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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 교하고등학교 강당에 1,2학년 학생 100여명이 앉아있다. 지난 4일 오후 7시. 그들의 무릎 위엔 단행본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와 독후감들이 놓여 있다. '저자와의 대화' 시간. 그들은 무대로 저자가 등장하길 기다리고 있다.

기말고사 성적표를 막 받아든 탓일까, 아니면 독후감까지 쓴 책의 저자를 직접 만나는 것에 대한 기대 때문일까? 학생들의 표정은 다소 긴장돼 있었다. 무대 양쪽에 선 두 개의 패널도 저자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다. 그 검은 패널 안에는 학생들이 뭔가를 적어놓은 노란 종이쪽지들이 붙어 있다.

왼쪽 패널은 '이것이 궁금해요' 코너. '무엇이 덴마크를 그렇게 행복한 나라를 만들었나요?', '우리나라가 덴마크보다 더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학생들은 공부할 의무가 있나요?' 이런 질문모음판은 다른 학교의 강연장에서도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특별한 건 오른쪽에 서 있는 또 하나의 패널. 학생들이 각자의 글씨와 그림으로 적어놓은 종이쪽지들을 모여 세 자리 숫자를 큼지막하게 그려놓았다. 그 숫자는 바로 500. 저자를 기다리는 학생들의 긴장된 표정. 그 500이라는 숫자의 무게감도 보태진 것이리라.

종이쪽지들로 만든 500이라는 숫자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저자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4일 오후 경기도 파주 교하 고등학교에서 500번째 특강을 하고 있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저자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4일 오후 경기도 파주 교하 고등학교에서 500번째 특강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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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궁금해요'와 500 사이로 드디어 오늘의 저자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52세, 사단법인 꿈틀리 이사장, 꿈틀리 인생학교 이사장)가 무대로 올라왔다. 그의 첫마디는 500에 대한 것이었다.

"오늘이 저의 500회 강연입니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이 한 권의 책으로, 지난 1년10개월동안 500번 독자를 만나 강연을 했습니다."
"와아~."

학생들은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여기저기서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지?" 라고 속닥인다. 

오연호 대표는 지난 2014년 9월 1일 단행본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오마이북 출판)를 펴낸 후 2014년 9월 4일 강원도교육청에서 300여 명의 교육청 직원들을 대상으로 첫 번째 강연을 했다. 강연 내용은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에서 밝힌 대로, 덴마크가 왜 행복지수 세계 1위의 나라가 되었는지, 우리도 덴마크처럼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나누는 것이었다.

이후 오연호 대표의 강연은 <'행복한 우리 만들기'를 위한 전국순회강연>이란 타이틀로 전국 각지에서 거의 매일 1회 꼴로 이어졌고, 이날 500번째를 하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500회 강연에 참여한 총 인원은 5만 610명. 초등학생, 중학생부터 고등학생, 대학생, 학부모, 교사, 교장, 장학사, 공무원, 협동조합원, 시민단체 회원, 사회복지사, 동창회원, 회사원, 독서모임 회원, 도서관 회원까지 매우 다양하다. 전국순회강연인 만큼 500회 강연을 위해 이동한 거리는 총 8만 9473킬로미터나 된다. 서울-부산 왕복을 무려 113차례 한 셈. 강연을 위해 외박한 날만 73일.

지역별로는 서울 113, 경기 106, 인천 21, 강원 29, 충북 16, 충남 20, 대전 9, 대구 12, 경북 8, 경남 18, 부산 19, 울산 3, 광주 19, 전남 43, 전북 45, 제주 9, 세종 2, 덴마크 8회이다.

오연호 대표는 "나도 여기까지 올 줄 몰랐다, 처음에는 전국 주요 도시를 한 달간 돌면서 15회 정도 하려고 했는데 전국 곳곳에서 강연 신청이 계속 이어져 어느덧 500회를 하게 됐다, 행복한 인생, 행복한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대중의 목마름이 바탕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1년 10개월간 연인원 5만6백명 참여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저자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4일 오후 경기도 파주 교하 고등학교에서 500번째 특강을 하고 있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저자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4일 오후 경기도 파주 교하 고등학교에서 500번째 특강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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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파주 교하고등학교 현장은 이 강연이 500회까지 어떻게 생명을 이어올 수 있었는지 보여준다. 강연 전 긴장되었던 학생들의 표정은 강사의 등장으로 금방 활짝 펴졌다.

"덴마크는 행복지수는 세계 1위이지만 우리 기준으로 보면 날씨가 매우 안 좋습니다. 해뜨는 날이 1년에 50일밖에 안 돼요. 그래도 왜 행복할까요? 한 덴마크인이 이렇게 답했습니다. '우리는 해가 안 뜨니까 해 대신 옆 사람의 얼굴을 봅니다'. 자 학생 여러분, 옆 사람의 얼굴을 한 번 보세요. 해가 떠 있나요? 해가 아니라고요? 그럼 달인가요?"

학생들은 서로를 보며 깔깔거린다. 긴장감이 일었던 강연장은 금세 웃음으로 가득찼다. 이후에도 강연장에선 쉴새 없이 웃음꽃이 핀다. 그러나 웃음만 있는 게 아니다. 눈물이 있다.

"부산의 한 여고생이 저의 책을 읽고 이런 독후감을 썼습니다. '덴마크 학생은 야생마 같다. 그러나 우리는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경주마 신세다.'."

학생들이 '맞아, 우리도 그래' 하는 슬픈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 이 학생이 그 독후감에서 이렇게 이어 썼습니다. '우리 학교 급식에 나오는 소고기는 다 1등급인데 우리는 왜 이렇게 3등급 이하가 많을까?'."

그러자 학생들은 "아하...."하면서 눈물을 글썽인다. 이날 오연호 대표는 "쉬었다 가도 괜찮아, 다른 길로 가도 괜찮아, 지금 이미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를 주제로 강연했다.

오연호 대표의 강연이 500회까지 이어진 것은 그 웃음과 눈물이 거기서 그치지 않고 다짐과 실천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오연호 대표는 이날 "초등학교때 밝고 명랑했던 여러분의 표정이 고등학교때 와서 어두워졌다면 그것은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다"라면서 "여러분이 새 판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학생의 독후감을 소개했다.

"이 학생은 독후감의 제목을 '떠나든지, 그냥 살든지, 아니면 바꿔버리든지'라고 정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에게는 이 세 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이 학생은 독후감에서 '나는 바꾸는 쪽에 서기로 했다'면서 '못 바꿀 게 뭐가 있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왜냐? 이 학생은 그 이유로 '우리나라가 자칭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 학생은 무엇을 말하고 있나요?"

강연장에선 정적이 일었고 학생들은 귀를 쫑긋했다.

"이 학생은 헌법 10조와 헌법 1조를 말하고 있습니다. 10조엔 '모든 국민이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1조는 '대한민국의 주권과 권력은 국민에게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바로 그것입니다. 여러분이 만약 이 나라를 헬조선이라고 생각한다면, 여러분은 그것을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바꿀 권리가 있고, 그 선택권과 힘은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아닌 국민, 바로 여러분에게 있습니다. 그게 헌법에 보장돼 있습니다."

웃음, 눈물, 다짐, 그리고 꿈틀거림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저자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4일 오후 경기도 파주 교하 고등학교에서 500번째 특강을 하고 있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저자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4일 오후 경기도 파주 교하 고등학교에서 500번째 특강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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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저자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4일 오후 경기도 파주 교하 고등학교에서 500번째 특강을 하고 있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저자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4일 오후 경기도 파주 교하 고등학교에서 500번째 특강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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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가량 이어진 오연호 강연의 결론은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나부터 꿈틀리 주민이 되자"였다.

"우리는 언제 덴마크처럼 행복한 사회가 되냐고요? 우리에게도 내일이 옵니다. 그러나 그 내일은 그냥 오지 않습니다. 우리가 오늘 어떤 씨앗을 뿌리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오늘, 지금, 나부터, 꿈틀, 그래야 내일이 옵니다."

그래서 500회까지 오는 동안 한 권의 책으로 시작된 강연은 강연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오연호 대표는 강연 현장에서 '꿈틀거리는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을 '꿈틀리 주민'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들의 꿈틀거림과 감동을 다른 강연장에서 소개했고, 그것은 꿈틀거리는 사람들의 네트워크로 발전했다. 그 결과 2016년 10월 '사단법인 꿈틀리'가 탄생했다. 오연호 대표는 사단법인 꿈틀리의 이사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이후 사단법인 꿈틀리는 강화도에 '꿈틀리 인생학교'를 만들어 2016년 2월 22일 중학교를 졸업한 학생 30명을 정원으로 개교했다. 꿈틀리 인생학교는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를 모델로 한 1년짜리 쉬어가는 학교로 "옆을 볼 자유를 누리면서 내 인생을 설계하는 학교"다.

오연호 대표는 강연 때마다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 제도가 덴마크 학생들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말했고, 청중들은 그런 학교를 우리도 만들자고 요청했고, 결국 실현됐다. 

이날도 오 대표가 꿈틀리 인생학교를 언급하자 교하고등학교 학생들은 귀가 번쩍 뜨인 듯, 눈을 반짝거렸다.

"이 꿈틀리 인생학교 학생들은 '스스로, 더불어, 즐겁게'를 모토로 1년동안 나를 발견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밥을 합니다. 농사를 짓습니다. 국영수와 성적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나와 우리에 대해 공부합니다."

여기 저기서 "정말 부러워요", "우리도 그런 학교에 다니고 싶어요"라는 말이 나왔다. 오 대표는 "앞으로 5년 안에 이런 인생학교가 우리나라 안에 20개 만들어지고, 10년 안에 100개가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오연호 대표의 강연은 1회때 '덴마크는 왜 행복한가'에서 시작해,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안에 덴마크를 만들자'로 중심축이 이동했고, 500회 때에는 '우리 안에도 덴마크가 있다'로 진화하고 있다.

강연 끝나자 학생들 "한 번 더 듣고 싶어요"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저자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4일 오후 경기도 파주 교하 고등학교에서 500번째 특강을 하고 있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저자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4일 오후 경기도 파주 교하 고등학교에서 500번째 특강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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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강연을 들은 교하고 학생들도 꿈틀거림에 동참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어떻게, 어디서부터 꿈틀거려야 할지 몰라 어려워했다. 한 학생이 "고등학생은 어떻게 꿈틀거릴 수 있냐"고 질문하자 오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이렇게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꿈틀거림입니다. 작은 일들이 모여 세상이 달라지지요. 나만 생각하는 마음에서, 옆 친구와 우리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바꾸는 것이 곧 꿈틀거림입니다. 이 강연장에서 느낀 것을 여기 오지 못한 친구들에게 카톡으로 나눠주는 것도 큰 꿈틀거림입니다. 오늘자로 여러분을 꿈틀리 주민으로 초대하겠습니다."

강연이 끝나자 학생들은 사인해달라며 줄을 서기 시작했다. 한 학생은 할 말이 있는 듯 오 대표의 주위를 맴돌았다. 한참을 머뭇거리다 오 대표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저는 2학년 강상욱이라고 하는데요. 책 읽고 감동받아서 꼭 뵙고 싶었어요. 세상에 꿈틀거리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2학년 성채린 학생은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요즘 진로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데, 이번 강의를 듣고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조금은 방향이 잡힌 것 같아요. 기말시험을 보고 자책도 많이 했는데, 위로를 많이 받았습니다. 평생 잊지 못할 강의가 된 것 같아요."

강연을 마치고 서울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운전을 하고 있는 오연호 대표에게 지치지 않느냐고 물었다.

"오히려 재미있어요. 거의 매일 강연을 했는데도 500회까지 지치지 않았던 이유는 한 사람으로서, 기자로서 '배우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죠. 강연을 주최한 사람들이 매번 달랐는데, 그들은 뭔가를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는 사람들이었어요. '아, 행복한 인생, 행복한 사회를 위해 이렇게 많은 이들이 꿈틀거리고 있구나!' 강연 현장에서 그들의 꿈틀거리는 에너지를 느끼니 전국을 돌아다녀도 피곤하지 않고 재미가 있었습니다."

오 대표는 덧붙였다.

"그래서 500회 강연은 내가 한 것이 아니죠. 수많은 강연장에서 '우리도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면서 눈빛을 반짝거리며 함께 해준 5만 610명의 시민이 함께 500회를 만들었어요."

운전하고 귀가하는 그 순간 오 대표의 스마트폰에는 교하고 학생들의 강연소감이 카톡으로 전달되고 있었다.

"이미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이 정말 와 닿았어요. 이 말 계속 생각하면서 조급해하지 않고 열심히 살려구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강연을 한 번 더 듣고 싶어요.(2학년 김석영 학생)
"오늘 강연 너무 인상깊게 잘 들었습니다. 제 삶에 특별한 시간 만들어줘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의미있고 즐거운 강연을 더 많고 다양한 사람들에게 앞으로도 계속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2학년 최수희 학생)

바람들이 이러하니, 먼저 강연을 들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해달라고 요청까지 할 정도이니, 500회까지 달려온 이 강연은 과연 언제 멈춰 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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