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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7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마치며 회견문을 주머니에 집어 넣고 있다.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7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마치며 회견문을 주머니에 집어 넣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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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공개된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통화 녹취록의 여파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정현 의원이  김 국장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등의 압력 행사했다는 논란이다.

야3당은 청문회를 열겠다고 나섰고, 시민단체는 이정현 의원의 의원직 사퇴는 물론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의원은 물론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홍보수석으로 본인의 업무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을 언론노조 KBS본부(아래 KBS새노조)에서는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여 지난 4일 성재호 KBS 새노조 위원장을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성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따발총 쏘듯 협박성 발언... 이게 통상 업무라고?"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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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0일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통화 녹취록이 알려지며 충격을 주었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녹취록 공개에 대한 김시곤 국장의 결단이 고마워요. 2014년 당시 세월호 참사 이후 김시곤 국장이 사석에서 했던 '교통사고 발언'이 알려지면서 유족들이 5월 8일에 KBS로 몰러 와서 항의하셨잖아요. 그때 길환영 사장은 김 국장에게 보직 사퇴가 아니라 사표를 요구했어요. 청와대 지시를 받았겠죠. 그 상황에서 김 국장이 그동안 준비해왔던 청와대의 방송 개입과 보도 독립성 침해 부분을 공개한 거죠.

김 국장 폭로 이후 길 사장이 해임되는 과정에서 기자협회가 주축이 되어 조사를 벌인 결과에도 이 같은 내용이 들어 있었어요. 당시 김 국장 사태를 꾸준히 취재해 왔던 기자들이나 노조에서는 이것이 녹음된 게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조금씩 나오고 있었고, 김 국장도 부인하진 않았거든요. 사실 내용 자체는 저희가 깜짝 놀랄 건 아니에요.

그런데 저희도 처음 들어 보잖아요. 이 의원이 청와대 홍보 수석으로서 자기는 통상적인 업무라고 하는데 자기 말만 일방적으로 따발총 쏘듯 하고 심지어는 중간에 '내가 그렇게 얘기했는데도 못 알아들으십니까?'라는 협박성 발언을 하는 것이 통상적인 업무 수준인가요? 정상적인 홍보활동이 아니죠.

청와대는 마음만 먹으면 KBS 사장을 해임 시킬 수 있고,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 심지어 대선 특보에 있던 사람까지 내려 보내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청와대 수석의 전화 한 마디 한 마디가 매우 부적절하고, 그 자체가 간섭이고 방송법 위반이라고 봅니다. 

또 녹음 파일을 들어보면 빚쟁이가 빚 독촉하는 것도 아니고 이정현 의원이 아주 부적절한 언어와 부적절한 톤으로 이야기 하잖아요. 당시 주변에 있었던 간부들이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우리 보도국장에게 소리를 빽빽 지르느냐'라고 해서 녹음을 시작했다는 얘기도 있어요. 이게 통상적인 업무입니까? 세상에 이렇게 업무 처리하는 홍보 관계자는 없어요.

그리고 이정현 의원이 정무수석을 할 때도 전화해서 윤창중 보도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했다죠. 정무수석이 왜 전화하나요? 이 같은 요구나 간섭이 일상적이었다는 거죠."

- 이정현 의원은 오보를 바로잡았을 뿐이라고 하는데.
"녹음 파일을 들은 사람이면 다 압니다. 그게 정정보도 요청인가요? 이 의원은 해경 비판을 지금 하지 말고 나중에 하라고 요구한 것이지, KBS 보도 중 무엇이 잘못됐다는 식이 아니었어요. 또 KBS의 해경 비판이 오보라면, 왜 지금 해경에 대해 수사를 하고 조사를 합니까?

저희가 제기한 건 다른 게 아니에요. 해경이 왜 그 순간에 탈출 지시를 내리지 않았는지,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문제를 제기한 거예요. 어떤 부분이 오보인가요? 정정보도가 아니라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하니 지금 해경 비판 하지 말라는 거예요. 현재 이 의원이 방송법 위반으로 형사고발 되어 있잖아요. 그래서 오보를 정정하는 통상적 업무였다고 강변하는 거죠. 처벌을 피해 보려는 얄팍한 술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KBS는 지금 도덕과 비도덕의 경계에 서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전 청와대 홍보수석)으로부터 보도 통제 압력을 받았다고 폭로한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 고등법원에서 열린 징계무효확인소속 항소심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김 전 국장은 항소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세월호 참사 보도 통제 압력에 대해 "(이정현 홍보수석이) 통화해서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고 했는지,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고 했는지, 이게 중요한 포인트이다"며 "KBS 는 국민으로부터 수신료를 직접 받는 국민의 방송, 더 나아가서 국민을 위한 방송이다. 따라서 KBS 역할은 권력 견제와 감시가 매우 중요하다. 그들이 KBS 역할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핵심 포인트이다"고 말했다.
▲ 김시곤 "이정현의 통화 '목적'이 포인트"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전 청와대 홍보수석)으로부터 보도 통제 압력을 받았다고 폭로한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 고등법원에서 열린 징계무효확인소속 항소심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김 전 국장은 항소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세월호 참사 보도 통제 압력에 대해 "(이정현 홍보수석이) 통화해서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고 했는지,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고 했는지, 이게 중요한 포인트이다"며 "KBS 는 국민으로부터 수신료를 직접 받는 국민의 방송, 더 나아가서 국민을 위한 방송이다. 따라서 KBS 역할은 권력 견제와 감시가 매우 중요하다. 그들이 KBS 역할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핵심 포인트이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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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사내는 어떤 분위기인가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KBS 뉴스를 보신 분은 알겠지만, 보도 자체가 안 됩니다. 과거 이 사건으로 사장이 해임됐고, 지금 요직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당시 청와대와 길환영 사장의 보도 개입을 규탄했던 사람들임에도 관련 소식을 안 내보냅니다.

대신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조사활동이 종료되는 날 이른바 '세월호 지킴이'로 알려진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난하는 보도가 나갔죠. 박 의원이 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자료 제출 요구를 부도덕한 '갑질'이라며 비난하는 새누리당 보좌관의 음성을 익명으로 변조까지 해서 보도했어요. 야당 의원을 비판하는데 새누리당 보좌관이 취재원이고, 그것도 마치 동료 보좌관인 것처럼 포장했어요. 취재의 기본과 윤리를 지키지 않은 이 보도는 보도라고 볼 수 없어요.

저는 KBS 보도국 보도 책임자들이 도덕과 비도덕의 경계에 서 있다고 생각해요. 저널리즘과는 거리가 먼, 본인들이 생각하는 목적이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KBS가 왜 이렇게 북한 보도를 많이 하는지, 왜 김정은의 사생활까지 일일이 알려야 하는지, 보도 책임자들이 의도하는 것에 부합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수준까지 온 게 아니냐는 거죠.

그럼 보도국 구성원들은 어떨까요. SNS에서는 답답하다는 얘기가 간간이 흘러나오지만, 공적 공간인 기자 게시판이나 전체 게시판에 보도를 비판하는 의견은 노조 성명 외엔 없습니다. 회사의 견제가 촘촘해졌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심지어 공정보도추진위원회 간사가 전화해서 '이런 식으로 보도할 것이냐?'고 따졌더니 그걸 가지고 회사가 징계를 내려요. 노조 간부도 공정방송 감시하다 징계를 받는데, 일반 기자들이 어떻게 보도 방향이나 누락행위 불공정성을 비판하는 글을 낼 수 있겠어요? 지금은 숨통이 막힌 분위기에요."

- 2014년보다 더하네요.
"맞아요. 제가 2010년 이 노조의 집행부로서 공추위 간사를 맡았어요. 물론 그때 저희에게 교섭권이 별도로 있어서 더욱 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었지만, 그 당시와 비교하면 공정방송 후퇴는 물론 기자들의 자기 검열도 강해졌습니다. 보도책임자의 말도 안 되는 간섭과 징계시도 등도 막무가내 수준이죠. KBS는 많이 후퇴했어요.

물론 기자 스스로 책임이 가장 큽니다. 하지만 뉴스와 방송을 책임지는 사람에겐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공영방송은 국민의 의식에 큰 영향을 주기에, 불공정 보도는 국민에 대한 범죄행위입니다. 정부여당 편드는 편파보도가 한 번도 심판 받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이정현 의원은 '대통령이 봤다'면서 다음 뉴스에서는 그 기사를 빼달라고 했습니다. 논란이 일자, 지난 1일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서 통상적인 업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럼 이전에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는 얘기로 들려요.
"저도 그렇게 들려요. '보도 다시 녹음해줘!', '심야뉴스에 내지 않으면 좋겠어', '왜 지금 보도해? 나중에 보도해'라고 청와대 관계자가 항의하는 걸 지금도 할 수 있다고 청와대가 사실상 선언한 거거든요. 이런 게 통상적 업무라면 공영방송을 청와대 구내방송쯤으로 생각하는 거예요."

-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초에 "방송은 장악할 생각도 없고, 할 수도 없다"고 발언했습니다.
"이정현 의원이 정무수석을 한 건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였어요. 무슨 말이냐면, 처음에는 개입을 안 하다가 도중에 생각이 바뀐 게 아니고 말은 그렇게 하고 정부 출범하자마자 공영방송을 사사건건 관리했다는 거죠. 그리고 김시곤 전 국장의 폭로로 길환영 전 사장이 청와대의 꼭두각시임이 드러났습니다."

- 앞으로 새노조는 어떻게 대응하실 생각인가요?
"이미 검찰에 고발조치를 했고요. 저희는 김 국장이 폭로한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국회 청문회를 통해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부터 시작된 언론 장악 의 진상을 규명해야 합니다. 지난 2008년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사임된 후 언론 대책 논의를 위해 이동관 청와대 비서관, 김회성 국정원 2차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회동을 한 사실이 <경향신문> 폭로로 드러나기도 했었죠.

언론 정상화는 단순히 미방위란 상임위 차원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국회 차원에서 청문회를 실시해야 합니다. 저희뿐이 아니라 MBC와 사실상 공영미디어인 YTN 등에서 해고된 사람들이 아직 거리에 있습니다. 이거 정상화 해야죠.

출발은 청문회와 방송법 개정입니다. 두 가지는 함께 가야죠. KBS는 청문회할 게 너무 많아요. 세월호 특조위에서 청문회 해도 될 판이에요. 세월호는 물론 지난 2011년 민주당 회의실 도청 행위(당시 민주당은 KBS 수신료 관련 비공개 회의 내용을 한선교 의원측이 알고 있었다며, KBS 기자의 녹취 의혹을 제기했다-편집자 말)에 대해 진상이 밝혀진 게 하나도 없어요. 어떤 편파보도를 했고 그 과정에서 권력이 어떻게 개입했는지 반드시 규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책임을 물어야지 그렇지 않고는 안 바뀝니다."


태그:#성재호, #이정현, #김시곤, #KBS, #보도통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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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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