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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 입 밖으로 내뱉기 참 어려운 말입니다. 여성에게 생리는 한 달에 한번 찾아오는, 아주 일상적인 경험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생리와 생리대는 '부끄러운' 것이기에 늘 감춰집니다. 그래서일까요. 생리에 대한 환상 혹은 오해가 너무나도 깊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생리를 말하자' 기획을 통해 익숙하지만 낯선 이 '생리'를 마음 놓고 말해보려 합니다. [편집자말]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한 공사장 벽에 '생리대가 비싸서 신발 깔창을 써야 하는 학생들' 등 생리대 가격 인상에 반대하는 문구와 붉은색 물감이 칠해진 생리대가 나붙어 있다. 이 행사는 한 여성 네티즌이 제안해 인터넷 카페 '워마드' 등이 주축이 돼 시작됐다.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한 공사장 벽에 '생리대가 비싸서 신발 깔창을 써야 하는 학생들' 등 생리대 가격 인상에 반대하는 문구와 붉은색 물감이 칠해진 생리대가 나붙어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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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붉은 물감으로 썼다. 생리대와 속옷을 수놓으며. 이른바 '생리대 퍼포먼스'로 불린 사건이다.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공사장 벽에서 벌어졌다.

나는 이것이 예술적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익숙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을 낯설게 느끼게 하는 현대미술작가를 만날 기회가 개인적으로 많았다. 그런 맥락에서 생리대 퍼포먼스는 꽤 성공적인 예술 작업으로 느껴졌다.

생리대 퍼포먼스는 강렬한 시각 자극과 함께 질문을 던졌다. 피 묻지 않은 생리대가 본연의 모습 그대로 밝은 태양 아래 비칠 때, 수단이자 도구인 그 '무생물'만으로 불쾌함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인가?

진짜 '피'가 아니라 '빨간 물감'으로 글자가 써진 것임을 인지해도 불쾌감이 여전하다면 그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런 감정을 '당연한 듯' 드러내는 사람들이 다수라는 것 자체가 생리와 생리대를 드러내고 말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우리 사회를 고발하는 것 아닐까?

파키스탄과 닮아있는, 한국 여성들의 외침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한 공사장 벽에 '생리대가 비싸서 신발 깔창을 써야 하는 학생들' 등 생리대 가격 인상에 반대하는 문구와 붉은색 물감이 칠해진 생리대가 나붙어 있다. 이 행사는 한 여성 네티즌이 제안해 인터넷 카페 '워마드' 등이 주축이 돼 시작됐다.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한 공사장 벽에 '생리대가 비싸서 신발 깔창을 써야 하는 학생들' 등 생리대 가격 인상에 반대하는 문구와 붉은색 물감이 칠해진 생리대가 나붙어 있다. 이 행사는 한 여성 네티즌이 제안해 인터넷 카페 '워마드' 등이 주축이 돼 시작됐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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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부착 시위에 영감을 준 것은 지난 4월 파키스탄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보인다. 파키스탄 라호르 BNU(Beaconhouse National University)에서 공부하는 대학생 6명은 생리대에 문구를 써 학교 벽에 붙였다.

"날 숨기지 말라."
"생리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왜 부끄러워해야 하는가?"

한 참여자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생리대를 살 때 갈색 봉지에 담아야 하고, 생리 이야기를 할 때는 마치 불결한 비밀이라도 된 듯 속삭여야 한다. 생리를 금기시하는 문화는 생리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상당수 여성이 생리 관련 질병을 얻는 현실도 이와 관련 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임에도, 생리를 숨겨야 할 것으로 인식하는 편견을 깨뜨리고 싶다."

그의 발언에서 엿볼 수 있는 파키스탄 사회의 모습은 한국의 현실과 겹친다. (시위 참가자 중 남학생도 있었다는 사실은 파키스탄 사회가 우리보다 일견 더 나아 보이기도.) 얼마 전 한 남성 구의원이 생리대를 '위생대'로 부르자고 말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지난 6월 15일 광주 광산구의회 정례회에서 였다. 저소득층 지원 물품에 생리대를 추가하자는 내용을 논의하던 중 박삼용 의원(새누리당)이 "위생대, 그러면 대충 다 알아들을 것이다, 본회의장에서 생리대라는 것은 좀 적절치 못한 그런 발언이지 않으냐"고 말한 것이다. (관련 기사 : "생리대란 말 쓰지 마" 새누리 의원의 이상한 요구)

'생리를 언급하는 것이 불편하니 또 다른 용어로 또 바꾸자'니. 이런 식의 말놀이는 우리 사회에서 생리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지 않는 한 지루하게 반복되지 않을까.

생리대를 위생대로 고친들, 좀 더 은유의 세계로 나가 '마법도구'나 '매직키트'라고 부르기로 약속한다 한들,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월간 출혈'이라는 자연적 현상에 대해 말하는 것을 불편하고 불결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생리대에도 '불결'과 '민망함'이 달라붙을 것이다. 또 다른 언어를 찾아 나서는 일도 끝없이 반복될 것이다.

생리하는 사람들을 '환장'하게 만드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생리대를 사지 못해 신발 깔창이나 휴지를 사용하는 저소득층 학생의 사연이 화제를 모으자 생리대가 한국에서 과하게 비싸다는 여론이 응집됐다.

그러자 "생리하는 7일 중 하루에 쓰는 생리대는 2개, 가격으로 환산하면 하루 252원 7일에 1764원, 1년에 들어가는 생리대비용 21164원. 1년에 2만 원이 없다는 병X년들은 김치국(한국을 비하해서 부르는 말)이 최초"라며 생리를 해본 적 없어 하루에 몇 개의 생리대가 필요한지조차 모르면서 비난부터 쏟아내는 이들이 나타났다. "천을 끊어다 면 생리대를 만들어 쓰라"는 (역시 남자의) 가르침도 있었다.

생리대는 하루에 하나만 계속 쓸 수 없다. 여러 차례 교체해야 하기에 여유 개수가 필요하다. 생리대의 단가는 저런 말을 쉽게 던지는 남자들의 생각만큼 낮지 않으며, 매일매일 면 생리대를 빨고 건조시킬 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공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면생리대는 결코 '저렴한 대안'이 아니다. 게다가 두꺼운 면 생리대를 착용한 채 격한 움직임을 하기 쉽지 않다는 물리적 제약도 있다. 해보지도 않고 천진난만하게 말하면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역지사지, 이게 기본이다

 생리를 말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사회에서 생리대는 감춰야 할 것, 숨겨야할 것이다.
 생리를 말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사회에서 생리대는 감춰야 할 것, 숨겨야할 것이다.
ⓒ 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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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지겨워진다. 이미 '역지사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글을 여러 번 썼다. 이것은 아주 기본적인 시민윤리이자, '인간에 대한 예의' 아닌가? 당사자가 아니면 모르는 디테일이 많을 테니 당사자가 얘기할 때는 배운다는 자세로 일단 좀 듣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

생리와 생리대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여성 개개인의 출혈량과 출혈 기간, 고통의 정도는 천차만별이다. 각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개개인에게 필요한 배려를 행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함부로 오지랖은 부리지 말자는 거다. 생리에 대한 얘기를 금기시하는 사회이기에 그에 대해 무지한 개인들이 사회의 다수를 이루고, '무식함'에도 불구하고 가르치려 드는 사람을 매일 접하는 것이 당사자를 얼마나 지치게 하는지 짐작해보자는 거다.

10년 전의, 5년 전의, 1년 전의 나보다 지금의 '나'가 좀 더 괜찮은 사람이라고 스스로 느낀다. 그때 몰랐던 것을 지금은 알게 됐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무지와 무신경으로 언제든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잘 모르는 것과 만날 때는 일단 학습하려고 하거나, 적어도 잘 모르는 것에 대해 공론장에 발화하는 것은 지양하려고 한다.

사적인 자리, 친한 사람들과 있는 자리에서 나도 멍청한 소리 많이 한다. 누가 정색하고 반박해온다면 재빨리 사과하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는 되어있다. 결국 죽을 때까지 내가 모르는 세계가 남아있을 거라는 태도를 잃지 않으려 하고, 이것을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 특히 '아재'들도 가졌으면 좋겠다.

그러니 '소귀에 경 읽기'는 계속돼야 할 것이다. 부끄러움도 모르고 씩씩하고 용감하게 무식함을 전시하는 사람에게 학습의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길 희망하는 사람으로서, 도끼와 더콰이엇을 보고 배우려 한다.

엠넷의 <쇼미더머니>를 매해 보고 있다. 2014년에 <쇼미더머니>에 출연해 돈 자랑을 했던 도끼와 더콰이엇은 올해 나와서 또 돈 자랑을 하고 있다. 지치거나 지겨워하지도 않고! 핵심 주제는 매번 같더라도 새로운 비트, 디테일의 첨가, 라임과 플로우의 변화와 공들인 펀치라인으로 차이를 주었기 때문인가 보다. 나 역시 지치지 않고, 다양한 변주를 통해 앞으로도 역지사지를 외치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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