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울산 동구 꽃바위 바닷가. 5일 저녁 8시33분 경 앞으로 바라보이는 바다 동쪽 52km 지점에서 5.0 규모 지진이 발생했다
 울산 동구 꽃바위 바닷가. 5일 저녁 8시33분 경 앞으로 바라보이는 바다 동쪽 52km 지점에서 5.0 규모 지진이 발생했다
ⓒ 박석철

관련사진보기


6월 5일 저녁 8시 33분쯤 울산 동구 바닷가의 아파트, 기자의 방이 몇 초간 두 차례 흔들렸다. 거실 바닥에 앉아 있던 기자는 난생 처음 지진에 의한 흔들림을 경험했다. 방에서 공부하던 아이들도 놀라 뛰쳐나왔다.

우리가족은 이구동성으로 "원전은 괜찮을까"라고 했다. 집이 바닷가 바로 옆이라 쓰나미에 대한 걱정도 밀려왔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대지진 때 TV화면으로 쓰나미가 원전을 덮치는 장면을 여러 차례 목격한 데다, 케이블방송에서 수시로 나오는 영화 <해운대>를 본 경험 때문이기도 했다.

10분 가량 지난 8시 50분, 우리가족의 휴대전화에는 국민안전처에서 보낸 "20:33 울산 동구 동쪽 52km 해역 5.0 지진발생/여진 대비 TV 등 재난방송 청취바랍니다"라는 문자가 전송됐다. 날짜가 7월 4일로 되어 있어 이상하다고 느낄 때쯤 다시 7월 5일로 날짜를 정정한다는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전송됐다. "날짜까지 틀리는 것을 보면 정부도 당황했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진을 경험하고 한숨을 돌리는 사이 동구에서 15km 가량 떨어진 울산 중구 병영에서 안경점을 하는 중구주민회 김민호 대표로부터 전화가 왔다. 안경진열대가 흔들려 공포를 느꼈다는 것이다. 그는 "지진이 감지되자 울산에 즐비한 원전이 먼저 떠올라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6일, 출근해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거의가 원전에 대한 걱정이었다. 울산시민들은 지진이 발생하자 먼저 원전을 떠올린 것이다.

원전에 둘러싸인 울산, 과연 지진으로부터 안전할까

지난 2011년 3월 일본에서 지진이 발생해 원전 사고가 나자 울산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울산 울주군 신고리원전을 중심으로 북쪽에는 월성원전, 남쪽에는 고리원전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울산이 원전에 휩싸인 도시로 변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울산에만 신고리원전 3,4호기와 신고리원전 5,6호기가 가동을 시작했거나 건설중, 또는 건설 추진 중인 등 오히려 원전을 더 늘고 있다.

많은 시민의 우려와 환경 시민체들의 반대에도 이처럼 원전이 더 늘고 있는 것은 원전 건설로 인해 돈을 벌 수 있는 소위 '원전마피아'들의 밀어붙이기가 그 배경으로 보인다. 신장열 울주군수가 지난 2009년 대다수 시민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신고리원전 5,6호기 유치를 선언하면서 이유를 들은 것도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였다.

비단 울주군수 뿐 아니라 원전 건설에 찬성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원전건설에 따른 반대급부의 돈을 벌 수 있는 위치나 업종이 있을 것으로 누구나 쉽게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5일의 5.0 지진을 경험한 울산시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부산-울산-경주 동남지역에 지진 가능성이 높은 활성단층이 밀집돼 있는데다 삼국사기에 "779년 신라 혜공왕 15년때 경주에서 대지진 일어났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이 지역이 지진과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울산 동구 바닷가에 신라시대 왕들이 즐겨찾았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경주와 울산이 가까운 곳이라는 점도 불안으로 작용한다.

각계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해야"

울산 지진 다음날인 6일 울산지역 진보성향의 정치권과 시민사회, 노동계를 중심으로 원전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무소속 김종훈 (울산 동구), 윤종오(울산 북구) 의원은 6일 공동을 논평을 내고 지진을 경험한 시민들의 우려를 전하는 한편 추가 원전 건설 중단을 요구했다.

두 의원은 "5일 저녁 울산 전역에서 건물이 흔들리고 물건이 떨어졌으며 일부 주민들은 자진 대피까지 하는 등 공포심이 가중됐다"면서 "시민들의 불안은 곧 핵발전소를 향했다. 울산은 월성에 6기, 고리에 6기 등 12기가 현재 운영 중이며 건설 중인 2기, 최근 허가가 난 신고리 5,6호기까지 포함하면 총 16기의 핵발전소에 둘러싸여 있다"고 상기했다.

이어 "한국수력원자력은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호언장담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불안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면서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월성1호기 재가동 당시와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 때 해양활성단층 조사를 불과 8km까지 밖에 하지 않았다고 문제제기했다"고 밝혔다.

또한 "실제 원안위가 작성한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안)에 따르면 광역(부지반경 320km) 및 부지지역(부지반경 8km)에 대한 정밀지질 조사와 예정부지에 대한 정밀지질조사 결과 원전 안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활동성단층 등의 지질현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나와 있다"면서 "그러나 지질학자들은 '이번 지진이 활성단층인 쓰시마-고토 단층에서 발생했고 더 큰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320km 이내 활성단층이 없다고 단언한 원안위 심사 결과와는 상반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들은 "어제 지진으로 원안위 지질조사가 부실했음이 확인됐다"면서 "시민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이기에 지금이라도 원안위는 신규 원전 건설과 시범운행을 즉각 중단하고, 해양단층에 관한 제대로 된 정밀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한수원 역시 시민안전을 위해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도 6일 성명을 내고 "울산에 5.0 강진이 발생해 저녁시간 집과 시내 곳곳에서 시간을 보내던 시민들은 처음 경험하는 진동과 소리, 건물의 흔들림에 놀라 SNS를 통해 안부와 상황을 공유하며, 재난방송에 집중하는 저녁시간을 보냈다"며 "어김없이 누구나 핵발전소가 안전한지에 대해 물음표를 날렸다"고 밝혔다.

이어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자연재해 지진 앞에 핵발전소 안전을 장담할 어리석음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고 반문하고 "정부와 지방자체단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울산은 16기의 핵발전소에 둘러싸여 있다. 지진의 공포를 경험한 어제 밤 이후 많은 울산시민들이 원전의 안전성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핵발전소에 대한 전면적인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울산시민에게 핵발전소 안전성에 대해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설명하라"면서 "더 이상 울산은 지진 안전지역이 아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계획 전면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태그:#울산 지진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