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가 결정된 지난 <동상이몽> 방송에서 가장 화제가 된 이슈는 '48세 동안 엄마'였다. 사실 고민의 내용으로 보자면 SNS를 많이 하는 엄마와 사춘기 딸의 소소한 갈등 정도였지만, 주목받은 것은 엄마의 외모와 몸매. 여기에 서울대 치대 출신의 치과 원장이라는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엄마에게 쏟아진 관심이 가장 메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갈등 내용만 보자면 딱히 이야깃거리가 없었다. 딸은 자신에게 관심을 둬 주지 않는 엄마가 서운했고 엄마는 사춘기에 접어든 딸이 멀어지는 것 같아 서운했다. 그러나 '동안'과 '서울대 치대'같은 스펙이 공개되자 분위기는 반전되었다. 48세라는 나이에 놀라는 패널들의 표정이 클로즈업되고 "정말 48세가 맞느냐"는 유재석의 질문이 이어진다.

본질은 사라지고 논란만 남는다

 <동상이몽>에 출연한 48세 '동안맘'의 사연. 고민에 대한 진지한 해결은 없고 그의 외모와 스펙에 스포트라이트가 쏠렸다.

<동상이몽>에 출연한 48세 '동안맘'의 사연. 고민에 대한 진지한 해결은 없고 그의 외모와 스펙에 스포트라이트가 쏠렸다. ⓒ SBS


사실 고민의 본질은 중요하지 않다. 엄마가 얼마나 동안이고 얼마나 훌륭한 스펙을 가졌는지가 방송의 메인이었다. 어디선가 많이 본 장면이다. 같은 날 같은 시간대 KBS 프로그램인 <안녕하세요>는 잘생긴 형에게 비교당하는 동생의 사연이 방영되었다. 잘생긴 형이라고 등장한 까닭에 시청자들은 그의 외모에 집중하게 된다.

그러나 이 사연들이 모두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는지는 의문이다. '외모'를 주제로 방영되는 예능에서 일반인들의 외모는 까다로운 대중의 평가에 직면하게 된다. 동안으로 출연했다면 "젊어 보인다" vs. "아니다"는 반응이 나오고, 얼짱으로 출연했다면 "예쁘다(잘생겼다" vs. "못생겼다"는 반응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나온다. 단순히 외모에만 집중되는 사연 속에서 시청자들은 어느새 자신의 기준을 가지고 평가하는 눈으로 출연자들을 바라보게 되기 때문이다.

외모는 가장 쉽게 화제를 만들 수 있는 소재다. TV는 어느새 '동안' '얼짱' 'S라인' 등의 단어들을 남발하며 화제를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안녕하세요>나 <동상이몽>은 외모를 평가하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아니지만, 생각보다 자주 등장하는 사연이 바로 '동안'이나 '얼짱' 타이틀이다. 어떻게 보면 강박적으로 느껴질 만큼 예쁘고 몸매 좋고 잘생긴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예쁘거나 잘생긴 형제자매에게 비교당하는 동생이라든지, 잘생기고 예쁜 고등학생이라든지, 몸매가 좋은 동안 엄마라든지 하는 식의 사연들은 이미 너무나도 익숙한 풍경이다.

이런 사연이 자주 등장할수록, 화제성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폐지가 논의 중이라는 <스타킹> 역시 마찬가지다. '동안' '얼짱' 등의 키워드는 스타킹에서 꽤 오랫동안 중요한 주제로 다뤄졌다.

그러나 이런 화제성이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이어지느냐 하는 것은 의문이다. 앞서도 말했듯, 지나치게 부각된 출연자의 외모는 대중으로부터 품평의 대상이 되기 일쑤이고 때로는 비난의 화살을 감내해야 한다. 단순히 출연자의 외모를 소재로 방송을 기획한 안일함에 대한 실망감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이런 비난에 직면한 SBS의 예능국은 <동상이몽>의 폐지를 결정했고, <스타킹> 폐지 역시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관련 기사 : 강호동의 <스타킹> 폐지? 제작진 "논의중"). 안일하게 반복되어 온 소재를 쇄신하고 더욱 참신한 예능을 만들겠다는 포부일 것이다.

트렌드 좇기만 하는 제작진, 참신함이 필요하다

<오 마이 베이비> 역시 폐지를 논의 중이고 <신의 목소리>는 1시즌을 마치고 종영이 결정되었다. 해당 프로그램 모두 트렌드에 편승해 반복된 소재를 재탕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던 프로그램이다.

그러면 새로 시작하는 예능이 <동상이몽>이나 <스타킹>보다 딱히 더 나을까? 사실 지나치게 반복된 소재는, 이전부터 그만큼 시청자들에게 어필되어온 '경험'이 제작진 사이에 있으므로 반복된 것이다.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일반인의 뛰어난 '외모'는 여전히 관심을 끌 수 있는 아이템이다. 무플(댓글이 없는 것)보다는 악플(비난을 담은 댓글)이 낫다는 생각을 제작진은 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새로 시작하는 예능도 이런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종영의 의미는 퇴색된다. 프로그램이 새로 제작된다 할지라도 SBS 제작진이 기획하는 예능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더욱 참신하고 신선하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현재 예능의 트렌드는 '음악' '인터넷 방송' '리얼리티' 등으로 압축된다. 이런 트렌드를 주먹구구식으로 때려 넣는다면 결국은 또 똑같은 역사가 되풀이될 뿐이다. 트렌드를 인지하되, 그 트렌드의 굴레에 갇히지 않고 해당 프로그램만의 색깔을 갖춘 예능이 탄생할 수 있을까. 더는 '동안' '얼짱' 'S라인'에 집착하는 예능은 보고 싶지 않으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동상이몽 스타킹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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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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