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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여러분에게 알립니다. 지금 곧 영주댐의 수문을 열어 방류에 들어갑니다. 급류가 예상되니 하천 주변에 계신 분들은 신속히 대피해주시길 바랍니다."

지난 6일 오후 5시 기자가 무섬마을에 다다랐을 무렵 흘러나온 알림 소리다. 마을 스피커를 통해 영주댐의 방류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있었다. 상류 마을인 미림마을에서도 마찬가지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배사문을 통해 영주댐 방류를 시작하고 있다.
 배사문을 통해 영주댐 방류를 시작하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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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의 배사문을 열자 세차게 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영주댐의 배사문을 열자 세차게 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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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대피방송을 들으니 비로소 댐이 현실로 다가온다. 아이도 안전하게 놀 수 있던 모래강 내성천이 조금만 방심해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강이 되는 순간이다. 누가 내성천을 위험한 강으로 만들어가는가?

또한 안내방송으로 미루어보면 최근 며칠 동안 내린 폭우를 그대로 방류하지 않고 영주댐에 그 빗물들을 고스란히 채우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영주댐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이르자 댐에 물이 그득하다.

지난 장맛비로 영주댐에 상당 부분까지 물이 차올랐다.
 지난 장맛비로 영주댐에 상당 부분까지 물이 차올랐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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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마을도 잠기고, 영주댐은 온통 쓰레기 호수

영주댐은 현재 이른바 배사문(모래를 배출하는 문)이란 곳으로 강물을 유통시키고 있는데, 그 배사문을 이번 집중호우시 닫았떤 걸로 보인다. 

상류에서 떠내려온 쓰레기들이 영주댐에 한가득 쌓였다. 쓰레기 호수가 된 영주댐의 모습니다.
 상류에서 떠내려온 쓰레기들이 영주댐에 한가득 쌓였다. 쓰레기 호수가 된 영주댐의 모습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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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로부터 떠내려 온 쓰레기들이 범벅을 이뤄 댐 상류에 그득 갇혀 있다. 완전히 쓰레기 호수다. 물돌이마을인 금강마을도 서서히 잠겨들어가고 있었다. 상부 30% 정도만 남겨두고 물이 들어찼다. 마을이 완전히 잠기기 일보직전이다.

그랬다. 지난 7월 6일 장대비를 뚫고 대구에서 영주로 차를 몰고 내달린 것은 내성천의 모습이 너무나 궁금했기 때문이다. 특히 내성천에 들어선 영주댐의 상태가 너무나 궁금했다. 최근 3년 동안에 비해 거의 최고치의 비가 내렸기 때문이기도 했다.

물돌이마을 금강마을이 거의 다 잠겨간다. 저 멀리 영주댐이 보인다
 물돌이마을 금강마을이 거의 다 잠겨간다. 저 멀리 영주댐이 보인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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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둘러본 내성천엔 강물이 그득했다. 골골마다 물이 넘쳤다. 모래톱이 완전히 잠겼기 때문에 이후에 일어나는 하천의 변화가 정말 기대된다.

영주댐 위의 또다른 댐 유사조절지

영주댐을 뒤로 하고 13킬로미터 상류에 있는 댐 위의 댐인 유사조절댐(정식 명칭은 '유사조절지'로 불리나 실상은 댐의 모습이다)으로 향했다. 그간 문제의 유사조절댐에 막혀 졸졸졸 흐르던 물길이 강안 가득 흘러가고 있다. 영주댐 아래쪽만큼은 아니지만 그래서 상당한 강물이 흘러가고 있다. 비로소 내성천이 살아 흐르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유사조절댐 때문에 그동안 졸졸 흐르던 물줄기가 강을 그득히 담아 흘러가고 있다. 이것이 살아있는 내성천이다. 이전 평은면사무소와 송리원휴계소 있던 바로 그곳이다.
 유사조절댐 때문에 그동안 졸졸 흐르던 물줄기가 강을 그득히 담아 흘러가고 있다. 이것이 살아있는 내성천이다. 이전 평은면사무소와 송리원휴계소 있던 바로 그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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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조절댐을 원류해서 강물이 세차게 흐르고 있다
 유사조절댐을 원류해서 강물이 세차게 흐르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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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조절지에 다다르자 고정보 마루 위로 상당량의 물이 월류해 세차게 흐른다. 그 모습은 그대로 댐이다. 모래를 차단할 목적으로 지어진 시설물이지만 높이가 10미터에 이르는 작은 댐인 것이다. 그러니 그 상류엔 상당한 양의 강물이 갇혀 있다.

그런데 수압 계산이 잘못된 것일까. 구조물의 창문이 안에서 나오는 압력에 못 이겨 완전히 깨졌다. 계속해서 흔들리는 것을 보니, 다른 쪽 창문도 곧 깨질 듯 보인다. 그리고 흔들림이 심상찮다. 구조물 주변 지반의 균열도 눈에 띈다.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높은 수압때문에 구조물이 깨졌다.
 높은 수압때문에 구조물이 깨졌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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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상류는 더 이상 내성천이 아니다. 그것은 내성호의 모습이다. 유사조절댐은 이곳 상류에서부터 영주댐으로 흘러갈 모래를 차단해버리기 때문에 영주댐 하류로는 더더욱 흘러갈 모래가 없게 되어 있다.

처음에는 이곳에 쌓이는 모래를 영주시가 팔아먹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계속해서 내성천의 모래가 문제가 되자 수공에선 "이곳에 쌓이는 모래를 하류로 방류할 수 있다"고 슬쩍 말을 바꾸기도 했다.

영주댐에 가려 유사조절댐 문제가 그동안 제대로 제기되지 못한 측면은 있지만, 내성천 재자연화와 낙동강 재자연화를 위해 반드시 사라져야 할 일순위 구조물이 바로 이 유사조절댐이다.

내성천 환경변화의 원인규명이 먼저다

이설도로를 통해 둘러본 영주댐 인근지역은 이번 폭우로 곳곳이 무너지고 토사가 흐르고 있었다. 우후죽순 산을 깎아 들어선 주택들은 마감을 하지 않은 채 폭우를 만나 무너져 내린 곳이 많았다.

장맛비에 곳곳이 무너져내렸다.
 장맛비에 곳곳이 무너져내렸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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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로 곳곳이 피해를 입었다.
 장맛비로 곳곳이 피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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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산을 깎아 도로를 만들었고, 그것이 안정화가 안되어 있으니, 어쩌면 무너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듯싶다. 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다시 영주댐 담수 소식이 들려온다. 잠시 열었던 배사문을 다시 닫아걸고 강물을 채울 목적인듯, 이른바 시험담수란 것을 한다고 한다. 시험담수는 곧 본 담수와 연결될 것이다.

유사조절지로 막힌 내성천에 물이 그득하다. 이처럼 영주댐 상류에 높이 10미터의 댐이 하나 더 있다
 유사조절지로 막힌 내성천에 물이 그득하다. 이처럼 영주댐 상류에 높이 10미터의 댐이 하나 더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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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부와 수공은 아직 담수를 시작해서는 안 된다. 아직 내성천의 극심한 생태환경의 변화에 대한 원인규명도 안 된 상태다. 담수 전에 내성천 생태환경의 변화에 대한 원인규명이 우선되어야 한다.

최근 2~3년간 보인 내성천의 변화는 너무나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내성천 주민들의 한결같은 증언인바 지난 수십년 동안 모래강 내성천에서 현재처럼 풀이 들어와 자리를 잡은 역사가 없다고 했다. 그렇다. 내성천은 그저 그렇고 그런 흔한 강의 하나가 아니다. 내성천은 지구별 유일의 모래강이자, 국보급 하천으로 길이길이 보존되어야 할 우리의 보물이기 때문이다.

모래톱이 아름다운 내성천을 희망하며..
 모래톱이 아름다운 내성천을 희망하며..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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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서 지난 7년간 낙동강과 내성천의 변화상들을 기록해오고 있습니다. 영주댐 담수는 안됩니다. 담수를 막아주십시오.



태그:#내성천, #영주댐, #모래, #유사조절지, #환경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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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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