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 기사는 '오마이베스트' 글입니다. 오마이베스트란 '실시간글' 중 독자들의 추천을 많이 받은 글입니다.

☞ 실시간글 페이지 보기(http://omn.kr/realtime) [편집자말]
행복한 정원사

행복한 정원사 김영일 대표
 행복한 정원사 김영일 대표
ⓒ 김영일

관련사진보기


서울시 강동구에는 자타공인 '행복한 정원사'라 불리는 이가 있다. 사회적기업 주식회사 플라워앤가든인피플의 김영일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강동구에서 가장 바쁜 사람들 중 한 명이다. 지역에서 동네 사람들을 삼삼오오 모아놓고 꽃꽂이를 하는가 싶으면 어느새 저 멀리 전남 신안군까지 가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동네 화단을 꾸미는 자리에는 항상 그가 중심에 서 있으며, 공동체 행사에 꽃 장식 등이 필요할 때도 그는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와 같은 중간지원조직 활동가에게 그런 김영일 대표는 매우 고마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매번 관련 조직의 참여를 부탁해야 하는 입장에서 그의 참여는 다른 이들에게 자연스러운 독려가 된다.

또한 주민들에게 딱딱한 사회적경제와 마을공동체를 설명함에 있어서도 그가 왜 굳이 사회적기업을 고집하고 마을에서 열심히 일하는가 이야기하다 보면 듣는 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안군에서 강의하는 김영일 대표
 신안군에서 강의하는 김영일 대표
ⓒ 김영일

관련사진보기


어디 그뿐인가. 그는 현재 자신의 수익 10%를 내놓아 동네 플로리스트들이 계속 꽃을 만들 수 있게 되는 시스템을 기획 중이다. 누군가가 화원에서 10만 원짜리 꽃을 사면 그 중 1만원을 동네 플로리스트들에게 지원해주어 그들이 꽃을 만들게 한다는 것이다.

플로리스트들이 꽃을 만들어 지역 주민들에게 나눠주면 만드는 사람의 즐거움 하나, 50대 아저씨가 받으면 그 아저씨가 받는 기쁨 하나, 그 아저씨가 집에 가서 아내에게 주면 그녀가 받는 기쁨 하나. 꽃 하나로 세 명이 즐거울 수 있다면 그것만 해도 세상은 아름답게 변할 것이라는 김영일 대표.

그는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를 만나봤다.

"돈 때문에 꽃을 못 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 왜 화훼사업을 시작하게 됐나요?
"학사장교를 끝내고 서른 한 살쯤 제대를 했는데 직장생활에 답이 없는 것 같았어요. 나이가 있으니 변변한 직장 들어가기도 쉽지 않고, 군 생활 하면서 자기계발 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었고. 물론 보험이나 물류 등 오라는 데는 있었는데 정년 없는 일을 찾다 보니 플라워렌탈이라는 게 눈에 띄었어요. 정수기 대여하는 것처럼 정기적으로 꽃을 바꿔주고 하는 일이었는데 새로운 개념으로 가능성을 봤던 거죠. 어렸을 때부터 워낙 꽃, 나무, 자연 등을 좋아했고."

공동체정원은 어르신들의 일자리자 마을의 시작이다
▲ 어르신들의 일자리 공동체정원은 어르신들의 일자리자 마을의 시작이다
ⓒ 김영일

관련사진보기


- 그런데 왜 하필 사회적기업을 선택한 거죠?

"플라워렌탈 사업을 하면서 느꼈어요. 일단 사람들이 꽃은 좋아하는데 우리나라 문화가 돈 3천원 있으면 소주 한 병, 커피 한 잔 사먹지, 꽃에 돈을 쓰는 문화는 잘 발달되어 있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거의 개인보다는 거래처에다 꽃을 보내는 비즈니스 플라워가 발달되어 있어요. 생활에서 즐기는 문화가 아닌 거죠.

그래서 왜 그럴까 고민을 했더니 문화적인 측면도 있지만 경제적인 문제도 있더라고요. 먹고살기 빠듯하니 꽃에 돈을 쓴다는 게 쉽지 않은 거죠. 한 번은 강북 거래처를 갔는데 어느 할머니가 꽃이 예쁜데 만 원이 없어서 꽃을 못 사시는 거예요. 그런데 강남에서는 2만원이라고 해도 어우 싸네 하고 사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죠. 돈 때문에 꽃에 대한 관심도 차별받는구나. 그래서 바꿔보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꽃을 즐기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고, 돈이 없는 사람들도 돈 때문에 꽃을 못 보는 일을 없애고 싶었어요. 돈이 없는 사람, 취약계층, 소외계층이라도 꽃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줘야겠다. 그리고 렌탈 사업이나 관리사업을 하다 보면 충분히 일자리도 만들 수 있을 것 같고.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게 바로 사회적 기업이라고 하더라고요."


- 일자리는 어떻게 연결시키려는 거죠?
"플라워관리렌탈 산업을 잘 이용하면 마을에서 어르신들도 할 수 있는 일거리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건물을 지으면 건물의 일정부분을 녹지공간으로 만들어야 해요. 그런데 대부분 화단을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만들어요. 준공 끝나면 관리하지 않고. 조경업체들이 1년에 몇 번 오고 끝이에요.

그래서 저는 이런 것들을 마을 주민들이 마을정원사가 되어서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마을 사람들이 마을에 있는 녹지공간, 옥상정원 같은 것들을 관리하는 거죠. 그러면 어르신들한테는 소소한 일거리가 되고 조경관리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바뀌게 되겠죠."

"정원문화 통해 공동체 만들고 싶다"

남녀노소 없이 배우는 가드닝
 남녀노소 없이 배우는 가드닝
ⓒ 김영일

관련사진보기


- 그럼 그렇게 만들어진 정원을 주민들이 함께 즐기는 건가요?

"그렇죠. 그러면 빈부격차와 상관없이 그 공간을 모두 즐길 수 있게 되죠. 정원이 있을 수 없는 전세민들도, 내 집 앞은 아니지만 동네에서 즐길 수 있는. 고민을 하고 찾다 보니 건물 외에도 도시에는 버려진 공간도 있고, 쓰지 않는 공간도 있고, 놀이터라는 공간도 있더라고요. 이곳을 꽃이 피는 공간으로 만들면서 주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계기도 만들어 보고, 꽃을 심으면서 마을공동체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거죠."

- 왜 마을을 만들고 싶어 하는 거죠?
"옛날 우리가 느꼈던 마을의 소중함, 이웃의 소중함, 이런 것들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어요. 우리 어렸을 때는 동네라는 것이 있었잖아요. 놀이터에서 동네 아이들끼리 막 놀고, 허울 없이 옆집에 들어가 밥도 같이 먹고.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 않잖아요. 저도 빌라에 살고 있지만 이웃을 잘 몰라요. 그래서 마을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웃을 연결해 주고 싶어요. 실제로 꽃꽂이 프로그램을 보니 가능하더라고요. 아이들이 가위질을 잘 못해요. 그럼 동네 할머니가 잘라줘요. 또 아이가 호미질을 잘 못 하니까 할머니가 뒤에 붙어서 아이 한 쪽 손을 잡고 호미로 땅파기를 가르쳐줘요. 그냥 할머니가 동네할머니가 되는 거죠. 그리고 이웃이, 마을이 생기는 거죠."

꽃으로 대화를 시작하다
▲ 플라워앤가든인피플의 사업 꽃으로 대화를 시작하다
ⓒ 김영일

관련사진보기


열심히 강의 중인 김영일 대표
 열심히 강의 중인 김영일 대표
ⓒ 김영일

관련사진보기


- 암사동에서 진행했던 교육 '우리 동네 플로리스트'나 '우리 동네 정원사'는 그 맥락인가요?

"마을에서 정원을 가꿀 수 있는 사람들, 마을을 주도적으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예쁘게 가꾸고자 하는 사람들을 찾는 과정이었죠. 열 네 분이나 고정적으로 나오셨어요. 애기 엄마들은 뭔가 자기만의 삶을 찾고 육아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나오고, 어르신들은 기본적으로 꽃을 좋아하시니까 나오세요. 다들 공동체 정원을 만들어보고 싶어 하세요."

"제가 사회에 돌려주는 10%는 아까운 돈이 아니다"

- 지금이야 암사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교육을 하고 있지만 그 다음에는 어떻게 진행 할 예정이죠?
"시작은 공모사업으로 했지만 어떻게 하면 그 분들이 계속 그런 활동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죠. 그래서 지금 생각은 제 수익의 10%를 그 분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끔 지원할 계획이에요."

- 수익에 영향을 많이 끼치지 않나요?
"그럴 수 있죠. 하지만 어차피 그런 것들이 인식의 전환, 사고의 전환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결국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화훼산업도 살아남기 어렵거든요. 지금은 꽃을 팔고 관리도 하면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사실 경기가 어려우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게 화훼산업이거든요.

그러니 제가 사회에 돌려주는 10%는 아까운 돈이 아니에요. 그것으로 인해 꽃에 대한 인식, 사고방식, 문화가 바뀌면 한 송이 꽃이 더 팔리고, 사람들도 즐거워하고, 사회도 아름다워질 수 있으니까."

우리 동네 플로리스트들
▲ 열심히 배우는 주민들 우리 동네 플로리스트들
ⓒ 김영일

관련사진보기


어린이들에게 꽃을
▲ 꽃으로 세상을 바꿔보자 어린이들에게 꽃을
ⓒ 김영일

관련사진보기


-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공간과 인식이요. 좁은 공간도 문제지만 사실 우리 사회는 아직 정원에 대해서 낯설어요. 공터가 있으면 대부분 텃밭으로 만들죠. 그런데 텃밭은 주인이 있어요. 먹는 거니까 소유관계가 분명해요. 텃밭은 나도 내 땅이 있어서 수확을 해서 먹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근본으로 하죠. 그러니 말은 공동체 텃밭인데 공동체성을 길러줄 수 없죠.

그런데 정원은 보는 거잖아요. 소유가 없어요. 누구나 즐기는 공유의 대상이죠. 우리 삶이 좀 더 여유로우면 텃밭보다 꽃을 기르면서 즐기는 문화가 생길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정원을 만들다 보면 공동체성이 더 강화될 거예요. 정원을 바탕으로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할 수 있고.

이런 면에서 요즘 국가도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요. 최근 정원법도 시행하고. 구청 도시농업팀도 정원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고민하는 것 같더라고요. 공동체 정원을 꾸미면 어르신들이나 경력단절여성의 일자리도 생길 수 있고, 또 아이들 같은 경우는 요즘 야외 체험 학습이 거의 의무화되어 있잖아요. 정원 안에서 뛰어 놀고, 카페도 만들어내고, 공연도 하고, 전시회도 하고, 정원이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거죠."

도심에 조성되는 공동체정원
 도심에 조성되는 공동체정원
ⓒ 김영일

관련사진보기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
"꽃이라는 것이, 있으면 누구나 좋아하는 거예요. 옆에 있으면 누구나 한 번쯤 쳐다봐지는 거. 그런데 우리는 지금 그 꽃을 쉽게 접할 수 없는 환경에서 살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런 것들을 동네 놀이터에서 볼 수 있도록 바꿀 거예요. 우리 동네 정원사들이 열심히 한 송이 한 송이 꽃을 더 심어나가면 마을도 변하겠죠. 모두 동참해 주세요."

오늘도 김영일 대표는 꽃으로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의 바람대로 우리 모두 꽃 한 송이에 여유를 갖기를.

덧붙이는 글 | 가드닝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으세요? 주민 5분만 모여서 신청하시면 행복한정원사가 달려가 무료로 교육해 드립니다. 서울시예비사회적기업 플라워앤가든인피플 010-2055-3309



태그:#플라워앤가든인피플, #사회적경제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