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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9 맨하튼 타임스케어에서 경찰이 시위대들을 지켜보고 있다.
 7/9 맨하튼 타임스케어에서 경찰이 시위대들을 지켜보고 있다.
ⓒ 고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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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토요일 저녁, 비가 오는 날이었다. 약 600명의 사람들이 미국 맨해튼에서 가장 번화한 장소인 유니온스케어에서 타임스스퀘어까지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정의"
"정의는 언제부터?" "지금 당장"
"정의가 없으면?" "파업"
"우리가 손을 들면?" "쏘지 마!"

행진을 지켜보는 뉴욕 경찰(NYPD)들과 시위대간의 긴장이 전에 없이 팽팽하다. 경찰도 시위대도 서로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같은 날, 흑인 밀집 지역인 뉴저지 뉴왁 시내에서도 같은 행진이 벌어졌다. 이곳은 이전 시위 때와 달리 도로 주변 건물엔 총을 든 경찰들이 배치되는 전례 없는 살풍경이 펼쳐졌다.

같은 시위는 주말 사이 시카고, 루이지애나, 미니애폴리스, LA를 비롯한 미 전역에서 벌어졌다. 최루가스가 등장했고 전국적으로 200여 명이 체포됐다. 그 어느 때보다 시위대와 경찰 간의 긴장이 팽팽해진 상황이다. 지난 7일 밤(현지 시각) 댈러스에서 벌어진 사건의 여파다.

"9.11 이후, 가장 많은 경찰 희생자 발생"

 미국 댈러스 흑인시위 도중 총격에 의한 경찰 사망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미국 댈러스 흑인시위 도중 총격에 의한 경찰 사망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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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댈러스에서는 경찰 5명이 사망했다. 사고나 긴급 상황이 아닌, 시위를 통제하던 경찰에 대한 매복 조준 사격이었다. 범인은 2009년부터 미군에 복무하며 아프간에 파병됐다 전역한 마이카 존슨(25)이었다.

현장에서 죽음을 맞은 범인과 대면했던 경찰은 그가 백인, 특히 경찰에 대한 증오를 표출했다고 말했다. CNN은 9.11 이후 단일 사건으로 가장 많은 경찰 희생자를 낸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짧은 간격으로 경신되고 있는 미국 총기 사망 기록 중 하나가 또 발생한 것이다. 이 사건은 흑인에 대한 인종 차별과 이에 따른 공권력에 대한 불신, 증오가 겹쳐진 사건으로 미국인들은 법치주의가 흔들리는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경찰을 향한 총격 사건의 원인은 지난주에 벌어진 두 건의 총기 살인 사건이다. 가해자는 모두 미국 경찰이고, 사망한 피해자는 모두 30대 흑인 남성이었다.

첫 번째 사건은 지난 5일, 남부 루이지애나에서 벌어졌다. 거리에서 CD를 팔던 앨턴 스털링(37)이 출동한 두 명의 경찰에 의해 제압당한 상태에서 여섯 발의 총을 맞고 사망했다. 지나가던 행인이 촬영해 공개한 이 영상은 2년 전 뉴욕 거리에서 여러 명의 경찰에게 목이 졸려 죽음을 당한 에릭 가너를 연상시켰다.

하루 뒤인 6일엔 북부 미니애폴리스에서 후미등 고장으로 경찰의 검문을 받던 남성이 숨졌다. 필랜도 캐스틸(32)은 여자 친구와 그녀의 5살 딸과 함께 있던 차 안에서 경찰이 쏜 네 방의 총을 맞고 목숨을 잃었다. 이 장면은 옆자리에 앉은 여자 친구의 페이스북에 실시간으로 전송됐다.

이틀 사이에 벌어진 이 충격적인 사건은 흑인 사회를 분노하게 했다. 흑인 팝 가수 비욘세는 온라인을 통해, 우린 동정이 아닌 우리의 삶이 존중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행동을 촉구한 그녀의 격한 글은 두 사건을 접한 대다수 흑인들의 심경을 대변했다.

윔블던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흑인 테니스 스타 세레나 윌리엄스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황망해 했다. 두 유명인과 다르지 않은 분노로 미 전역에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가 곳곳에서 일고 있던 와중에 경찰에 대한 매복 총격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군대화 되는 경찰, 앞으론 '전쟁터'가 될 수도

7월 5일부터 사흘 간, 경찰과 흑인 사이에 일어난 총격 사건에 대해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 우려를 나타낸다.

먼저, 연쇄적인 총격 사건의 발생이다. 범인으로 지목된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에 대한 증오가 동기라고 말했던 것처럼 비슷한 삶의 조건에서 정서를 공유하는 흑인들의 모방 범죄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건 발생 이후 이틀 만에 조지아, 테네시, 미주리 세 곳에서 무장한 흑인 남성이 경찰을 유인해 총격을 가한 사건들이 발생했다. 테네시에서는 사망자 1명, 부상자 3명이 발생했다.

미주리주 세인트 루이스는 퍼거슨시와 지척인 곳이다. 2년 전 마이클 브라운이란 18세 소년이 두 손을 들어 항복 의사를 표한 상태에서 경찰이 쏜 총에 숨졌다고 알려진 곳이다. 당시 논란의 당사자였던 경찰 대런 윌슨은 미주리 주 대배심에서 불기소 결정을 받고 석방되자 2차 퍼거슨 소요 사태가 일어났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가해 경찰에 대한 처벌이 미온적인 상황에서 경찰을 향한 흑인들의 불만은 가중되고 약간의 자극에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둘째, 경찰의 군대화 문제다. 경찰에게 총격을 가한 마이카 존슨은 사건 현장에서 사망했다. 그를 사살한 건 대치하던 경찰의 총알이 아닌 '폭탄 로봇'이었다. 댈러스 경찰은 용의자가 투항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사살하기로 결정한 후, 1m 50cm의 로봇 팔에 폭탄을 실어 존슨이 있는 곳으로 이동시킨 뒤 리모컨으로 폭탄을 터뜨렸다.

이라크나 아프간 같은 전장에서 미군을 대신해 폭탄을 감지하거나 제거하는 데 사용하던 전쟁용 로봇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처음으로 국내 현장에서 사용된 것이다. 경찰의 군대 작업 노력은 '1033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1997년부터 있어 왔다.

1, 2차 이라크 전쟁이 끝나고 남아도는 군 장비를 경찰에 공급해 무장시키려는 이 계획은 매번 국내 반발 여론과 부딪쳤다. 경찰 특수 기동대(SWAT)는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이 계획의 일환인데 퍼거슨 소요 사태 때 무장한 탱크와 기관총으로 시위대를 자극해 대대적인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폭탄 로봇'의 사용이 적절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이미 4조8천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 경찰의 군대화 작업은 그 속도를 더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퍼거슨 사태 당시 존 루이스 하원의원은 "TV에 나오는 퍼거슨시의 장면을 보고 있으면 마치 내가 이라크 바그다드나 다른 전쟁터에 있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미 전역에서 맞닥뜨릴 수 있다.

분노와 방어의 악순환

 미국에서 최근 발생한 경찰 총격 흑인 사망 사건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미국에서 최근 발생한 경찰 총격 흑인 사망 사건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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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턴의 저격범이 백인을 대표하지 않듯이, 댈러스에서 공격을 자행한 저격범이 흑인을 대표하지 않는다."

나토 정상회의 참석 일정을 줄이고 지난 10일 서둘러 귀국한 오바마 대통령은 이 사건이 흑백 갈등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고심 중이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2007년 70명의 경관이 총기 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지난해에도 41명이 총에 맞아 죽음을 당했다. 올해에만 58명의 경찰이 사망했다. 총기로 인한 경찰 사망자 수는 3년 동안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몇 배 더 많은 이들, 특히 흑인 남성들이, 경찰 총에 맞아 죽었다. 이런 상황을 담은 영상이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져 전 국민의 분노를 자아냈다.

현재 미국 사회는 흑인의 분노와 경찰의 방어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엮어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는 구호가 공권력과의 적대를 어떻게 풀어낼지, 더 나쁜 방향으로 가지는 않을지 미국에 살고 있는 모든 인종의 시민들이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분명한 건 1960년대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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