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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조절지 좌안 사면이 와르르 무너지고 있다
 유사조절지 좌안 사면이 와르르 무너지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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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조절지 붕괴위기, 무섭습니다

앗, 이게 웬일인가요? 와르르, 꿍. 곧 무너질 듯합니다. 이곳은 그동안 한국수자원공사가 전국의 댐 중에서 최초라며 자랑하던 댐 안의 댐인 유사조절댐(정식 명칭은 '유사조절지'지만, 모래를 가둘 목적으로 지은 사실상의 댐이다) 아닌가요? 그런데 댐 곳곳에서 붕괴의 조짐이 보입니다. 너무 무섭습니다.

한쪽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양쪽 사면이 다 붕괴조짐을 보입니다. 유사조절댐 좌안은 댐의 상류부에서 우회도로 사면과 만나는 지점이 아랫부분에서부터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금도 선명하게 나 있습니다. 금이 댐쪽으로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곧 금이 댐에 이를 듯합니다.

유사조절지 좌안 사면이 무너져내리고 있다. 크랙은 옹벽까지 이어져 있다.
 유사조절지 좌안 사면이 무너져내리고 있다. 크랙은 옹벽까지 이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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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 유사조절댐에는 댐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는 문을 달았는데, 그 옆 유리창이 와장창 박살이 나 있습니다. 댐에서 올라오는 압력 때문으로 보입니다. 강한 물살 때문에 문이 들썩들썩 하다가 유리창이 깨진 것입니다.

우안 쪽은 그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댐 본체와 붙게 되는 우회도로쪽 산지 사면이 원래부터 약했는지 섬유 매트리스에 콘크리트를 주입해서 인공사면을 만들어 붙여두었습니다.

그런데 그 부분  맨 하단에서부터 붕괴되면서 아래쪽은 구조물이 완전히 떨어져 나가버렸습니다. 조금만 더 비가 왔으면 그 사면이 모두 주저앉으면서 유사조절댐의 본체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쳤을 것 같습니다. 아찔한 순간입니다.

우안쪽 사면은 섬유매트리스로 덧씌워둔 상태였는데, 이번 비로 아래쪽부터 무너져 내렸다.
 우안쪽 사면은 섬유매트리스로 덧씌워둔 상태였는데, 이번 비로 아래쪽부터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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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조절지 본체 어도(물고기 길)와 접합한 부분이 심하게 떨어져 나갔다.
 유사조절지 본체 어도(물고기 길)와 접합한 부분이 심하게 떨어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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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 매트리스가 댐 본체와 완전히 떨어져 나갔다. 그 길이가 20여 미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섬유 매트리스가 댐 본체와 완전히 떨어져 나갔다. 그 길이가 20여 미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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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양안이 다 붕괴 조짐을 보이는 것은 참 드문 일입니다. 아주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것도 아닌데 이정도이면,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면 아마 한쪽은 붕괴되지 않았을까 짐작해 봅니다.

"계획단계부터 너무 졸속적"

전문가의 판단은 어떨까요? 가톨릭관동대 박창근 교수는 기자가 보내준 사진자료를 검토한 뒤 아래와 같이 진단했습니다.

"계획단계에서부터 너무 졸속적으로 부실하게 시공을 했기 때문에 작은 장맛비에도 붕괴 직전까지 가는 상황에 처했다. 유사조절지에 대한 모든 자료 공개하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객관적인 검증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유사조절지 내부 압력으로 유리창이 박살나버렸다.
 유사조절지 내부 압력으로 유리창이 박살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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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공사가 화근을 불렀다는 말입니다. 졸속공사라 하니 4대강사업이 생각납니다. 만 2년 만에 속도전으로 몰아붙인 4대강사업의 후과는 컸습니다. 보 자체의 안전성도 떨어져 걸핏하면 보강 공사를 벌인 것이 주지의 사실입니다.

해마다 녹조라떼에 물고기 떼죽음, 큰빗이끼벌레의 창궐, 심지어 기생충의 창궐까지 지금 낙동강은 4대강 보로 인해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영주댐은 마지막 4대강 공사입니다.

여기서 하나 의문이 듭니다. 영주댐 공사에서 가장 중요한 구조물 중의 하나가 영주댐이고, 나머지 또 하나가 유사조절댐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두 개의 구조물은 아주 강력하고 튼튼하게 시공돼야 마땅합니다. 

유사조절지 양안이 모두 붕괴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큰비가 한 번 더 내리면 유사조절지 자체의 안전도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
 유사조절지 양안이 모두 붕괴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큰비가 한 번 더 내리면 유사조절지 자체의 안전도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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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게 뭐랍 말입니까? 그렇게 중요한 유사조절댐이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니요? 이것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요.

이런 상황이니 유사조절댐 13킬로미터 하류에 있는 영주댐 본체의 시공 또한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영주댐 본체의 시공도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됩니다. 영주댐은 마지막 4대강 공사의 일환이니 말입니다.

이대로 담수를 시키고 말 것인가

이런 상황에서 수자원공사에서는 지난 9일 시험담수에 들어갔습니다. 댐에 물을 채우기 시작한 것이지요. 시험담수를 한다는 말은 머지않아 곧 본 담수에 들어간다는 말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물을 채울 수는 없습니다. 박창근 교수의 말대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영주댐에 대한 필요성에 대한 검증부터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수자원공사에서 내세우고 있는 영주댐의 목적은 낙동강 수질개선을 위한 유지용수로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낙동강으로 흘려보낼 유지용수로 이용하는 것이 이 댐의 주목적입니다. 90%가 낙동강 유지용수 개념이고, 나머지 5%가 홍수예방이고, 나머지 5%가 생활용수 목적입니다.

영주댐에 서서히 물이 차고 있다. 내성천을 이대로 수장시킬 수밖에 없는 것인가?
 영주댐에 서서히 물이 차고 있다. 내성천을 이대로 수장시킬 수밖에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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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으로 흘려보낼 유지용수라 하면 굳이 댐을 짓지 않아도 됩니다. 지난 수억년 동안 그래 왔던 것처럼 낙동강으로 내성천의 맑은 물이 그대로 흘러들었습니다. 굳이 댐을 지어서 유지용수로 쓸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작금의 낙동강 녹조라떼는 보로 막혀 있어서 생기는 것으로 상류에서 아무리 물을 방류한다고 해도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영주댐의 목적에서부터 철저한 검증이 시급히 필요합니다. 그 논의는 정부나 수자원공사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시급히 사회적인 논의기구를 열어서 그곳에서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내성천에 물이 차고 있습니다. 한번 차면 돌이키기 어렵습니다. 내성천을 이대로 수장시킬 수는 없습니다. 내성천은 지구별 유일의 모래강이자, 국보로 삼아 길이 보존해야 할 귀한 우리의 유산이기 때문입니다.  

내성천을 상징하는 깨끗한 모래톱. 이런 모래톱 내성천을 계속해서 보고 싶다.
 내성천을 상징하는 깨끗한 모래톱. 이런 모래톱 내성천을 계속해서 보고 싶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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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입니다



태그:#내성천, #4대강사업, #영주댐, #담수, #유사조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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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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