책 읽어달라고 했는데 안 읽어줬잖아. 방에 혼자 있었는데도 안 와주고. 엄마는 내 마음도 몰라주고."
"아, 그때... 엄마가 밥 먹고 읽어준다고 했잖아. 엄마가 퇴근할 때 1시간이나 서서 와서 너무 힘들다고 미리 말했는데... 그래도 속상했구나? 다음에는 꼭 너 마음도 알아줄게. 네가 얼마나 소중한 딸인데..."
"(마음이 조금 누그러진 것 같은 표정) 근데 엄마 왜 자꾸 소중하다고 그래."
"엄마한테 소중한 딸이 필요없는 아이라고 생각하는 게 속상해서."

아이들은 돌려 말하는 법이 없다. "화장실 갔다 올게" 하면 될 일을 굳이 "엄마 나 똥 싸고 올게" 한다. 나는 진짜 그저 코 주변을 만졌을 뿐인데 "엄마도 코 파?" 하고 묻는다. 그래도 그렇지. "난 필요없는 아이"라니. 이건 좀 심하다. 관심끌기용 발언일까, 진짜 속마음일까.

그러면서 든 생각. '언니 말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하니 큰아이가 동생에게 조금만 더 상냥하게 해주면 어떨까'. 그러면 내가 만날 "안돼" 할 일도, 둘째가 서운할 일도 좀 줄어들지 않을까. 부모가 개입하지 않고도 너희 둘이 좀 소중한 관계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는데... 다자매, 니들은 그림책 <우리 언니>를 읽으면서 뭐 느끼는 게 없니?

언니가 좋으면서도 피하고 싶었던 동생

샬로트 졸로토 <우리 언니>
 샬로트 졸로토 <우리 언니>
ⓒ 사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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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언니와 동생이 있었어요. 언니는 늘 동생을 지켜봤어요. 줄넘기를 할 때도, 자전거를 탈 때도 학교에 갈 때도 늘 동생을 챙겼지요. 언니는 뭐든지 잘했어요.

동생은 그런 언니가 부러웠어요. 같이 놀다가 동생이 울기라도 하면 언니는 동생을 감싸안고 손수건을 내밀며 따뜻하게 말했어요. "자, 흥 하고 코 풀어" 그러던 어느 날 동생은 혼자 있고 싶었어요. 언니의 잔소리가 듣기 싫었거든요.

동생은 언니 몰래 밖으로 나갔어요. 달리고 달려 숲 속 데이지 꽃밭 속에 웅크리고 앉았지요. 멀리서 언니 목소리가 들렸지만, 동생은 입을 꾹 다물었어요.

한참 후에야 레몬 주스와 과자가 먹고 싶어진 동생. 그제야 동화책을 읽어주겠다던 언니 말이 생각났어요. "여기 앉아" "저리로 가야지" 언니가 항상 하던 잔소리도 떠올랐어요.

그때 언니 목소리가 가깝게 들렸어요. 한참 동생을 찾던 언니는 주저 앉아 울음을 터트렸어요. '엉엉' 우는 언니를 따뜻하게 안아주거나, 손수건을 건네는 사람도 없었지요. 동생은 일어나 언니에게 갔어요. 그리고 말했지요. "자, 흥 하고 코 풀어." 언니는 동생이 시키는 대로 했어요. "걱정했다"는 언니 말에 "이제 걱정하지 말라"는 동생. 언니는 알았을까요? 동생도 알았을까요? 서로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말이에요.

이들 자매처럼 우리 다자매님들은 서로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왜 모르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우리 둘째도 알긴 아는가 보다. 이런 퀴즈를 맞춰보라고 하는 걸 보면. 그런데 왜 이렇게 웃픈 거지?

"엄마 아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게?"
"아빠."
"엄마."
"아닌데?"
"그럼 누구?"
"그럼 내가 힌트 줄까?"
"그래."
"나 때리는 사람."
"언니구나."
"딩동댕."

덧붙이는 글 | - 이 글은 베이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우리 언니

마사 알렉산더 그림, 샬롯 졸로토 글, 김은주 옮김, 사파리(2002)


태그:#언니, #자매, #그림책, #우리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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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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