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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까꿍이, 산들이, 복댕이 삼남매야. 오늘 아빠가 이렇게 글을 쓰기 시작한 건 너희들에게 사과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야.

너희들도 최근에 아빠와 같이 봤던 뉴스 있지? 있잖아. 아빠가 막 흥분해서, 너희들이 왜 그러냐고 물었던. 비록 지금은 사드라는 이슈에 가려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며칠 전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분통을 터뜨렸던 그 '개돼지' 운운하던 아저씨, 아빠는 그 아저씨를 대신해서 너희들에게 사과를 하려고 해.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지난 11일 오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 등의 말을 한 것에 대해 "정말 죽을 죄를 지었다고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지난 11일 오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 등의 말을 한 것에 대해 "정말 죽을 죄를 지었다고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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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사과하는 거냐고? 그 아저씨가 했던 말 모두 다. 그 말들이 결국은 아빠뿐만 아니라 너희들에게도 상관있는 거거든.

아빠가 너희들에게 틈만 나면 이야기하는 거 있지? 모든 사람은 똑같으니까 다 같이 잘 해줘야 한다는. 그런데 그 아저씨가 그렇지 않다고 대놓고 이야기했어. 이 세상은 1% 잘 사는 사람과 99% 못 사는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99%는 개돼지와 같아서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그리고 어차피 세상은 그런 거니까 이제는 그러려니 받아들여야 한다고.

얼핏 들으면 맞는 말 같지? 너희도 가끔 왜 어떤 아이는 우리와 달리 장난감을 많이 가지고 있고, 옷도 많고, 좋은 집에 사느냐고 묻잖아. 우리와 저 아이는 다른 것 같다고.

삼남매, 미안하다
 삼남매, 미안하다
ⓒ 정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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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잘 생각해봐. 장난감과 옷이 많다고 그 아이가 너희와 크게 다를까? 아니야. 크게 다르지 않아. 너와 그 아이는 모두 똑같은 사람이니까. 사람은 그 자체로 누구나 소중해. 세상에 그 사람은 하나밖에 없거든. 그러니까 우리는 그 사람이 장난감이 적어도, 똑똑하지 않아도 똑같이 대해야 하는 거야. 너희들도 아빠가 너희들 중 한 명만 더 좋아하고 그러면 속상하잖아.

예전에 아빠가 까꿍이 유치원 다닐 때, 너희 반에 친구들과 조금 다른 언니가 있어도 똑같이 잘 대해주고 같이 놀아야 한다고 했지? 그래. 그런 거야. 우리 모두는 똑같은 사람이니까. 알았지?

"교육이 가장 중요해"

그리고 문제는 그 아저씨가 교육부라는 곳에 있었다는 거야. 그곳은 지금 너희들이 다니는 학교나 어린이집을 관리하는 곳인데, 그런 아저씨가 책을 만들고, 선생님을 뽑으면 어떻게 되겠어? 1%의 사람만 중요하다고 하겠지?

게다가 그 아저씨는 다른 사람이 얼마나 아픈지도 몰라. 며칠 전 너희들이 아빠하고 같이 갔었던 구의역 기억나니? 그래, 어떤 삼촌이 지하철에서 죽었다고 사람들이 먹을 거 놔두고 글씨 쓰고 너희들도 촬영했던 곳.

삼남매도 가슴 아픈 구의역 사고
 삼남매도 가슴 아픈 구의역 사고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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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도 그랬지만 거기서 사람들이 슬퍼하면서 쪽지 쓰고 꽃 놔두는 거 봤지? 그런 걸 바로 측은지심이라고 해. 남을 불쌍히 여기는 착한 마음이라고 사람이 사람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이 아저씨는 이번에 그 구의역 사건을 두고 뭐라고 했는지 알아?

그 아저씨는 어떻게 자기 자식 일처럼 생각되냐며,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다 거짓말이라고 했어. 한 마디로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전혀 슬프거나 아프지 않다는 거지. 다른 사람의 아픔에 전혀 공감할 줄 모르는 사람이야. 그런 사람이 교육부에 앉아있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놀랄 수밖에. 너희도 그렇잖아. 너희들 중 한 명이 아프면 나머지도 아프고 걱정되고 그러지? 그런데 이 아저씨는 전혀 안 그렇다고 이야기 한 거야. 

아빠는 세상에서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너희들이 크면 '백년지대계'라는 말도 배울 텐데 결국 그 사회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우선이거든. 너희들이 어떻게 배우고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세상이 변하는 거지. 너희들이 얼마나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며, 모든 사람은 똑같이 소중하다는 것을 얼마나 잘 배우냐에 따라 우리 사회가 그만큼 달라지는 거지.

그런데 이 아저씨가 하필 교육부에 있었으니 문제가 됐겠지? 그래서 이번에 쫓겨난 거야. 물론 두고 봐야 돼. 매번 대통령이 잘못한 사람들을 말로만 쫓아낸 다음에 사람들이 까먹을 때쯤 되면 다른 높은 자리에 앉히고 했거든. 이번에도 그런 일이 있는지 지켜봐야겠지? 

"결국 기성세대의 잘못이야"

암사동 삼남매
 암사동 삼남매
ⓒ 정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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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왜 그 아저씨가 아니라 아빠가 너희들에게 사과를 하냐고?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그 아저씨가 그런 막말을 할 수 있었던 건 결국 아빠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과연 그 아저씨가 아빠가 무서웠으면 그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아마 아닐 거야. 그 사람은 아빠를 얕본 것 같아. 그러니까 그렇게 대놓고 말하지.

얕보는 게 뭐냐고? 사람을 깔보는 거야. 나보다 멍청하니까, 나보다 돈이 없으니까 무시하는 거. 아마 그 아저씨는 사람들을 많이 깔본 것 같아. '개돼지'라고도 했잖아.

그런데 그 아저씨는 아빠가 내는 세금을 월급으로 받거든. 아빠가 돈을 벌면 집에 가지고 오기 전에 국가가 필요한 곳에 쓰라고 돈을 조금씩 내는데 그 아저씨는 교육부에서 일을 하면서 그 세금으로 월급을 받아. 그런데도 그 아저씨가 아빠 같은 사람들을 얕본 거지.

원래는 그런 사람이 나라에서 일하면 안 돼. 또 만약에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런 말을 해서는 절대 안 돼. 그런데 이번에 이 아저씨도 그렇고, 며칠 전 일본 천황폐하 만세 외쳤던 사람도 그렇고 요즘 우리나라가 뽑은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말도 안 되는 말을 막 하거든.

그건 결국 그 사람들을 뽑는 사람들이 아빠 같은 사람들의 눈치를 안 봤기 때문이야. 예전에는 그런 사람들을 뽑으면 사람들이 욕하고 그러니까 차마 뽑질 못했는데 요즘에는 사람들이 워낙 먹고 살기 바쁘고, 대통령이 뭘 한다고 하면 그냥 그러려니 하니까 이제는 눈치도 보지 않고 자기 말만 잘 듣고, 기본도 안 되어 있는 사람을 뽑는 거지.

그러니까 아빠가 너희들한테 미안해. 얕보여서. 아빠가 좀 더 세게 그러면 안 된다고 비판하고 욕하면 안 그랬을 텐데 그러지를 못해서, 저런 아저씨가 교육부 같은 데 가 있네.  

TV 시청 중
 TV 시청 중
ⓒ 정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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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그 아저씨가 술을 마셔서 잠깐 그랬던 거 아니냐고? 안 그래도 그 아저씨보다 높은 사람이 나와서 대신 사과하면서 취중 실언, 즉, 그 아저씨가 술 마시고 잠시 헛소리를 했다고 했지만 너희도 알잖아. 아빠가 술만 마시면 너희들을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거. 사람이 술을 마시면 헛소리도 할 수 있지만 그것보다는 마음속에 것들을 용기 내서 이야기하게 되거든. 아마 그 아저씨도 술이 좀 들어가니 용기 내어서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던 모양이야. 취중진담이라고들 하지.

게다가 옆에 있던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듣고 놀라서 몇 번이나 다시 물었대. 그냥 농담 아니냐고. 그랬더니 그 아저씨가 몇 번이나 진짜라고 이야기했대. 자신은 그렇게 생각한다고. 그러니까 술에 취해서 한 말은 아니겠지? 그리고 아무리 술에 취했다고 한들 그렇게 이야기하면 안 되잖아. 아빠가 술 먹었다고 너희들 때리고 욕하면 좋겠어? 아니지? 그러니까 그 아저씨는 용서할 수 없는 거야.

자, 마지막으로 아빠가 다시 한 번 너희들에게 사과할게.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아빠가 눈 부릅뜨고 세상을 주시할게. 너희들이 자라는 세상이 좀 더 살기 좋은 곳이 되도록 노력할게. 아마 많은 사람들이 아빠 같은 마음일 거야.


태그:#나향욱,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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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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